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테이블 코인인 USDC의 발행사, 써클(Circle)이 올해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하며 아주 흥미로운 소식들을 전해왔습니다. 우선 실적부터 살펴보면 시장의 평가가 묘하게 엇갈리고 있는데요. 주당순이익은 0.21달러를 기록하며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0.17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매출 부분에서는 약 6억 9,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예상치였던 7억 1,500만 달러에는 살짝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죠. 전년 대비 매출이 20%나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에 약 3% 정도 차이가 발생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매출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건 바로 써클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크(Arc)'에 대한 소식이었습니다. 써클은 아크 네트워크의 전용 토큰인 '에이알씨(ARC)'의 사전 판매를 통해 무려 2억 2,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투자 라운드를 통해 아크 프로젝트의 가치는 무려 30억 달러로 평가받게 되었는데요. 놀라운 점은 투자자들의 면면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을 필두로 아폴로 펀드(Apollo Funds),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 같은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은 물론이고 불리시(Bullish)와 같은 가상자산 전문 기업들까지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크'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하실 텐데요. 써클은 이번에 아크의 백서를 공개하며 이 네트워크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기관 금융을 위한 최적의 블록체인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USDC가 달러 가치에 고정되어 결제에 쓰이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면, 이번에 발행되는 에이알씨 토큰은 이더리움의 이더나 솔라나의 솔 토큰처럼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보안을 유지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데 쓰이는 '핵심 연료' 역할을 하게 됩니다. 즉, 써클이 단순히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를 넘어 금융 기관들이 안전하게 자산을 토큰화하고 국경 없는 송금을 할 수 있는 거대한 인프라를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죠.
실제로 USDC의 활용도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온체인 거래량은 무려 260%나 급증해 21조 5,0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했고, 시중에 유통되는 USDC의 양도 770억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이런 탄탄한 기반 위에 블랙록 같은 전통 금융의 강자들이 힘을 보태고 있으니 써클의 확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써클의 주가 역시 장전 거래에서 1.2% 정도 상승하며 115달러 선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를 넘어 제도권 금융의 블록체인 표준이 되려는 써클의 도전이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바꿀지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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