반도체 호황의 그늘, 고용 없는 성장 현실로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며 지난달 취업자 수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음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을 맞아 수출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제조업 취업자 수는 7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들며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명 줄었음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처음
당시는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얼어붙고 연말 정부 일자리 사업이 종료된 영향을 받던 때
올해 2, 3월까지만 해도 취업자 수는 20만 명대 증가 폭을 보였지만, 4월 7만400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음
고용률(63.3%)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연속 하락
고용률 하락 폭도 2021년 2월(―1.4%포인트)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컸음
일자리가 감소한 건 고용 시장 전반에 중동 전쟁의 영향이 미치기 시작하면서임
경기 변화는 시차를 두고 고용에 반영
국내 고용 핵심 축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14만 명 줄어 2019년 2월(―15만1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음
제조업 취업자 수는 23개월 연속 줄었는데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4월(―5만5000명)의 2배 이상으로 커졌음
수출액은 매달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은 수익성은 높지만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음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크지 않다”며 “식료품, 자동차 등의 취업자 감소 폭도 확대됐다”고 말했음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4만3000명 줄면서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음
중동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누적되며 4월(―8000명)에 비해 취업자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 전쟁으로 고용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제조·건설·농어업 등 업종별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며 “모든 부처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총력 대응해 달라”고 당부
고용 효과 큰 자동차-석유화학 침체 길어져
경기도 4년제 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김모 씨(26)는 두 달 전 한 중소기업의 총무 직무 신입 채용에 지원했다 깜짝 놀랐다. 단 1명을 뽑는 채용 절차에 약 2000명의 지원자가 몰린 탓이다. 연봉은 약 4000만 원. 별도의 복리 후생이나 상여금과 같은 조건이 없는 직무인데도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서류 접수 가능 대상은 따로 없었지만, 동종 경력자 및 자격자를 우대하겠다는 조건이 붙은 공고였다”며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 졸업 예정자에게 지금 취업 시장은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직격탄을 맞은 건 김 씨 같은 청년층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25만 명 넘게 줄며 5년 4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음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 여력이 적은 반도체의 ‘나 홀로 호황’과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로 청년층의 고용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쟁이 본격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
고용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시에 육성해 반도체 쏠림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옴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5만1000명 줄었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월(―25만5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
20대 고용률(59.4%)도 전년 대비 2.3%포인트 하락하며 2021년 1월(―4.2%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음. 20대를 포함한 청년층(15∼29세) 고용률(43.8%)은 2024년 5월부터 25개월째 줄고 있음
중동 전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자 유가 상승,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가장 먼저 청년 고용을 줄인 영향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 씨(25)는 이날 교내 구인 게시판을 보며 “개인 형편으로 취업이 급한 상황인데 인턴이나 경력직 모집 공고가 대부분”이라며 아쉬워했음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청년층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세대”라며 “중동 전쟁 같은 외부 요인으로 기업이 채용을 미룰 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음
김태웅 재정경제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층은 산업·인구구조 변화, 기업의 경력·수시 채용 현상, 중동 전쟁 등 경기적 요인이 더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회복 시기와 속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음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경제 구조의 변화로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옴
1분기(1∼3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0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데도 고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음
반도체는 수출 호황의 핵심 동력이지만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크지 않음. 2022년 기준 반도체 취업유발계수는 생산 10억 원당 1.86명으로, 제조업 평균(4.85명)에 크게 못 미침
반면 자동차(5.41명)와 고무(6.22명), 플라스틱(5.44명) 등 제조업 중에서도 비교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업종은 생산과 고용이 줄고 있음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7㎞가량 떨어진 곳에서 용역 사무실을 운영하는 최미숙 씨(44)는 “일을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소개할 일거리가 없다”며 “이런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했음
석유화학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식당, 광고·인쇄 업체 등 상권도 함께 쪼그라들고 있음
여기에 AI 도입 등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면서 청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음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권모 씨(27)는 “웹페이지를 생성하거나 점검하는 일자리는 AI가 다 차지했다”며 “신규 채용 규모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취업 스펙 기준이 훌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음
실제로 지난달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8만9000명 줄었음
6개월 연속 감소세. AI가 법률, 회계 등 전문직이나 연구개발(R&D) 채용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업종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청년층의 숙련도를 높이는 대신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산업·기업 간 재분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음
반도체 호황도 못살린 청년 고용
최근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외화내빈’ 상태로 정의
15세 이상 고용률이 63%를 넘길 정도로 높은 데다 실업률도 3% 아래서 관리되고 있어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 보면 위기 징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
하지만 속내를 한꺼풀만 들춰보면 상황이 달라짐
괜찮은 일자리로 통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전년 대비 14만 명 줄면서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면서 청년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
실제 5월 대졸 실업자는 50만 3000명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던 2021년(54만 1000명)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음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뜻
성장률 등 거시 경기지표와 고용시장의 디커플링 현상도 커지고 있음
특히 반도체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작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수출 지표만 보면 경기는 활황. 6월 1~10일 수출액은 28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5.9% 늘어 1~10일 기준 역대 최대치
이 중 반도체 수출은 111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5.8% 급증
반면 5월 제조업 취업자(-14만 명)는 2019년 2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과 고용시장의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이런 구조는 취업유발계수에서도 확인
취업유발계수는 특정 산업의 수요가 10억 원 늘었을 때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일자리 수를 뜻함.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2.1명으로 전산업 평균 10.1명이나 제조업 평균 6.2명에 크게 못 미침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라 노동을 많이 쓰지 않는다”며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도 작아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음.
그나마 서비스 일부 업종이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전체 고용 감소 폭을 줄였음
지난달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2000명 늘었고 운수창고업과 숙박·음식점업도 각각 3만 6000명, 2만 명 증가
반면 농림어업(-12만 1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8만 9000명), 건설업(-4만 3000명), 도소매업(-3만 6000명)은 감소
재정경제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용 부진의 배경으로 보고 있음
고용이 실물경제에 후행하는 만큼 3월께 시작된 중동 전쟁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
이달 초 수입 통계에서도 비용 부담은 확인. 6월 1~10일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39.9% 늘었음. 원유 수입액은 42.9% 증가한 30억 달러로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30억 달러를 넘었음
고용 충격은 청년층에 집중.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줄어 2021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 반면 30대 취업자는 6만 2000명, 50대는 2만 5000명, 60세 이상은 17만 1000명 각각 늘었음
정부는 청년층과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고용 충격 완화에 나섬. 청년뉴딜 핵심 과제를 신속히 집행하고 산업 현장에는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와 고용위기지역·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검토를 병행할 방침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든 부처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음
반도체 수출 호황 속 청년 고용 둔화의 구조적 원인과 다각적 정책 대응 방안
최근 한국 경제는 거시적인 수출 지표의 전례 없는 대호황과 민생 경제 및 청년 일자리 현장의 극심한 침체 사이에서 심각한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현상을 겪고 있다. 2026년 6월 12일 동아일보와 서울경제신문이 집중 보도한 고용 동향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을 필두로 한 수출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으나 전체 고용 시장은 심각한 '외화내빈(外華內貧)' 상태에 빠져들었다.
실제로 2026년 6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통계에서 통산 수출액은 28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5.9%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11억 달러를 기록해 무려 205.8% 폭증하는 가공할 만한 인공지능(AI) 특수를 증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에서는 전체 취업자 수가 급격히 후퇴하는 기현상이 관찰된다. 2026년 5월 기준 전체 취업자 수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하며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와 정부 일자리 사업 종료가 겹쳤던 2024년 12월(-5만 2,000명)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반전하였다.
이러한 고용 충격은 신규 진입자인 청년층에게 전방위적인 타격을 입히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준하는 혹독한 취업 한파를 만들어내고 있다.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고용 없는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미래 인적 자원의 유휴화와 구조적 성장 잠재력 잠식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청년 고용 시장의 주요 양적 위기 지표와 세대별 디커플링
현재 고용 위기의 본질은 청년층의 급격한 일자리 이탈과 고령층 중심의 단기 일자리 팽창이 빚어내는 세대 간 불균형에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고용동향에 기술된 핵심 통계 지표들을 비교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반도체 호황의 그늘에 가린 고용 없는 성장의 다차원적 요인
수출 호조의 낙수효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차단된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자본집약성, 혁신 기술에 의한 대체, 대외 리스크, 그리고 고질적 일자리 미스매치라는 다차원적 변수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 기술 및 자본 집약도와 낮은 취업유발계수 ]
노동 생산성과 고용의 양적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고용 탄성치(Employment Elasticity, )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고용 탄성치는 생산량 증가율 대비 고용 증가율의 비율을 뜻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특정 산업의 수요가 10억 원 늘어났을 때 유발되는 직간접 취업자 수)는 1.86명(연구기관 편차에 따라 약 2.1명)에 그친다. 이는 제조업 전체 평균인 6.2명 및 전 산업 평균인 10.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제조업 내 취업자 중 반도체 비중이 단 4%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5.41명), 화학 고무(6.22명), 플라스틱(5.44명) 등의 일반 제조업 부문이 장기 부진에 직면하자 고용 시장은 온기를 잃게 되었다.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등 주요 산업 거점 배후의 자영업 상권마저 동반 축소되는 도미노 붕괴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상용화와 초급 사무직의 소멸 ]
AI 기술의 급격한 실무 도입은 청년들이 통상 거치던 '엔트리급(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존립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법률, 회계, 연구개발(R&D), 경영 컨설팅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새 8만 9,000명 감소하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컴퓨터공학 전공생인 권 씨(27세)의 지적처럼 웹페이지 생성이나 단순 코드 검검, 문서 요약 등 신입사원 수준에서 도맡던 기본 직무를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기업들은 신입을 채용해 교육 비용을 소모하기보다 숙련된 인력을 수시 채용하거나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이 기회를 얻기도 전에 경력 요건이라는 진입 장벽에 가로막히는 배경에는 이러한 기술 대체 양상이 깊게 개입해 있다.
[ 중동 공급망 위기에 따른 비용 가중과 채용 유보 지체 ]
원자재 공급망 차단과 유가 불안을 야기한 중동 전쟁의 장기화는 기업들의 채용 여력을 즉각적으로 제한하는 거시적 외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 6월 초 에너지(원유, 가스, 석탄) 수입액은 전년 대비 39.9% 급등했고, 이 중 원유 수입액은 42.9% 급증한 30억 달러를 돌파하며 가뜩이나 취약한 기업들의 한계 영업이익률을 압박하고 있다. 고용은 경기에 약 1분기 이상 지체되어 움직이는 후행 지표이기에, 연초부터 누적된 지정학적 공급망 쇼크가 기업들로 하여금 신규 채용 규모를 극소화하고 의사결정을 유보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심화시켰다.
[ 전공·학력·직종 간 다차원적 미스매치와 블루칼라 기피 ]
청년 실업의 근저에는 단순한 일자리 총량의 부족을 넘어 구조적 불일치가 공존한다. 대학 진학률이 70% 선에서 유지되는 고학력 사회의 이면에서 청년 대졸자의 전공-직업 미스매치율은 50.0%로 OECD 22개국 중 단연 1위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학사 이상 구직자는 적정 수준 대비 극도의 초과 공급 상태인 반면, 전문대졸이나 기술 고졸 인프라는 산업 현장의 빈 일자리에 비해 심각한 구직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경영·사무·금융직의 실제 구직자는 시장 최적 수요의 1.8배에 달하지만 청년 구직자들이 처우와 인식을 이유로 기피하는 생산직, 미용·숙박·음식직, 보건·의료직 등 블루칼라 및 준전문 기술 부문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청년들이 저숙련 일자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대기업의 비정규직조차 선호하는 체면 지향적 구직 행태는 미스매치 장기화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정년 연장과 세대 간 일자리 경합에 관한 실증적 쟁점
고령화 추세 속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청년 고용을 직접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면밀한 실증적 접근이 요구된다. 정년 연장은 단기적으로 고령층의 고용 유지를 촉진할 수 있으나, 임금 유연성이 결여된 한국의 연공급제(호봉제) 구조하에서는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극도로 제한하여 청년층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부작용을 유발하기 쉽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대 간 일자리 대체설(Generational Crowding-out Hypothesis)"과 관련하여, KDI와 OECD 15개국 대상 글로벌 실증 분석에 따르면 실제 노동시장 전체에서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청년층의 고용을 일대일로 밀어내는 대체 관계는 통계적으로 강하게 지지되지 않았다. 과거 1970~1980년대 일부 유럽 국가들이 청년 실업 해소를 목적으로 고령층 조기 퇴직 유도 정책을 시행했으나, 청년 고용 개선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사회보장기여금 가중, 총노동비용 상승, 국가 재정의 악순환이라는 부정적 정책 비용만 초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종 분리가 명확하지 않은 사무 관리직군이나 공공 부문에서는 신규 정원(T/O) 제약으로 인해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간의 직접적인 예산 경합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세대 간 경합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년 조정과 동시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직무급 중심 임금 체계 개편, 유연근무 도입 등의 과감한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Labor Market Flexibility)가 병행되어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의 즉각적 대응 처방: 기업지원-일자리 연계형 재정 지원방안
정부는 성장과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를 재구축하고, AI 및 기술 전환기 속에서 일자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2026년 6월 9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업지원-일자리 연계형 재정 지원방안'을 전격 발표하였다. 재정 인센티브를 일자리 성과와 엄격히 결합하는 본 방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기획예산처 주도로 2027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세부 지원 규모를 구체화하고, 고용성과 및 부정수급 집행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여 해당 재정 패키지의 적용 범위를 다각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전 부처의 신속한 예산 집행과 더불어 고용위기지역 및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검토 등 초동 방어 체계를 기민하게 가동할 것을 지시하였다.
<시사점>
한국 경제가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수출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 호황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기는커녕 청년 고용시장과 괴리되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통계는 충격적인데, 6월 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이상 증가(반도체 수출은 200%를 넘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5월 전체 취업자 수는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층으로 15~29세 청년 고용률이 25개월 연속 하락했고, 경제활동도 구직조차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사상 처음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대졸 실업자 역시 50만 명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반도체는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입니다. 수백조 원의 설비 투자가 이뤄져도 생산라인 자동화 비중이 높아 고용 창출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반도체 수출이 두 배 늘어도 고용이 두 배 늘어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과거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이 창출했던 대규모 제조업 일자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여기에 생성형 AI의 확산은 청년 고용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입사원들이 담당하던 보고서 작성, 문서 요약, 데이터 정리, 기초 프로그래밍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채용해 교육하는 대신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경력이 없어서 취업하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해 경력을 쌓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점입니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면 국가 성장잠재력 자체가 훼손됩니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결혼과 출산도 지연되며, 이는 소비 위축과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지금의 청년 고용 위기는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정부의 정책 대응도 보다 근본적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재정 일자리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기업 지원 정책과 청년 채용을 직접 연계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대규모 투자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청년 채용과 인력 양성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금만 받고 고용 효과는 내지 않는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이 보여준 인재 양성 전략은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현장 도제교육(등록도제 Registered Apprenticeship)과 직업훈련 프로그램 운영(반도체 교육 네트워크 NNME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장보다 현장 역량을 중시하는 실무형 인재 육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반도체와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형 첨단 도제제도'를 도입해 청년들이 졸업 직후 산업 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해야 합니다.
아울러 고학력 사무직 선호 현상과 산업현장의 인력난 사이의 미스매치 해소도 시급합니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일본의 유스에르 제도처럼 우수 기술직과 강소기업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과 기술직을 '차선책'이 아닌 성장 경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임금·주거·자산형성 지원도 병행해야 합니다.
반도체 초호황은 분명 한국 경제의 축복이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만으로 국가의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사회는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경제정책의 최종 성과는 수출액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서 평가받습니다. 반도체 호황의 그늘에 가려진 청년 고용 위기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률 숫자가 아니라 성장의 온기가 청년들에게까지 전달되는 경제 구조의 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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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726330?date=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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