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 그야말로 '자금 청산 폭탄'이 떨어지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목요일인 오늘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 2천7백 달러선까지 밀려났는데요. 이번 하락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비트코인 자체의 가격 하락폭은 4% 미만으로 비교적 완만해 보였지만, 선물 거래 시장에서는 무려 9억 3천1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로 청산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최근 비트코인이 7만 7천 달러에서 7만 8천 달러 사이의 박스권에서 지루하게 횡보하는 와중에도, 많은 투자자가 레버리지, 즉 빚을 내서 무리하게 투자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시장을 끌어내린 가장 큰 주범은 역시 ETF 자금 유출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입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서는 이번 주 들어 단 사흘 만에 10억 2천만 달러가 넘는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아크틱 디지털(Arctic Digital)의 저스틴 다네탄(Justin d'Anethan) 리서치 책임자는 "단순히 이익을 실현하는 수준을 넘어, 기관 투자자들이 아예 자산 포트폴리오의 방향성 자체를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화요일에는 블랙록(BlackRock)의 ETF 물량 약 13억 달러어치가 장외거래를 통해 손바꿈되기도 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역시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 악재까지 터졌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직접적으로 군사 충돌을 일으키면서, 간신히 유지되던 한 달간의 휴전 협정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 때문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2달러선까지 치솟았고, 예측 시장에서는 유가가 12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베팅이 늘고 있습니다. 테서랙트 그룹(Tesseract Group)의 아담 해임스(Adam Haeems) 자산운용 책임자는 "이미 비트코인 시장의 매수세와 거래벽이 매우 얇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러한 중동발 거시경제 악재 뉴스가 나오자마자 실제 거래량보다 가격이 훨씬 더 민감하고 크게 출렁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고공행진 중인 미국 증시와 비교하면, 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가라앉은 모양새입니다. 투자자들의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데요. 예측 플랫폼 미리어드(Myriad)의 집계를 보면,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해 8만 4천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은 불과 이틀 전 74%에서 62%로 뚝 떨어진 반면, 오히려 5만 5천 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은 일주일 전 22%에서 38%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기관들의 자금 이탈과 전쟁 위기가 겹친 만큼, 당분간은 시장의 변동성을 경계하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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