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클래리티 법안'이라는 초대형 호재가 터졌는데도 비트코인 가격이 생각보다 시원하게 달리지 못해서 의아하셨던 분들 많으실 겁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8만 달러($80,350) 선을 간신히 턱걸이하며 8만 2,000달러라는 강력한 저항벽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호재보다 더 강력한 거시 경제의 복병, 바로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인플레이션 공포'가 기관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의 자금 흐름을 보면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인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7일 이동평균 순유입액이 하루 마이너스 8,800만 달러까지 떨어졌는데요. 이는 지난 2월 중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출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관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최근 가격 회복세를 틈타 차익 실현을 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해 '영리한 매도'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기관들은 지금 시점에서 비트코인을 팔고 현금을 챙기려는 걸까요? 답은 미국의 국채 금리와 물가 지표에 있습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무려 4.52%까지 치솟으며 약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여기에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8%나 오르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물가를 계속 자극하고 있는 탓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이 그토록 기대하던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뒤로 싹 밀려나 버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같은 곳은 올해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죠. 미국 국채 금리가 4.5%를 넘어가면 굳이 위험자산인 암호화폐에 돈을 묶어두기보다, 안전하면서도 쏠쏠한 이자를 주는 국채나 현금성 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투자자로서 지금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핵심 가격 기준선은 바로 '7만 7,000달러'입니다. 해시키 그룹(HashKey Group) 등의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7만 7,000달러 선만 잘 지켜내 준다면 이번 ETF 자금 유출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지지선이 무너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재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아직 청산되지 않은 계약)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7만 7,000달러가 깨질 경우 레버리지(빚을 내서 투자한 자금)가 대거 청산되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면서 하락 폭이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로는 8만 2,000달러에서 8만 4,000달러 구간이 아주 두터운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현장 전문가들의 신중한 진단과 달리, 예측 시장인 마이리드(Myriad)의 일반 참여자들은 88%의 높은 확률로 비트코인이 결국 8만 4,000달러까지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며 여전히 강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지금의 비트코인 시장은 제도권 진입이라는 강력한 내부 호재와 고금리 장기화라는 거시 경제의 압박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당분간은 거시 경제 지표의 움직임과 함께 7만 7,000달러 지지 여부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차분하게 대응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