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를 담은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찬성 15표, 반대 9표로 가결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 소속의 루벤 가예고(Ruben Gallego) 의원과 안젤라 알소브룩스(Angela Alsobrooks) 의원 두 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당을 초월한 초당적 지지를 받아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통과로 법안은 이제 상원 전체 회의라는 다음 관문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고, 업계에서는 이를 상당한 호재이자 큰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요. 위원회 청문회 과정에서 치열한 설전이 오갔습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반대파인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의원은 이 법안을 두고 가상자산 업계만을 위한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금 시급하게 처리할 우선순위도 아닐뿐더러, 가상자산 시장 내에서 사기 행위만 더 부추기고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고 경고했죠. 실제로 워런 의원은 미국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기업에게 마스터 계좌를 발급해주지 못하도록 막는 수정안까지 냈지만 결국 통과되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의원은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번 법안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 조항들이 촘촘하게 들어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오히려 금융의 자유를 확대하고 미국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톰 틸리스(Thom Tillis) 의원 역시 이 의견에 힘을 보태면서, 바로 이런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사법 당국을 포함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거나 관련 플랫폼과 얽히는 것을 금지하자는 윤리 조항 수정안도 발의되었지만, 당적에 따라 표가 갈리면서 최종 부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앞으로 이 법안이 어떻게 흘러갈지겠죠.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클래리티 법안은 지난 1월에 상원 농업위원회를 통과한 또 다른 법안인 디지털 상품 중개인 법안(DCIA)과 합쳐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합쳐진 법안이 상원 전체 회의에 상정되면 본격적인 토론과 표결이 시작되는데요. 법안이 상원을 최종 통과하려면 기본적으로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무제한 토론을 종결시키고 표결로 넘어가려면 60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이미 지난해 하원을 통과했던 하원 버전의 법안과 내용을 조율하고 합치는 조율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양원의 의견을 하나로 모은 최종안이 나오면,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한 번 더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책상으로 올라가 최종 서명을 받아야 비로소 정식 법률로 효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법제화까지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아주 중요한 첫 단추를 채웠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