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가문과 끈끈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가상자산 기업들을 봐주기 위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베테랑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몰아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충격적인 조사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번 보도는 전·현직 직원과 기업 관계자 30여 명의 인터뷰와 내부 문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는데요. 문제가 된 기업은 폴리마켓(Polymarket), 크립토닷컴(Crypto.com), 그리고 제미니(Gemini)의 계열사인 제미니 타이탄 등 세 곳입니다. 이 기업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자녀들과 깊은 인연이 있는 곳들이죠.
예를 들어, 정치인이나 선거 결과에 돈을 거는 예측 시장으로 유명한 폴리마켓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고문으로 있는 투자사로부터 돈을 받았고요. 크립토닷컴은 트럼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과 독점 계약을 맺은 비즈니스 파트너입니다. 마지막으로 제미니의 창업자 윙클보스 형제는 차남 에릭 트럼프가 공동 창립한 비트코인 회사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FTC의 실무진들은 이 기업들의 서비스에 사기 방지 대책이 부족하거나 소액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며 승인을 보류하고 조사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위원장 대행이었던 캐롤라인 팸(Caroline Pham)과 수석 고문 브리짓 웨일스(Brigitte Weyls)가 실무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입해 이 기업들의 규제 걸림돌을 치워주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설명입니다. 심지어 문제를 제기했던 실무진들은 이유도 모른 채 대기발령 조치되거나 내부 조사를 받으며 사무실 출입까지 금지당했다고 합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가문과 엮인 기업에는 절대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로 받아들여졌던 것이죠. 게다가 조사를 무마해 준 의혹을 받는 팸 전 위원장 대행과 웨일스 고문은 퇴임 후 각각 폴리마켓과 제미니 타이탄의 관련 회사로 자리를 옮기며 전형적인 '전관예우' 행태까지 보였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CFTC의 가상자산 단속 실적은 눈에 띄게 급감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시절 80건이 넘었던 가상자산 관련 기소 건수가 이번 정부 들어서는 단 2건에 불과한데요. 그마저도 거물급 기업이 아닌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진행 중이던 대형 거래소 조사 등 최소 5건의 가상자산 관련 수사도 소리 소문 없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CFTC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석인 위원 자리를 채우지 않아, 작년 12월 취임한 마이클 셀리그(Michael Selig) 위원장 1인 체제로 독점 운영되고 있습니다. 위원장이 혼자서 소송이나 규제 제정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라, 대통령의 사업 제국과 얽힌 시장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며 어떤 이해충돌도 없다고 반박했고, 해당 기업들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리처드 블루멘탈(Richard Blumenthal) 민주당 상원의원은 "CFTC가 비리 코인 기업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가상자산 규제 완화 법안 통과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폭로로 인해 CFTC에 가상자산 시장의 막강한 감독권을 부여하려던 미 의회의 법안 논의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분들로서도 미국 규제 당국의 신뢰성에 금이 간 만큼, 향후 시장의 규제 방향성을 더 주의 깊게 지켜보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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