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흘러내리던 가상자산 시장에 오랜만에 반가운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미국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자금 유출 행진이 드디어 멈춰 선 것인데요. 비트코인은 13일 동안, 이더리움은 무려 17일 동안이나 매일같이 돈이 빠져나가는 역대급 유출 기록을 세우다가, 지난 6월 4일 마침내 두 ETF를 합쳐 약 2,240만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약 305만 달러, 이더리움 현물 ETF에는 약 1,930만 달러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죠.
이번 반등을 두고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의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인 제프리 켄드릭(Geoffrey Kendrick)은 고객들에게 "바닥이 거의 다 왔다"며 지금의 6만 2,000달러에서 6만 4,000달러 사이야말로 "모두가 기다려온 매수 구간"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완전히 활기를 되찾았다고 보기는 아직 이른데요. ETF 유출은 멈췄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6만 2,000달러선에서 횡보하고 있고, 시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돈의 흐름이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ETF 자금 유출 중단이 가상자산 시장의 완전한 회복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의 '관심 이동'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분석업체인 블록 스콜스(Block Scholes)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 전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선물 거래 대신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같은 플랫폼에서 나스닥 100이나 S&P 500 같은 미국 증시 지수와 연동된 선물 상품, 그리고 스페이스X(SpaceX) 같은 비상장 기업의 주식 선물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들 주식 관련 상품의 하루 거래량만 13억 달러에 달해, 이더리움 선물 거래량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결국 코인 시장을 받쳐주던 투자 자금의 일부가 미국 증시나 AI 관련 주식 시장으로 옮겨 가면서 코인 가격이 힘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시장에 큰 심리적 압박을 준 사건도 있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의 큰손인 스트래티지(Strategy) 사가 최근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중 32개를 매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요. 수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수년간 비트코인을 매집하기만 하던 이들이 처음으로 보유량을 줄였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졌습니다. 실제로 자본시장 플랫폼 캐피탈닷컴(Capital.com)의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는 와중에 오히려 거래 건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AI 주식 열풍 속에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 모두의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되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인 신호로 해석됩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결국 미국 월가와 거시경제 흐름입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대형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 이후 AI 수익 전망에 대한 실망감으로 반도체 주들이 조정을 받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란 평화 협정 관련 발언으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등 복잡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너무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ETF가 긴 연패를 끊어내며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당분간은 시장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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