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결국 6만 6,000달러 선마저 반납하며 장중 6만 5,422달러까지 추락했는데요. 불과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진 수치입니다. 시장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공포·탐욕 지수'도 하루 만에 23에서 11로 급락하며 그야말로 '극도의 공포' 상태에 진입했습니다. 최근 미국 고용 데이터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올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죠.
그런데 이번 폭락의 뒤편에는 아주 흥미로운 돈의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인데요. K33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의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을 떠나 AI 관련 주식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스페이스X(SpaceX)나 앤스로픽(Anthropic) 같은 거물급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전해지면서, 코인 시장에 있던 유동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죠. '여름날의 우울'이라는 보고서 제목처럼, AI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등장하면서 비트코인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시장이 주춤하자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저승사자이자 '금 예찬론자'인 피터 쉬프(Peter Schiff)가 기다렸다는 듯이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 비트코인 시장은 바닥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며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 선을 깨고 내려가면 순식간에 2만 달러 아래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이 정도 수준까지 떨어져야 장기 보유자들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항복하며 물량을 던지게 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비관론을 펼친 것이죠.
피터 쉬프는 최근 비트코인을 매도한 유명 기업가 마크 큐반(Mark Cuban)을 향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현명한 선택을 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또한, 앞서 전해드린 스트래티지 사의 비트코인 매도 여파와 관련 주가 폭락을 언급하며, 과도한 빚으로 버티던 포지션들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더 큰 고통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AI 주식으로의 자금 이탈과 비관론자들의 거센 압박 속에서 비트코인이 이 위기를 어떻게 버텨낼지, 당분간은 시장을 보수적으로 지켜보며 호흡을 조절할 때인 것 같습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