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흔히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같은 물건이라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이 형성된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리(distance)’라는 요소를 경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파는 생수는 일반 마트보다 훨씬 비싸다. 제품 자체는 동일하지만, 소비자가 그 장소에 도달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이동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기업은 상품 자체가 아니라 ‘접근성(accessibility)’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개념은 오프라인 공간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 노출된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은 같은 품질이라도 전혀 다른 판매량을 기록한다. 이는 ‘물리적 거리’가 ‘정보적 거리’로 바뀌었을 뿐, 본질은 동일하다. 소비자는 더 가까운 것, 즉 더 쉽게 접근 가능한 것을 선택한다.


도시 구조에서도 이 원리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심지에 위치한 상점은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유동 인구’라는 형태의 수요가 특정 공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결국 위치는 단순한 지리적 좌표가 아니라, 경제적 기회가 응축된 자산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거리의 개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교해진다는 것이다. 배달 서비스, 빠른 배송, 추천 알고리즘 등은 모두 ‘거리’를 줄이기 위한 경쟁이다. 하지만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대신 누가 더 빠르게, 더 가깝게 제공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개인에게도 이 원리는 중요하다. 우리가 어디에 살고, 어디에서 일하며,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지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경제적 결과를 바꾸는 변수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네트워크와 기회에 더 ‘가깝게’ 위치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크게 달라진다.


결국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이나 품질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기회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개인과 기업의 성과를 결정짓는 숨은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