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중요한 법안이 드디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입니다. 현재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팀 스콧(Tim Scott)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법안 통과가 '레드존(Red Zone)'에 진입했다고 표현했는데요. 미식축구에서 골라인을 코앞에 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니, 그만큼 법안 처리가 임박했다는 뜻이죠. 빠르면 5월 중순쯤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수정하고 표결하는 이른바 '마크업(Markup)'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마냥 밝기만 한 건 아닙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 넘어야 할 '윤리'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공화당의 핵심 협상가인 톰 틸리스(Thom Tillis) 의원은 법안에 엄격한 윤리 규정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민주당 측에서도 자금 세탁 같은 불법 금융 문제와 더불어 정치인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여기서 이해충돌이란 정치인이 공적인 결정을 내릴 때 본인의 재산이나 이익이 걸려 있어 공정성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윤리 논쟁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이 운영하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같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나 채굴 기업인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의 지분 보유 등을 문제 삼고 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가상자산 행사까지 열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민주당은 이 법안이 특정 정치 가문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될까 봐 잔뜩 경계하는 모양새입니다. 심지어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을 두고 '트럼프의 꼭두각시'가 되어 가상자산 업체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거친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스테이블코인(가치 안정화 코인)을 보유했을 때 주는 보상을 어떻게 규제할지, 그리고 중앙 관리자 없는 금융 시스템인 디파이(DeFi)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도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법안이 올해 안에 최종 통과될 확률을 두고 15%에서 50%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데요. 과연 미국 정치권이 '트럼프 리스크'와 '윤리 논란'이라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풀고 가상자산 시장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지, 5월의 워싱턴을 주목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