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6만 6천 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지난 24시간 동안 약 3.7% 하락했는데요, 최근 몇 주째 6만 달러에서 7만 달러 사이를 오르내리는 지루한 횡보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더리움도 2천 달러 근처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요. 가격 하락 자체보다 방향 없이 질질 끄는 이 장세가 투자자들을 더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반등 가능성은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현재 약 800만~900만 개의 비트코인이 현재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그만큼 많은 물량이 손실 구간에 묶여 있다는 뜻인데요, 이 물량들이 가격이 조금만 올라오면 "본전이라도 찾자"며 쏟아져 나와 반등을 막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장기 보유자들 사이에서도 손실을 실현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1천~1만 BTC를 보유한 대형 지갑들은 1년 사이 보유량을 18만 8천 개 가까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처럼 큰손들이 조용히 물량을 털어내는 재분배 국면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거시 환경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비트유닉스(Bitunix) 분석팀은 지금 시장이 에너지와 산업용 원자재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이른바 '공급망 파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방어적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란 관련 강경 발언도 지정학적 불안감을 키우며 추가 매도세를 자극했고요. K33 리서치는 투자자들이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공격적인 관망세"로 진입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오히려 눈여겨볼 신호가 있습니다. 선물 시장의 자금 조달 비율, 이른바 펀딩 레이트가 1분기 내내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펀딩 레이트가 마이너스라는 건,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하락 베팅이 과도하게 몰려 있다는 얘기죠. 비트파이넥스(Bitfinex) 분석팀은 이 상황이 자칫 '숏 스퀴즈', 즉 하락 베팅자들이 강제로 청산되면서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상방 모멘텀이 조금이라도 붙는 순간, 하락에 베팅했던 자금들이 한꺼번에 청산되며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옵션 시장에서는 다소 다른 그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재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하방 보호에 대한 수요가 소폭 늘어났는데요, 이는 투자자들이 상승에 베팅하기보다는 손실을 막는 방어적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현물 ETF 쪽에서도 3월 말 이틀 연속 순유입이 있었지만, 이는 분기 말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고 4월 1일에는 다시 1억 7400만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는 가격대는 상방으로 6만 9천~7만 100달러 구간, 하방으로는 6만 5500달러입니다. 이 두 구간에 유동성이 집중돼 있어서, 어느 쪽으로 먼저 이탈하느냐가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점은 언제일까, '시간 고통'이라는 새로운 개념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도 관심사지만, 이 약세장이 얼마나 더 오래 이어질지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코인데스크는 최근 이를 '시간 고통(time pai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는데요, 급락처럼 충격은 없지만 횡보가 길어지면서 상승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서서히 소진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글래스노드의 실현 시가총액 HODL 웨이브 지표를 보면, 역대 약세장 바닥에서는 6개월 이상 장기 보유자들이 전체 공급량의 85% 이상을 쥐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약 80% 수준인데요, 아직 5%포인트 정도 더 채워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역사적으로는 가격 바닥이 먼저 형성되고, 그 후 몇 달에 걸쳐 장기 보유 비율이 높아지는 패턴이 반복돼 왔습니다.
판테라 캐피털(Pantera Capital) 창업자 댄 모어헤드(Dan Morehead)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습니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진짜 바닥을 찍으려면 6~8개월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동시에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다음 상승 사이클은 단기 자금 흐름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중 채택이 이끌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이미 '탈출 속도(escape velocity)'에 진입했다는 표현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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