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규제로 막힌 은행을 대신해 16년간 성장한 사모대출 시장이 최근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쇄도에 크게 흔들리고 있음
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은 투자 대상 기업의 파산과 인공지능(AI)의 위협이지만 월가에서는 시장구조 자체에도 취약점이 수두룩하다고 비판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장부상 몸집을 불리기 위해 대출 문턱을 과도하게 낮추고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투자전략가는 12일 사모대출 부실 문제를 거론하며 “올해 자산 가격 흐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인) 2007년 중반~2008년 중반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우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6개월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지수는 9.12% 하락
금융지수의 한 축인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최대 실적을 냈지만 다른 축인 사모펀드 운용사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
블루아울(-53.69%)을 비롯해 아레스매니지먼트(-45.37%), 블랙스톤(-44.44%), KKR(-42.01%),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25.57%) 등은 지난해 9~10월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담보대출 업체 트라이컬러·프리마렌드가 파산 신청을 한 뒤부터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음
월가에서 사모대출 시장의 첫 번째 문제로 꼽는 부분은 부실한 기업도 받아주는 대출 계약 조건
운용 자금을 키워 수수료를 늘리려는 사모펀드들이 이른바 ‘코브라이트(재무 조항 완화형)’ 대출 조건으로 기업 부실을 떠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
코브라이트 대출은 과거 대형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활용하던 혜택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유동성이 넘쳐나자 사모펀드들이 이를 비상장 중견기업 대출 시장에도 적용하기 시작
로펌 에버셰즈서덜랜드의 벤 데이비스 사모대출 부문 책임자는 “사모대출 회사들이 올해에도 코브라이트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할 것 같다”고 우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사모대출 시장의 두 번째 문제는 늘어나는 현물 지급(PIK) 대출
PIK는 현금 여력이 없는 좀비기업들에 이자를 주식이나 채권으로 대신 갚을 수 있게 하는 방식
운용사들은 이자 수익을 현금으로 받지도 못하면서 장부에만 이자를 지급받은 것으로 분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사모대출 시장 전체에서 5.2%를 차지했던 PIK 대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11%까지 올라갔음
부채만 늘리고 기업가치 제고가 되지 않는 부실 PIK 비중은 2021년 4분기 2.5%에서 지난해 4분기 6.4%로 높아졌음
미국 재무부 금융연구국(OFR)은 12일 보고서를 내고 사모대출 펀드의 차입금이 3450억 달러(약 517조 15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
사모펀드 스스로 만든 레버리지 리스크 또한 클 수 있다는 추정
여기에 최근 개인 투자 자금의 불안정성 문제까지 직면
애초 사모대출은 기업개발회사(BDC) 형태의 폐쇄형 펀드에 7~10년 정도 자금을 묶어두는 기관투자가들만의 시장이었음
이후 기존 큰손인 연기금이나 보험사들의 출자가 한계에 다다르자 운용사들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패밀리오피스로 시장을 확대
사모펀드들은 일반 개인들에게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 시작.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급전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분기별로 순자산가치(NAV)의 5% 정도를 환매할 수 있는 준유동성 상품을 남발
사모대출 시장에서 비대해진 개인 자금은 올 1월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코워크’ 출시를 기점으로 전체 금융시장을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음
블랙스톤의 경우 이달 사모대출 펀드 ‘BCRED’의 자산 7.9%에 해당하는 38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모두 환매해주기로 했다. 모건스탠리와 클리프워터는 요청 금액의 절반만 수용하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고 블루아울은 일부 펀드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는 고육지책을 썼음
모닝스타의 잭 섀넌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의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음
사모신용 위기 Q&A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럽지만, 월가에서 이란전쟁보다 더 두려워하는 일이 있다.
바로 사모신용 시장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다. 사모신용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까다로운 규제를 받게 된 은행 기업 대출의 빈자리를 파고들며 어느덧 2조달러 이상의 큰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부실 징후와 잇따른 환매 요청으로 인한 유동성 우려 등이 흘러나오면서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모신용 시장, 최근 어떤 일이 벌어졌나.]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드와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가 2주 간격으로 잇따라 파산하면서부터임
퍼스트브랜드의 경우 1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했는데 사모신용 펀드부터 대출채권 담보부증권(CLO)까지 광범위한 대출을 받았음에도 시장에서 부실 징후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모신용 펀드의 자산 건전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음
트라이컬러의 경우 전형적인 사모신용 부실이라기보다는 자동차 대출 데이터를 조작하고 담보를 중복으로 설정하는 등의 사기에 가까웠음
하지만, 불투명한 구조화 대출과 담보 검증이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명성이 부족한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바퀴벌레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사모신용 시장에 숨겨진 부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부채질
올해 들어서는 사모신용 시장에 더욱 직접적인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
사모신용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 사모펀드들에 환매 요구가 빗발치며 환매를 중단한다거나 투자 기업의 파산 등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 사례가 생겨난 것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사업모델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에 기술주 투자 비중이 큰 펀드들에 환매 요구가 집중
미국 대형 사모펀드 투자사 블루아울은 지난 2월 자사 펀드 '블루아울 캐피털 코프 II'의 분기별 환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음
이 펀드는 지난해 11월부터 합병 등을 이유로 환매를 중단해왔는데 올해 들어서도 단기간 펀드 환매 요구가 급증하면서 자금의 급속한 유출을 막기 위해 아예 환매를 영구 중단하기로 했음
사모펀드 블랙스톤도 자사 대체투자펀드 'BCRED'펀드에서 지난 1분기에 38억달러(약 5조6천억원)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았음
이는 펀드 전체의 7.9%에 달하는 규모로, 블랙스톤은 분기별 환매 기준치를 7%로 상향하고, 임직원 사재를 털어 환매 요구를 수용
월가에서 부유한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급부상한 클리프워터 펀드도 1분기 전체 펀드의 14%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받았음. 이는 분기별 환매 요청을 펀드 자산의 5%로 제한한 규정을 넘어선 것임
최근 블랙록의 지난해 4분기 연말 보고서를 통해 사모신용 부문에서 '인피니트 커머스 홀딩스'에 제공한 약 2천500만 달러 규모의 기업 대출이 전액 손상차손 처리된 사례도 확인
해당 대출은 블랙록 사모신용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임에도, 이전까지 정상 대출로 분류됐었던 터라 사모 대출 자산의 장부 가치와 실제 가치 간 간극 문제가 다시 부각
[사모신용 시장이란 무엇인가]
사모신용 시장이란 사모펀드 등 비은행 대출기관이 기업들에 직접 대출해주는 시장을 말함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은행의 대출이나 공개된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와 달리 비공개 시장에서 대출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
주로 중소·중견기업이나 대기업 비상장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음. 은행 대출 한도가 부족하거나 공개 채권 발행이 어려울 때 주로 이용
투자자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일부 고액 개인 투자자, 보험사와 연기금 등으로, 이들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기업의 신용리스크를 부담하고 사모신용 시장에 뛰어듬
사모신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등 강화된 건전성 규제를 받으며 은행 기업 대출의 문턱을 높였고, 사모펀드(PE)의 급속한 확장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사모신용 시장은 지난 15년간 금융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장 중 하나가 됐음
보험사나 연기금 대출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따라 시장 규모에 차이가 조금씩 나지만, 사모신용 시장의 규모는 대략 2~3조달러 수준으로 추산
사모 시장 데이터기업 프레킨에 따르면 사모신용 시장 규모는 2010년 5천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기준 2조2천800억달러로 성장했음. 15년간 약 5배가량 성장한 것
프레킨은 사모신용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두배로 증가해 4조6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
사모신용 시장은 규모가 광범위하다 보니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모펀드 주도로 시장이 급성장
이들은 기업대출을 구조화해 다양한 펀드와 상품들을 만들어냈는데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사업개발회사(BDC)임
BDC는 성장성이 입증된 중소·중견기업에 직접 대출 및 지분투자 하는 상장 투자회사로 운영된다. 투자자들은 BDC 주식을 증시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으며, 연 8~10%의 높은 배당 수익률 덕분에 최근 몇 년간 고액 자산가들에게 인기 있는 투자 수단으로 부상
국제로펌 메이어 브라운에 따르면 미국 BDC 시장 규모는 2020년 1천270억달러에서 지난해 4천510억달러로 증가
그밖에 기업 대출을 묶어서 트렌치로 재구조화한 CLO, 부실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부실채권 투자 펀드, 개인투자자 중심의 인터벌 펀드 등의 형태가 있음
[ 사모신용 시장, 갑자기 왜 문제가 됐나 ]
사모신용 시장은 저금리, 유동성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음. 투자자에게는 높은 수익률을 주는 좋은 투자처였고, 기업에는 급할 때 은행 외 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였음
그러나 2022년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급격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위기의 도화선이 발생하기 시작
사모신용 시장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변동 금리 형태로 대출을 받은 만큼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대출 부담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한 것
기업들은 고금리에 버티고 있지만, 약 3년이 지나면서 위험이 높았던 대출들에서부터 부실의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음
지난해 퍼스트브랜드 등의 파산이 이런 부실 징후를 일부 드러내며 시장에서는 사모펀드들이 수익성 때문에 부실한 기업들에까지 무분별하게 대출해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음
실제 기업들의 디폴트 비율이 2022년 이후 크게 늘어났음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사모신용 시장에서 대출받은 기업들의 디폴트 비율이 지난해 9.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 이는 지난 2024년의 8.1%에서 크게 늘어난 것임
대부분의 디폴트는 매출 2천500만달러 이하의 소형 기업들에서 발생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
MSCI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 이후 금리가 급등한 뒤 사모신용 펀드의 선순위 대출 중 약 20% 상각 가능성이 있는 대출 비율이 2022년 대비 3배 늘었고, 50% 상각 가능성이 있는 선순위 대출은 5%를 넘었다"고 분석
MSCI는 "현재로서는 펀드가 손실을 상쇄할 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파산 소식이 점점 더 많이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음
월가 베테랑 투자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부실하다고 여겨지는 기업 대출 비율이 지난 2022년에 급증했으며, 그 이후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보였던 사모 대출의 업보가 이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기존 소프트웨어기업의 사업 모델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급격히 커진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
사모신용 시장에서 주요 펀드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익스포져가 약 20% 내외로 높은 편임
JP모건은 주요 30개 BDC에서 소프트웨어 업종이 차지하는 대출액이 약 700억달러로 전체의 1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으며, UBS는 기술 기반 소프트웨어가 BDC 보유 자산의 25%에 해당한다고 추산
월가에서는 지난 몇 년간 소프트웨어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음.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의 인수·합병(M&A)이 늘어난 가운데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직접 인수하거나 차입매수(LBO) 자금 등을 지원해줬음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사모신용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의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았음
하지만, AI의 역습으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부도율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풀이
UBS는 AI로 인한 급격한 산업 재편 같은 최악의 경우 사모신용 펀드 내 소프트웨어와 기술 부문의 부도율이 1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음. 이는 사모신용 펀드의 평균 부도율 2~5%를 훌쩍 웃도는 수준
<주요 자료>
<시사점>
미국 금융시장에서 번지고 있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위기는 단순한 특정 자산군의 조정이 아니라, 지난 15년간 팽창해온 ‘그림자 금융’ 구조의 균열이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요 사모대출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하고 일부 운용사는 인출 제한이나 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유동성 긴장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일시적 시장 변동으로 치부하기보다, 글로벌 금융 구조가 바뀌는 신호로 읽어야 할 시점입니다.
사모대출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전통 은행이 레버리지 론 시장에서 후퇴하자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웠고, 높은 금리와 유동성 프리미엄을 앞세워 자산 규모를 약 2조 달러까지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돼 있었습니다. 비상장 자산 특성상 정확한 시가 평가가 어렵고, 투자자 환매와 자산 유동성이 맞지 않는 ‘유동성 불일치’ 문제가 잠재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환매 요청이 급증한 배경에는 금리 장기 고점 환경과 경기 둔화 우려가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로 등장한 것이 생성형 인공지능(AI)입니다. 특히 AI 에이전트 기술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익 구조를 빠르게 흔들면서 사모대출 시장이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사업 모델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사모펀드들은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규모 레버리지 인수를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AI 기반 자동화가 확산되면서(앤스로픽의 등장을 위미)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가격 구조와 수요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사모대출 시장의 부실 가능성을 더욱 키웁니다. 이미 일부 대출에서는 현금 대신 추가 채무로 이자를 지급하는 ‘PIK(Payment-in-Kind)’ 방식이 급증하며 장부상 수익과 실제 현금 흐름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연체율이 낮아 보이지만 실질적인 부실 위험은 훨씬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만약 기술 변화로 기업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레버리지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부터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사모펀드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은행과 보험사, 연기금이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사모펀드에 신용공여를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돼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대형 금융기관이 사모대출 노출 규모를 공개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위기가 ‘그림자 금융’에서 ‘전통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시장이 의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국내 금융기관이 투자하거나 판매한 해외 사모대출 펀드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해 10조 원대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특히 중수익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면서 잠재적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자산가격 조정이라는 형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과감한 방향 전환입니다. 첫째, 사모대출과 같은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노출을 피해야 합니다. 둘째, 기술 변화에 취약한 산업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용자 기반 구독 모델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은 재평가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기술 변화의 수혜 영역을 냉정하게 선별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핵심 가치는 애플리케이션보다 인프라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등 물리적 인프라와 관련된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투자 포트폴리오 역시 이러한 실물 기반 자산을 일정 부분 포함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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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99416?date=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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