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반도체, 피크아웃 전략 짠다
정부가 예측하기 어려운 메모리 사이클에 대응해 중장기 반도체 산업 전략 마련에 착수했음
올 들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메모리 초호황 속에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2~3년 뒤 ‘반도체 겨울’이 찾아오면 경제 전반에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시황에 영향을 덜 받는 비(非)메모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도 육성해 공급망 전반의 체력을 키운다는 게 정부의 구상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최근 산업통상부의 요청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 진단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 방안 연구에 나섰음
정부는 KIAT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 산업 전략의 세부 실행 대책을 내놓을 계획
정부 내부에서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최소한 1~2년 이상 더 지속된다는 데 이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님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컴퓨팅(연산) 파워는 턱없이 부족해 엔비디아와 같은 빅테크들이 연일 공급 부족을 외치고 있기 때문
값비싼 AI 장비나 데이터센터는 회계상 감가상각 연한도 길게 설정돼 있어 빅테크들의 투자 여력도 더 큼
다만 이 같은 낙관론에도 긴장을 풀기 어렵다는 게 정부와 재계의 공통된 인식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년 전 메모리 슈퍼 호황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2년 뒤 시장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
정부는 이에 따라 배터리·방산·로봇 등 주력 산업 및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한편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메모리반도체 편중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
경기·기술 변화에 따른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설계, 첨단 패키징 등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것
KIAT 관계자는 “AI가 견인하는 현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과거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음
반도체 기침하면 韓경제 몸살…“메모리 이을 넥스트 챔피언 키워야”
정부가 사상 최고 수준의 반도체 호황 속에서 넥스트 반도체 산업 전략을 고심하는 것은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단순히 산업 침체를 넘어 우리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실제 우리나라 거시경제 성적표는 대체로 반도체 사이클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음
10일 국가데이터처와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직전 반도체 불황기였던 2022~2023년 당시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이로 인해 전체 수출 실적은 1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수출이 꺾인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2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음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2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며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20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
고물가·고금리로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린 데 더해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인한 순수출(수출-수입) 감소도 성장률을 0.6%포인트 낮춘 결과
이후에도 우리 경제는 2023년 1분기 민간소비 덕에 가까스로 역성장을 피하거나 2023년 2분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순수출이 늘어나는 불황형 성장을 겪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음
이는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잠정치가 한국은행이 2월에 제시했던 전망치(0.9%)의 두 배에 달하는 1.8%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
중동 전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성장률 급반등을 이끌어낸 것처럼 다운사이클은 성장률 급하락 또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임
코로나19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폭증하기 직전에 찾아왔던 반도체 불황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음
2018년 12월 7.25달러였던 D램 8Gb(기가비트) 가격이 2019년 말 기준 2.81달러로 1년 만에 60% 급락하는 등 주요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019년 한 해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3% 감소
당시 부진한 반도체 산업은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지수도 계속해서 끌어내렸음
특히 경기선행지수로 불리는 설비투자는 2018년 5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해 긴 침체에 빠졌음
더 큰 문제는 반도체 불황이 경기 침체기에 정부의 재정 여력마저 감소시킨다는 점임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19년 반도체 불황을 겪은 직후인 2020년 법인세 규모는 55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급감
2022년 103조 6000억 원에 달했던 법인세는 2022년 하반기~2023년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겪으며 2023년 80조 4000억 원, 2024년 62조 5000억 원으로 2년 연속 쪼그라들었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나라 곳간까지 빈곤하게 만든 것
정부 입장에서는 GDP 깜짝 성장, 글로벌 수출 5강 달성, 수출액 역대 최대 달성 등 호실적에 취하기보다는 다음 사이클에 대비할 필요성이 더 커지는 셈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발 초과 세수 활용 방안과 관련해 “미래 세대를 위한, 또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등 비(非)메모리 산업의 역량을 제고할 필요성도 크다”고 말했음
특히 한국 팹리스 매출 비중은 전 세계 1%에도 미치지 못해 재정 여력 등이 있을 때 과감한 투자를 해 챔피언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기업들도 슈퍼사이클 이후 먹거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음
SK하이닉스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을 계기로 양 사 간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수급을 위한 장기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개발과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다년간 공급하는 협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빅테크들과 기존 분기나 1년의 메모리 공급 기간을 3~5년으로 늘리는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는 추세
양 사는 또 현재의 메모리 우위를 살려 고대역폭플래시(HBF),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선점에도 공을 들이고 있음
HBF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용량 한계를 보완해 갈수록 급증하는 AI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관리하는 새로운 낸드 장치. 양 사 모두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
CXL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간 통신 속도를 높이는 ‘데이터 고속도로’임. 삼성전자는 최신 버전인 CXL 3.1을 적용한 D램을 개발하고 이르면 연내 양산
SK하이닉스 또한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핵심 기술을 개발·검증하고 있음
연산과 메모리 기능을 합친 차세대 칩인 PIM 역시 양 사가 선점하기 유리한 것으로 분석됨
메모리 이을 넥스트 챔피언 육성을 위한 산업 다변화 및 거시경제 비축
우리 경제가 지닌 극단적인 메모리 반도체 의존 구조는 글로벌 다운사이클 진입 시 거시경제 전반에 심각한 무역 충격과 국가 재정 압박을 유발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메모리 이을 넥스트 챔피언 키워야" 기획보도는 반도체 산업의 일시적 호황이 국내 내수 경제의 둔화, 고용 한파, 그리고 타 제조업 분야의 역성장을 은폐하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 현상을 경고하고 있다.
국가 통계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국내 총수출과 경제성장률 지표는 외견상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견조한 회복세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 급증을 반영하여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향 조정분의 절반 이상이 오직 반도체 단일 엔진의 출력 증대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6년 5월 총수출액은 877억 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돌파하였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2.5%, 인공지능(AI) 서버 수요와 밀접한 컴퓨터 수출은 309.8% 폭증하였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실물 경제의 기저 균열은 오히려 심화되는 비대칭적 성장 양상을 보인다. KDI가 경기 판단을 '회복세'에서 '완만한 개선세 유지'로 한 단계 신중하게 조정한 배경에는 반도체 착시 이면의 내수 한파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2026년 4월 국내 광공업 생산 전체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5% 수준에 그쳤으나, 이 중 반도체 생산 증가율인 13.0%를 제외하면 나머지 주력 산업 부문은 일제히 역성장 국면에 진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저의 취약성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복합적인 대외 리스크와 결합되어 거시경제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전이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에 따른 원유 수송 차질로 인해 2026년 4월 석유정제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0.5% 급감하였고, 5월 석유제품 수출 물량 역시 20.1% 하락하였다. 이로 인해 2026년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3.1%를 기록하며 정부의 관리 목표치를 상회하였고, 4월 생산자물가상승률(PPI)은 전월 대비 2.5% 상승하며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이후 28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여 장기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키고 있다. 더욱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전망되는 국면임에도 환율과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대외 신인도 및 자금 이탈 우려를 자극하는 이례적인 구조적 이상 징후로 평가된다.
이 같은 불균형 구조는 국가 재정 안정성과 일자리 생태계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고도의 자동화 설비를 갖춘 반도체 산업은 매출 규모에 비해 광범위한 고용 유발 효과를 내지 못하므로, 반도체 독주 체제 속에서도 2026년 4월 신규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64% 폭락하였으며, 20대 취업자는 24개월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나아가 과거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반도체 수출이 15개월 연속 감소했던 2022~2023년 불황기에는 대기업 법인세수가 급감하면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5.4%까지 치솟는 등 나라 곳간이 쪼들리는 재정 충격을 겪은 바 있다.
따라서 반도체 변동성에 국가 재정 전체가 연동되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기 부양적 확장 재정을 지양하고 비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기초체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제언은 지극히 타당한 조치로 판단된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패권 선점: CXL, PIM 및 다극화 클러스터 투자 전략
글로벌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범용 고정거래 중심의 메모리 공급 구조에서 탈피하여 대규모 연산 처리가 가능한 차세대 융합형 반도체 표준 규격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혁명에 수반되는 데이터 전송 병목 및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꼽힌다.
특히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Compute Express Link) 기술은 차세대 데이터센터 서버의 물리적 메모리 용량 한계를 혁신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장 정교한 표준 규격인 CXL 3.1 기술을 적용한 전용 D램 개발을 마쳤으며, 이르면 연내 본격적인 대량 양산 체제에 돌입하여 고대역폭 규격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자체에 지능형 연산 기능을 부여해 데이터 전송 지연과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Processing-in-Memory) 솔루션 선점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역량을 발판 삼아 네이버클라우드와의 다각적인 기술 협업을 전개, PIM 기술의 실효성을 사전 검증하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국산 칩을 우선 적용하는 상용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은 반도체 제조 거점의 다원화를 도모하며 국토 균형 발전과 핵심 인프라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축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기존 수도권 중심의 생산 기지는 이미 전력망 과부하, 산업 용수 부족 및 부지 포화 상태에 직면하여 추가적인 클러스터 확장이 물리적으로 제약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경북 구미시 등을 가로지르는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지정하고, 삼성전자의 광주 첨단 패키징 팹 신설 및 SK하이닉스의 영남·호남 지역 분산 투자 거점 확보를 유도하며 다극화된 하이테크 생산 기지를 건립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및 중소 팹리스 생태계 전면 체질 개선 방안
대한민국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문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24년 기준 1%대($23억 상당) 수준에 고착화되어 있으며, 파운드리 공정 분야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영구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국내 팹리스 규모를 10배 이상 확장하여 글로벌 점유율 10%를 돌파하고, 파운드리 점유율은 35%까지 끌어올리며 시스템반도체 전문 고용 인력을 6만 명으로 확대하는 종합 혁신 로드맵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고도화 전략을 조속히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대만 정부가 지난 40여 년간 고수하며 체계화한 '클러스터 집적화, 민관 긴밀 협업, 전방위 인재 유인'의 3대 성공 방정식을 벤치마킹하는 패키지 정책 도입이 필수적이다.
대만 정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철저히 모델링하여 1980년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주(新竹) 지역에 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하였고, 이곳에 200여 개의 첨단 반도체 팹리스 전문 기업들을 집적시켰다. 또한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이 주도하는 지식재산권(IP) 전환 허브와 국립칭화대, 국립자오퉁대 등 명문 공과대학을 근거지에 배치하여 고급 연구 설계 인력을 적시에 수급할 수 있는 자생력을 구축하였다. 여기에 연구개발(R&D) 투자 지출액의 25% 세액공제, 첨단 제조 설비 투자액의 5% 세액 감면 제도를 상시 적용하고 있으며, 영세 스타트업과 중소 상공업자(SME)를 겨냥해서는 20%의 R&D 세금 즉시 환급제와 시제품 제작을 돕는 파운드리 원스톱 연계망을 지원한다. 이러한 환경은 TSMC가 최첨단 미세 공정을 대만 영토 내에 보존하는 강력한 공급망 결집 효과를 낳았다.
대만의 검증된 성공 방식을 수용하여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를 체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핵심 세부 실행 방안은 세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스타트업 및 중소 설계 기업들의 신속한 설비 구축과 프로토타입 완성을 가로막는 행정 행정주의 장벽을 일체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 투자의 인허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단일 행정 패스트트랙 제도를 신설하고, 거대 수탁 생산 기업을 핵심 육성 공정으로 지정하여 혜택을 제공하는 '하이퍼 파운드리 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팹리스와 국내 파운드리 간의 고질적인 수급 장벽을 낮추기 위해, 대기업 파운드리가 국내 중소 팹리스 전용 물량(Capa)을 상시 보장하도록 제도화하고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시제품 제작의 실질적인 부담금을 재정적으로 보완하는 대규모 상생 기금을 증액해야 한다. 아울러 원자재 및 칩 설계 제품의 국외 반출입 시 복잡하게 걸쳐 있는 통상 행정 부담을 덜어주는 '자율준수 무역거래자 제도'의 대대적 개선도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 초기 시장 생존력 제고를 위한 공공 수요처 강제 할당 및 엣지 디바이스 틈새 전략이다. 전력망, 고속 철도망, 광대역 통신 네트워크 및 공공 행정 데이터센터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5대 공공 인프라 부문을 중심으로 국산 고유 반도체를 의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국산 칩 우선 구매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또한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하이엔드 시장을 장점한 고성능 서버 분야보다, 다품종 설계 역량이 요구되는 모바일, 웨어러블, 스마트 가전 등 고성장 엣지 디바이스 전용 아키텍처에 자본과 인재를 집중 공급하는 투 트랙 공략이 효과적이다.
메모리 의존증 완화를 위한 '넥스트 챔피언' 포트폴리오 다변화
[ 이차전지 경쟁 우위 수호 및 ESS 전환 ]
2026년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캐즘(Chasm) 현상 장기화로 인해 심각한 성장 정체 및 시장 점유율 퇴조 현상을 겪고 있다. 비중국 글로벌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점유율 총합은 2025년 평균 36.3% 수준에서 2026년 1분기 29.6%, 1~4월 누적 기준 28.7%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기술 경쟁력 축적을 이룬 중국 CATL(비중국 점유율 1위)과 BYD(3위)가 가격 무기와 LFP 기술을 장전하고 비중국 시장 점유율을 44.2%까지 무섭게 장악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삼성SDI는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대비 28.6% 대폭 하락한 7.0GWh에 머물며 비중국 점유율이 4.3%까지 위축되었고, SK온 역시 전년 대비 7.8% 하락한 12.3GWh에 그쳐 글로벌 위상이 기존 3위에서 파나소닉 아래인 4위로 추락하였다.
성장 둔화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대한민국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단일 의존 비중을 과감하게 차단하고,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연동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조정하고 있다. 삼성SDI는 당초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가동하려던 미국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을 2025년 4분기 기점으로 ESS 전동화 생산 전용 라인으로 과감하게 전향시켰다. 아울러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신규 고전압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또한 상대적으로 중국에 비해 뒤처진 전기차용 LFP 양산 일정을 우회하여 북미 전력 그리드용 고안전성 LFP ESS 제품 출시 일정을 대폭 상당 부분 앞당김으로써 새로운 고부가 캐시카우 수급 체계를 보완해 가고 있다.
[ 미래 모빌리티 및 자율주행 격차 축소 ]
미래 모빌리티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자율주행 기술 분야는 대한민국 테크 진영이 가장 뼈아픈 데이터 및 투자 장벽을 실감하는 영역이다. 현재 국내 다수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지자체 주도의 단기 기술 실증 단계(fixed route bus 위주)에 갇혀 상업적 로보택시 비즈니스 모델로의 도약이 지연되고 있다. 정량 분석가들은 글로벌 자율주행 패권을 거머쥔 미국의 대표 주자 웨이모와 그 뒤를 맹렬히 뒤쫓는 중국 바이두 대비 대한민국의 기술 도달 수준은 최대 3년에서 4년까지 밀려나 있으며, 종합 성능 점수에서도 미·중을 100점 만점으로 상정할 때 70점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정량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치명적인 전력 격차는 '데이터 자산의 수급 격차'와 '인프라 연산 자원의 격차'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다.25 자율주행 인공지능 고도화의 물리적 연료가 되는 원시 주행 데이터 확보 부문에서, 국내 최선두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국내 임시 운행 허가를 득해 굴리는 실차 주행 대수는 55대에 지나지 않으나, 미·중의 대표 주자들은 이미 500대 이상의 차량을 동시 상시 운행하며 매일 대한민국 진영의 100배를 뛰어넘는 대량의 정밀 교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쓸어 담고 있다. 더욱이 이렇게 확보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에 지도 학습시킬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연산 하드웨어인 엔비디아 계열 GPU 장비(대당 약 5,000만 원 상당) 인프라 역시 해외 선두사들은 수백 대 단위를 가동하며 고밀도 데이터 정제 처리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열악한 재정 여력으로 인해 단 10대 미만의 연산 카드만으로 일주일 단위 분석 연산을 연명하고 있어 격차 축소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본 시장의 냉각으로 인해 대단위 영구적인 자본 유치에 실패한 우수 스타트업들이 도산하는 사태를 수동적으로 묵과할 수 없으므로,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 정기 셔틀 실증 예산 지원 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 고비가 될 '정밀 지도 3D 매핑 및 대단위 안전 가상 물리 시뮬레이션 환경'을 정부가 직접 인프라로 구축하고 중소 스타트업에 전격 개방 지원하는 공공 모빌리티 클라우드 시스템 보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사점>
한국 경제가 지금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성장률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뒤에 감춰진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회복은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라는 단일 엔진이 견인하는 성장에 가깝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내수, 고용 시장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경제신문이 지적한 '메모리 이을 넥스트 챔피언' 육성은 더 이상 산업정책 차원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문제입니다.
한국 경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HBM 시장과 D램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국가 전체가 경기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습나다. 2022~2023년 반도체 불황 당시 수출 감소와 세수 급감, 재정 악화가 동시에 발생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의 건강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생산은 급증했지만 신규 취업자는 크게 줄었는데(5월 기준 취업자수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 고도로 자동화된 산업 특성상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경제가 특정 산업의 실적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메모리 이후의 챔피언'을 발굴하는 산업 포트폴리오 전략에 본격 착수해야 합니다.
첫째,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 육성(메모디 대비 경기부침이 덜함)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한국의 메모리 경쟁력은 세계 최고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대만이 신주과학단지를 중심으로 구축한 팹리스-파운드리-대학-연구소의 선순환 생태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시제품 제작 지원, 대기업 파운드리의 중소 팹리스 전용 생산라인 확보 등을 통해 비메모리 산업의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바이오 산업을 국가 차원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세계 최대 수준의 CDMO 생산능력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경쟁력은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에 집중돼 있습니다. 진정한 글로벌 챔피언은 혁신 신약에서 나오는 만큼, 정부는 임상시험과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CDMO 수익이 신약 연구개발로 재투자되는 구조를 유도해야 합니다.
셋째,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전환을 지원해야 합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망 고도화는 ESS 시장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고안전성·고신뢰성 ESS 분야에서 기술 장벽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넷째,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산업을 미래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데이터와 GPU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한국은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가 공공 데이터 플랫폼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해 스타트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와 연산 자원의 규모에서 결정됩니다.
아울러 공급망 안정화 전략도 병행해야 하는데, 특정 국가나 특정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자립도를 높여야 합니다. 메모리 중심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배터리, 자율주행, 로봇, 국방 AI 등 복수의 성장 축을 확보할 때 비로소 경제안보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달콤함에 취해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진정한 국가 경쟁력은 하나의 세계 1등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세계 1등 산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제 구조에서 나옵니다. 메모리 이후의 넥스트 챔피언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향후 10년 대한민국 산업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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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629753?date=20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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