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7일 암호화폐 시장 흐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한 달간 시장을 짓누른 최대 변수는 이란 전쟁이었습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 사실상 막히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이게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이어졌습니다. 연준(Fed)이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퍼지기 시작한 거죠.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나름 영리한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풀어, 이란 공급 차질을 러시아산으로 메우겠다는 전략이었는데요. 그런데 이번 주 우크라이나가 이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레닌그라드 지역의 항구와 정유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겁니다. 그 결과 러시아 원유 수출 능력의 약 40%가 한순간에 멈춰섰습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편집장 마이클 컨(Michael Kern)은 이를 두고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 원유 수출에 가해진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단순히 생산 문제가 아니라 원유를 구매자에게 운반하는 물류 자체가 마비됐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란 전쟁발 공급 차질에 러시아발 차질까지 겹치면서, 이미 높았던 유가가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월요일 한때 10% 가까이 빠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현재 배럴당 95달러까지 다시 올라왔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습니다.
왜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유가에 신경을 써야 하냐고요? 에너지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안 잡히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고, 금리가 오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이미 옵션 시장에서는 2주 안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자금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도 나왔습니다.
비트코인은 현재 6만 5,000달러에서 7만 5,000달러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는데요. 이 구간이 아래로 뚫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 비트코인 가격은 약 6만 8,300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약 2% 하락했습니다.
그래도 비트코인은 금보다 잘 버텼다
거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흥미로운 반전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이 이란 전쟁 이후 오히려 급락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이 JP모건에서 나왔습니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Nikolaos Panigirtzoglou) 이사가 이끄는 분석팀에 따르면, 금은 이달 들어 약 15% 하락했습니다. 금과 은이 연초에 역대 최고가(금 온스당 5,500달러, 은 온스당 120달러)까지 올랐던 터라 기관들이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낸 결과입니다.
3월 첫 3주 동안 금 ETF에서는 약 11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은 ETF는 지난 여름 이후 쌓였던 유입분을 전부 반납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오히려 순유입을 기록했습니다. CME 선물 시장 기준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포지션도 최근 몇 주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고요. 모멘텀 지표로 보면 금과 은이 과매수에서 급격히 중립 이하로 떨어진 반면, 비트코인 모멘텀은 과매도에서 중립을 향해 회복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JP모건 팀이 특히 주목한 건 이란 내부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전쟁이 터진 후 이란 현지에서 크립토 사용량이 급증했는데요. 시민들이 자국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이나 해외 플랫폼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기 시작한 겁니다. 비트코인이 국경이 없고, 개인이 직접 보관할 수 있으며, 24시간 거래 가능하다는 특성이 자본 통제와 화폐 가치 하락이 현실인 상황에서 실제로 작동했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물론 이걸 두고 비트코인이 완전한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하기는 이릅니다. 지금 당장은 거시 압력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고, JP모건 역시 이걸 비트코인의 '상대적 선방'으로 표현했지 '안전 도피처'라고 선언한 건 아닙니다.
데이비드 색스, 크립토 최고 담당자 자리를 떠나다
정책 쪽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AI·크립토 황제(czar)였던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가 오늘 자신의 역할이 바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색스는 2024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크립토·AI 차르, 즉 최고 담당자로 임명됐습니다. 취임 이후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통과를 주도했고, 현재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크립토 시장 구조 법안(클래리티 액트, CLARITY Act)에도 깊이 관여해왔는데요.
그런데 그가 맡았던 직책이 '특별 정부 직원(special government employee)'으로 분류돼 있었고, 이 경우 법적으로 130일 이상 재직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지난 가을부터 색스가 이 기간을 초과했다고 문제를 제기해온 상황이었습니다.
색스는 이제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의 공동 의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PCAST는 AI, 양자 컴퓨팅, 원자력 등 첨단 기술 전반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구입니다. 함께하는 멤버들도 화려한데요.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공동 창업자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델 창업자 마이클 델(Michael Dell),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 AMD CEO 리사 수(Lisa Su),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코인베이스 초기 투자자 프레드 에어샘(Fred Ehrsam) 등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역할의 성격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크립토 최고 담당자로서 색스는 대통령에게 직접 접근해 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반면 PCAST는 어디까지나 자문 기구입니다. 보고서를 내고 권고안을 제시하지만, 정책을 직접 설정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데이비드는 여전히 대통령의 크립토·AI 최고 담당자지만, 이번 새로운 역할로 더 넓은 범위의 중요한 기술 이슈들에 대해 자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색스 본인은 오늘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크립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클래리티 액트, 앞날이 불투명해지다
색스의 역할 변경 소식이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크립토 규제 법안의 핵심인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가 현재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원은 지난해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클래리티 액트 하원 버전을 통과시켰습니다. 1월에는 상원 농업위원회도 위원회 단계를 통과했는데요. 문제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겁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허용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4월 13일이 다음 마크업(markup) 회의(법안의 세부 조문을 수정·확정하는 회의)로 예정돼 있는데, 이날이 법안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인 센터(Coin Center)의 피터 반 발켄버그(Peter Van Valkenburgh) 이사는 오늘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업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흘려보내면, 그냥 트럼프 행정부의 단기적 우호적 재량에만 기댔다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입법을 통한 구조적 기반 없이 행정부의 분위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죠.
데이비드 색스라는 크립토 정책의 구심점이 흐릿해진 지금, 클래리티 액트와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등 주요 크립토 정책 이니셔티브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될지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3월이 며칠 안 남은 지금, 비트코인의 4월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요? 4월 13일 전후로 어떤 무빙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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