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화요일 아시아 장에서 75,912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2월 4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2월 저점인 60,000달러에서 약 25% 반등한 수치인데요.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가격은 다시 74,0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고, 이 짧은 등락이 오히려 지금 이 랠리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상승의 불씨는 있지만, 불길이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숏 스퀴즈가 만든 반등

이번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이른바 숏 스퀴즈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비트코인이 떨어질 거라고 베팅해놨던 투자자들이 예상과 반대로 가격이 오르자 손실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포지션을 청산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강제 매수가 발생하고, 그게 다시 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죠.

지난 24시간 동안 이런 강제 청산 규모는 총 6억 900만 달러에 달했는데, 그 중 공매도 포지션 청산만 4억 8,560만 달러였습니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집계 기준입니다. 10x 리서치는 구체적으로, 60,000달러 풋옵션(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에 걸려 있던 대규모 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옵션을 반대로 받아놨던 시장 조성자들이 자신들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현물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도 상승에 기름을 부었고요.

제우스 리서치(Zeus Research)의 도미닉 존(Dominick John)은 "이번 상승은 강력한 현물 수요와 파생상품 시장의 포지션 변화가 결합된 결과"라고 진단하면서도, "숏 스퀴즈로 인한 상승은 보통 며칠에서 길어야 몇 주 안에 식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랠리에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콜옵션 매수가 거의 동반되지 않았는데,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 상승을 적극적으로 추격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기술적 저항선에서 막힌 가격

75,000달러 돌파 실패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74,400달러 선은 작년 4월 초 지지선으로 작동하다가, 이후 비트코인이 126,000달러 이상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출발점이 됐던 구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선이 저항선으로 바뀌어 가격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선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후퇴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이 구간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명확한 상승 모멘텀 없이는 이 선 위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공포-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현재 28로, '공포' 구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주 '극도의 공포' 구간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진짜 수요는 살아있다

숏 스퀴즈만으로는 이번 반등 전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관 자금의 움직임이 그 밑에서 조용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는 지난주에만 7억 6,730만 달러가 순유입됐습니다. 3주 연속 자금이 들어온 겁니다. 이더리움 현물 ETF에도 같은 기간 1억 6,080만 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1월 중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코인엑스(CoinEx)의 수석 애널리스트 제프 코(Jeff Ko)는 "지속적인 저점 매수와 ETF 순유입은 기저 수요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알트코인들의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이더리움, 솔라나(SOL), 에이다(ADA)가 각각 7% 이상 오르며 비트코인 상승폭을 웃돌았는데요. 이는 단순히 비트코인 한 종목에만 돈이 몰리는 게 아니라, 더 위험한 자산으로도 자금이 분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비트코인 관련 주식들도 강세였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6%, 마이크로스트래티지(Strategy)가 5%, 코인베이스(Coinbase)가 3% 올랐습니다.


기관은 폭락 속에서도 팔지 않았다

바이트와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 맷 후건(Matt Hougan)은 이번 사이클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보여준 행동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합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2024년 1월 출시 이후 2025년 10월까지 약 600억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비트코인이 50% 가까이 폭락하는 동안, ETF에서 빠져나간 돈은 100억 달러도 되지 않았습니다.

후건은 이를 두고 "혹독한 하락장에서도 기관 투자자들이 '다이아몬드 핸즈(절대 팔지 않는 손)'임을 증명했다"고 표현했는데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비트코인은 아직 비주류 자산입니다.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동료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일종의 커리어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에 투자를 결정하는 기관은 이미 80~90%의 확신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반신반의한 상태에서는 그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이들의 자금은 웬만한 시장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끈적한 돈'이 된다는 게 후건의 분석입니다.

그는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비트코인의 10년 목표가인 100만 달러도 전혀 터무니없는 수치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전 세계 가치 저장 시장이 지난 20년처럼 계속 성장하고, 비트코인이 그 시장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기만 하면 된다"고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10년짜리 장기 시나리오입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유가, 여전히 최대 변수

이번 반등의 또 다른 배경은 지정학적 긴장 완화입니다.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길목인데, 이란이 이 해협을 통한 선박 통항을 제한하면서 지난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해협 안전 확보에 동참을 촉구하고, 일부 파키스탄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됐습니다. 덕분에 원유 가격이 한때 4% 떨어졌고,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도 이에 반응해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유가는 이후 다시 반등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103달러, WTI유가 96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닌 거죠. 미국 주식시장은 다우존스 0.83%, S&P 500 1.01%, 나스닥 1.22% 오르며 반등했고, 아시아 시장도 코스피 2.6%, 닛케이 0.5%, 항셍 1% 상승으로 화답했습니다.

제프 코는 "지금 비트코인은 유가, 금리, 달러 가치 같은 거시 변수와 점점 더 강하게 연동되고 있다"며 유가가 앞으로도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내일 연준 금리 결정이 분수령

시장의 눈은 이제 내일(3월 18일)로 향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도 앞두고 있어, 인플레이션 상황을 다시 한번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지금 랠리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주저앉을지는 이 거시 변수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