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일 미국 증시 핵심 정리합니다.
평화의 기운이 돌다
S&P 500이 3% 가까이 오르면서 지난 한 달 동안 투자자들을 짓눌렀던 불안감이 하루 만에 확 걷히는 느낌이었는데요. 현지 시간으로 오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오 즈음, 이란 대통령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거의 모든 섹터가 일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요.
트럼프 대통령도 Truth Social에 "동맹국들이 직접 해협을 관리해라, 니네 기름은 니네가 챙겨라"는 식의 메시지를 올렸는데, 시장은 이걸 미국이 이 분쟁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장 마감 후 트럼프가 직접 "딜이 없어도 빠져나올 수 있다, 2~3주 안에 나오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그 해석이 맞았다는 게 확인됐죠.
기술주가 가장 먼저, 가장 세게 올랐고요. 경기소비재 섹터가 3% 넘게 뛰었습니다. 항공주도 올랐어요. 아메리칸, 델타 다 올랐고, 카니발 크루즈도 중동에 미사일 안 날아다니겠구나 하는 안도감에 상승했습니다.
반면 에너지 섹터는 오늘 하루 아주 많이 빠졌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37% 올라있던 상황이었거든요. 평화 협상 기대감이 퍼지면서 유가가 쭉 밀렸고, 배럴당 100달러 근처까지 내려왔습니다. 사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합니다. 다만 그동안 전쟁 프리미엄을 한껏 얹고 올라왔던 에너지주 입장에서는 오늘 하루 아주 뼈아픈 날이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는 올랐지만, 한 가지 기억해둘 것이 있습니다. 오늘 반등이 꽤 인상적이긴 했어도, S&P 500은 이번 달 한 달 동안 약 5% 하락한 상태입니다. 오늘이 3월의 마지막 거래일이기도 했는데, 하루 상승만으로 한 달치 손실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마벨 투자
오늘 뉴스 중에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건 역시 엔비디아였습니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에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7천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마벨 주가는 이 소식에 12.8% 급등했고요.
이 투자의 핵심은 실리콘 포토닉스, 통신 인프라, 그리고 커스텀 ASIC 설계 분야에서 두 회사가 공동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겁니다. AI 연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들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자기 생태계 안으로 직접 끌어들이겠다는 겁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GPU만 잘 만들어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GPU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주변의 모든 인프라가 함께 최적화돼야 하거든요. 마벨이 그 퍼즐의 중요한 조각 중 하나인 겁니다.
마벨 입장에서도 나쁜 거래가 아닙니다. 업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랑 직접 파트너십을 맺는 거니까요. 이기기 어렵다면 같은 편이 되는 게 낫다는 논리가 딱 맞아떨어지는 케이스입니다.
맥코믹과 유니레버의 650억 달러 합병
같은 날 맥코믹과 유니레버가 650억 달러 규모의 식품 부문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헬만스 마요네즈, 크노르 수프 같은 브랜드들이 포함된 거래인데요.
그런데 시장 반응이 아주 차가웠습니다. 맥코믹은 6.1% 빠졌고, 유니레버도 5% 넘게 하락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투자자들이 대형 식품 합병에 학을 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 크래프트 하인즈, 큐리그 닥터 페퍼 같은 대형 합병들이 기대했던 시너지를 제대로 못 내고 오히려 통합 과정에서 고생한 선례들이 있거든요. 규모가 클수록 통합도 복잡하고, 레거시 브랜드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시장이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겁니다.
실적 시즌: 나이키, RH, 비욘드미트
오늘 장 마감 후 굵직한 실적들이 쏟아졌는데, 분위기가 대체로 좋지 않았습니다.
먼저 나이키입니다. 나이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주가가 시간 외에서 9% 빠졌습니다. 숫자만 보면 EPS 0.35달러로 추정치 0.29달러를 웃돌았고, 매출도 112.8억 달러로 컨센서스에 거의 맞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빠졌냐고요.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중국 매출이 20% 급감했습니다. 20%입니다. 이게 굉장히 큰 숫자입니다. 북미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매출총이익률이 40.2%까지 눌렸고, 나이키 다이렉트, 그러니까 자사 앱이나 직영 매장을 통한 직접 판매 채널 매출도 4% 줄었습니다. 직판 채널이 빠진다는 건 디지털 전략이 잘 안 먹히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엘리엇 힐 CEO가 취임한 이후 나이키는 방향 전환을 시도 중인데, 힐 CEO 본인도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시장은 지금 당장의 숫자를 보고 반응하는 곳이니까요.
다음은 RH입니다. 럭셔리 가구 인테리어 브랜드인데요, 주가가 시간 외에서 무려 19% 폭락했습니다. 조정 EPS 1.53달러로 추정치 2.22달러를 크게 밑돌았고, 매출도 8.43억 달러로 컨센서스 8.73억 달러에 못 미쳤습니다. 더 문제는 앞으로의 가이던스입니다. 내년도 매출 전망치를 35.8억에서 37.2억 달러 사이로 제시했는데, 이게 월가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입니다.
RH 같은 고가 인테리어 브랜드에 가장 치명적인 게 두 가지입니다. 고금리와 주택 거래 침체입니다. 사람들이 집을 사고팔 때 가구를 바꾸거든요. 집이 안 팔리고, 대출 이자가 비싸면, 소비자들은 50만 원짜리 쿠션이나 200만 원짜리 소파를 선뜻 지르지 않습니다. 그게 지금 RH가 처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욘드미트. 주가가 13% 하락했습니다. 매출이 6,160만 달러로 컨센서스 6,300만 달러에 못 미쳤고, 매출총이익이 전년 대비 86%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86%입니다. 대체육 카테고리 자체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식어버렸고, 이 회사가 그걸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OpenAI, 1,220억 달러 자금 조달 마무리
한편 따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 소식이 있는데요. OpenAI가 기업 가치 8,520억 달러 기준으로 총 1,2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70조 원에 가까운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번 라운드에서 처음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은행 채널을 통해 문을 열었다는 겁니다. 30억 달러 규모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들어왔습니다. IPO 전 단계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그만큼 OpenAI라는 브랜드의 시장 흡인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있을 IPO가 얼마나 뜨거울지, 지금부터 기대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오늘 시장은 전쟁 공포가 빠지면서 억눌려 있던 매수세가 터져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달 전체로 보면 여전히 마이너스 구간이고, 유가도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중동 정세가 실제로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그리고 실적 시즌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이 두 가지가 앞으로 수 주간 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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