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가구를 사려고 앱을 켜지 않습니다. 그냥 “집 좀 예쁘게 꾸며볼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순간 이미 소비는 시작된 상태입니다. 이 흐름을 가장 정교하게 설계해놓은 기업이 바로 오늘의집입니다. 겉으로 보면 인테리어 쇼핑앱처럼 보이지만, 실제 구조를 뜯어보면 콘텐츠·커머스·시공을 하나로 묶어 ‘주거 생활 전체’를 흡수하려는 플랫폼입니다. 이 포지션은 한국에서 거의 유일합니다.
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오늘의집은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약 800만 명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연간 거래액(GMV)은 약 2조 원 내외까지 올라온 상태입니다. 불과 몇 년 전 5천억 수준에서 출발했던 걸 감안하면 성장 속도는 상당히 가파른 편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건 단순 거래액이 아니라 ‘체류시간’과 ‘콘텐츠 소비량’입니다. 일반 커머스 앱 대비 평균 체류시간이 훨씬 길고, 저장(스크랩) 기능 사용률도 높습니다. 이건 단순 쇼핑이 아니라 ‘구경하는 플랫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가 결국 매출로 연결됩니다.
이 회사의 핵심은 “필요 기반 소비”가 아니라 “영감 기반 소비”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쿠팡은 필요할 때 들어가서 빠르게 사고 나오는 구조입니다. 반면 오늘의집은 들어가서 오래 머뭅니다. 집 사진을 보고, 스타일을 비교하고, 저장하고, 다시 돌아와서 보고, 그러다 어느 순간 결제까지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객단가가 올라갑니다. 실제로 인테리어 카테고리는 단가가 높은 편이고, 소품 → 가구 → 시공으로 이어지면서 한 고객이 만드는 매출 규모는 계속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확장 포인트가 바로 ‘시공’입니다. 단순히 조명이나 의자를 파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도배·장판·욕실·주방 리모델링까지 연결됩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커머스는 마진이 제한적이지만, 시공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단위 거래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인테리어 시장은 국내 기준 연간 3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아직까지 디지털 전환이 완전히 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오늘의집은 이 시장을 온라인화하는 과정에 있는 셈입니다.
경쟁사를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전통 강자인 이케아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오프라인 중심입니다. 체험은 좋지만 빈도가 낮고, 접근성이 제한적입니다. 네이버는 검색 기반으로 쇼핑을 연결하지만, ‘취향 큐레이션’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무신사가 패션에서 했던 것처럼,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에서 “스타일 기반 커머스”를 만들고 있는 구조입니다. 글로벌로 보면 Wayfair가 거래액 기준으로는 훨씬 크지만, 콘텐츠 결합력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Houzz는 시공 연결에 강점이 있지만 커머스 확장성이 제한적입니다. 오늘의집은 이 두 모델을 동시에 가져가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이 회사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투자 스토리입니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한때 기업가치 약 2조 원 수준까지 평가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인테리어 하나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업계에서는 “한국판 Houzz를 넘어서 아시아 대표 홈 플랫폼으로 갈 수 있느냐”가 핵심 질문입니다. 실제로 일본·동남아 진출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고, 글로벌 확장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가십 거리도 꽤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전환 압박이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가 늘었고, 최근 몇 년간 테크 기업 전반의 분위기가 “성장보다 이익”으로 바뀌면서 방향 조정이 필요해졌습니다. 일부 시공 관련 CS 이슈나 품질 관리 문제도 커뮤니티에서 종종 언급되면서 “플랫폼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논쟁도 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는 인플루언서 생태계입니다. 오늘의집에서는 실제 일반 사용자도 콘텐츠를 올리다가 ‘인테리어 인플루언서’로 성장하고, 브랜드 협찬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 쇼핑몰이 아니라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증거입니다.
핵심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입니다. 어떤 집 스타일이 뜨는지, 어떤 색감이 유행인지, 어떤 가격대에서 소비가 발생하는지, 어떤 제품이 같이 구매되는지까지 전부 쌓입니다. 이 데이터는 단순 광고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추천 정확도가 올라가면 구매 전환율이 올라가고, 이는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나아가 PB 상품이나 브랜드 협업 상품을 만들 때도 이 데이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결국 “취향을 알고 있는 플랫폼”이 시장을 가져가게 됩니다.
정리하면,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쇼핑앱이 아닙니다. 콘텐츠로 사람을 붙잡고, 커머스로 돈을 벌고, 시공으로 객단가를 폭발시키는 구조를 가진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취향 데이터를 쌓고, 한 번 생태계를 만들면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직 성장 과정이지만, 이 모델이 완성되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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