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오늘, 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한번 거센 매도 바람이 불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7만 8,000달러 선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이 하루 사이에 약 3%나 증발하며 2조 5,900억 달러 수준까지 밀렸는데요. 이더리움(Ether) 역시 가격을 지셔해 주던 2,200달러 선 근처까지 바짝 내려왔고, 리플(XRP), 솔라나(Solana), 에이다(Cardano), 도지코인(Dogecoin) 같은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죠.
첫 번째 원인은 그동안 시장을 받쳐주던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즉 ETF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빼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비트코인 ETF에서 무려 1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빠져나갔는데요. 특히 5월 15일 하루 동안에만 2억 9,000만 달러의 순유출이 기록되었는데, 미국에 상장된 12개 비트코인 ETF 중 단 한 곳도 자금이 새로 들어온 곳이 없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상품에서만 3억 1,700만 달러 이상이 유출되었죠. 이더리움 ETF 역시 5일 연속 자금 유출을 기록하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최근 6주 동안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며 분위기가 좋았지만, 시장이 불안해지자 위험을 피하려는 기관들이 서둘러 발을 빼는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금리 인하에 대한 실망감 때문입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4.55%를 돌파하면서 비트코인처럼 변동성이 큰 위험 자산의 매력이 뚝 떨어졌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안전하게 높은 이자를 주는 국채가 있으니 돈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이죠. 여기에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게 꺾였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확률을 고작 27% 수준으로 낮게 보고 있으며, 심지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격 상승에 배팅했던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며 강제로 물량을 정리당하는 '강제 청산'이 도미노처럼 일어났고, 하루 만에 2억 달러가 넘는 매물이 쏟아져 하락세를 부채질했습니다. 물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암호화폐 규제의 명확성을 높여주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지만,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말 특유의 거래량 부족을 틈탄 대형 거래소의 기습적인 매도 압력이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가 거래량이 적어 가격 변동성이 커지기 쉬운 주말 시간에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무차별 매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인데요. 몇 분 간격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이 계속 쏟아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시장을 뒤흔들 엄청난 악재가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과 함께 불안감이 극대화되었습니다. 결국 경기 불확실성과 기관의 이탈, 그리고 주말의 기습적인 매도세가 겹치면서 오늘 같은 급락장이 연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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