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지난 2월 초에 6만 달러 근처까지 떨어졌을 때 많은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는데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점이 이미 바닥이었을 가능성이 꽤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근거로 자주 언급되는 건 '내재 변동성 (implied volatility)'이라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하면, 옵션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한 달 동안 가격이 얼마나 크게 흔들릴 것 같다고 예상하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건데요. 이게 급등하면 시장이 그만큼 공포에 빠져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대표적인 지수가 데리빗 (Deribit)의 DVOL과 볼멕스 (Volmex)의 BVIV인데, 2월 초 비트코인이 급락할 당시 이 수치들이 90%까지 치솟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급등은 시장 참여자들이 극도의 공포 속에서 패닉 매도를 쏟아내는 '항복 구간'과 겹쳤고, 그 직후 가격이 바닥을 확인한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2024년 8월 비트코인이 5만 달러로 급락했을 때도, 2022년 11월 FTX 붕괴로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의 '공포 지수'라 불리는 VIX와 비교해봐도 흥미롭습니다. 비트코인의 내재 변동성은 2월에 먼저 정점을 찍었고, VIX는 그보다 거의 한 달 늦은 3월 9일에야 3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즉, 크립토 시장이 전통 시장보다 먼저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VIX 35%는 높은 수준이지만, 2025년 4월 관세 충격 당시 6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그 수준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표 하나로 바닥을 단정 짓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도 VIX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를 역발상 매수 신호로 활용하는 전략이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퀀트 펀드들은 아예 이 수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주식 비중을 높이는 모델을 운용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의 내재 변동성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번 분석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