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 소개: HIMS가 뭐 하는 회사야?
Hims & Hers (티커: HIMS)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텔레헬스(telehealth,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이다. 쉽게 말하면, 병원 가기 귀찮거나 민감한 건강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이 앱이나 웹으로 의사 상담을 받고, 처방전 없이 구하기 어려운 약을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탈모, 발기부전, 피부 트러블, 불안·우울증 관련 약,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핫해진 비만 치료제까지 다룬다.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로 운영되다 보니, 한 번 고객을 잡으면 지속적으로 수익이 생긴다는 게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2021년 SPAC(스팩, 기업인수목적회사를 통해 상장하는 방식으로 일반 IPO보다 절차가 간단함) 방식으로 NYSE에 상장했고,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2024년부터 GLP-1 비만 치료제 붐을 타며 주가가 폭발적으로 올랐다. 52주 최고가는 무려 70달러를 넘겼다. 그리고 지금은 23달러 언저리에 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다.
2. 폭풍의 시작: 복제약 한 알이 불러온 연쇄반응
이 모든 혼란의 시작점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성분이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만든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의 핵심 성분으로,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중 가장 유명한 약이다. 수요가 폭발하면서 한동안 FDA(미국 식품의약국) 공식 품절 목록에 올라 있었는데, 미국 법에는 FDA 승인 약품이 품절 상태일 때 다른 약국이나 업체가 같은 성분으로 "복제 조제약(compounded drug)"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 HIMS는 이 구멍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정식 브랜드 약보다 훨씬 저렴하게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팔기 시작했고, 이게 실적의 핵심 동력이 됐다.
그런데 2026년 2월 5일, HIMS는 한 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세마글루타이드 복제 먹는 약(oral pill)을 처음 한 달에 49달러, 이후에는 월 99달러에 팔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Hims & Hers
기존 주사제보다 훨씬 접근성이 높은 알약 형태라 엄청난 파급력이 예상됐다.
그런데 이게 불을 지폈다. FDA는 즉각 결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고, 보건복지부(HHS) 법무 부서는 HIMS를 미국 법무부(DOJ)에 연방법 위반 가능성으로 조사 의뢰했다. 그것도 모자라 노보 노디스크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주가는 그 이후 단 며칠 만에 35%가 빠졌다. HIMS는 결국 출시 며칠 만에 해당 알약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왜 이렇게 강한 반응이 나왔을까. FDA는 이미 2025년 9월에 HIMS에 경고 서한을 보낸 적이 있는데, "오젬픽·위고비와 동일한 활성 성분"이라는 마케팅 문구가 허위·오해 유발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런데 HIMS는 2026년 2월 먹는 약 출시 발표에서 "위고비와 동일한 활성 성분"이라는 거의 같은 표현을 또 썼다. 한 번 경고를 무시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 셈이 됐고, 규제 당국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3. 주가 롤러코스터: 고점 대비 80% 하락, 그리고 반등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이렇다. 2025년 7월 말에 52주 최고가 70달러를 넘긴 HIMS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 압력을 받았다. 2026년 2월 24일에는 52주 최저가 13.74달러를 기록했다. 고점 대비 약 80% 가까이 빠진 셈이다.
하지만 2026년 3월 9일, 반전이 일어났다. 노보 노디스크가 소송을 취하하고 HI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루에 41% 급등했다. 현재(3월 12일 기준)는 23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전히 고점 대비는 한참 낮지만, 최저점에서는 70% 가까이 올라온 상황이다.
4. 2025년 실적: 숫자는 좋았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실제 비즈니스 성과는 꽤 인상적이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약 23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9% 성장했고, 순이익은 1억 2,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실제 영업 현금 창출 능력을 보는 지표)는 3억 1,800만 달러였다. 구독자 수도 25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3% 늘었다.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 매출에서 직접 원가를 제외한 비율로 높을수록 좋다)은 73.8%로, 헬스케어 플랫폼치고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즉, 약이나 서비스를 팔 때 원가가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5. 2026년 가이던스의 딜레마
문제는 앞날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2026년 가이던스(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앞으로의 실적 전망을 공개하는 것)는 매출 27억~29억 달러, 조정 EBITDA 3억~3억 7,500만 달러였다. 2025년에 59% 성장했던 회사가 2026년엔 15% 남짓 성장에 그치겠다고 한 것이다. 실적 발표 이후 애널리스트 4명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고, 컨센서스(여러 애널리스트 의견의 평균) 목표 주가가 29달러에서 2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왜 갑자기 성장이 둔화되는 걸까. 핵심은 GLP-1 사업의 불확실성이다. 애널리스트들은 HIMS의 복제 세마글루타이드 주사 사업이 수억 달러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규제 압박이 이 부분을 직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먹는 약은 이미 포기했고, 주사제도 언제 막힐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경영진 입장에서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6. 유칼립투스 인수: 도망인가, 도약인가
규제 리스크로 미국 GLP-1 사업이 흔들리던 2026년 2월 19일, HIMS는 대형 M&A(인수·합병)를 발표했다. 호주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유칼립투스(Eucalyptus)를 최대 11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칼립투스는 호주를 기반으로 여성 비만 치료 플랫폼 주니퍼(Juniper), 남성 헬스케어 파일럿(Pilot), 임신·생식건강 서비스 킨(Kin) 등 여러 디지털 클리닉 브랜드를 운영하며 775,000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 영국, 독일, 캐나다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있고 일본에도 진출 중이다. 연간 매출 실행률(ARR, 현재 수익을 연 단위로 환산한 지표)이 4억 5,000만 달러 이상이며, 2025년 내내 매 분기마다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계약 구조도 영리하게 짰다. 클로징 시점에 2억 4,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18개월간의 지연 지급분과 2029년 초까지의 실적 연동 추가 지급(earnout)으로 구성된다. 추가 지급분 대부분은 현금 또는 주식 중 HIMS가 선택해서 낼 수 있다. 일단 나가는 현금을 최소화하면서 실적이 잘 나오면 더 주는 구조다.
솔직히 말하면, 타이밍이 의심스럽긴 하다. 미국에서 소송 맞고 DOJ 조사 받는다는 발표가 나온 날, 사실상 동시에 해외 대형 인수 딜을 공개했다. 언론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우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내러티브를 만들려는 의도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딜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유칼립투스는 실제로 좋은 회사다. 미국 규제 집중 리스크를 분산하고 글로벌 소비자 헬스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좋은 수라는 평가와, 반대로 GLP-1 사업에서의 손실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어렵고 인수합병 통합은 계획대로 잘 되는 법이 없다는 신중론이 공존한다.
7. 공매도 세력의 등장: 헌터브룩은 누구인가
이야기는 여기서 더 흥미로워진다. HIMS 주식에는 처음부터 공매도 세력(short seller,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남의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싸게 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자)이 붙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헌터브룩 미디어(Hunterbrook Media)는 상당히 독특한 조직이다. 헌터브룩 미디어라는 언론사와 헌터브룩 캐피털(Hunterbrook Capital)이라는 헤지펀드가 사실상 한 지붕 아래 있다. 미디어가 특정 기업에 대한 조사 보도를 내면, 헤지펀드가 그 기업 주식에 포지션을 취하는 구조다. "저널리즘과 투자를 섞는 게 이해충돌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공개 공시(disclosure, 투자 포지션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가 이루어지는 이상 미국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냥 이름 없는 익명의 공매도 세력이 아니라, 투자업계에서 꽤 알려진 이름이고 그들의 보도가 실제로 주가를 움직인 전례도 있다.
헌터브룩 캐피털은 2024년 6월 HIMS에 공매도 포지션을 공시하면서 공격적인 보고서를 냈다. 내용은 날카로웠다. HIMS가 약품 품귀 상태일 때만 허용되는 복제 의약품 판매 규제 허점을 이용하고 있으며, 사기 및 파산 전력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단일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자극적인 내용도 있었다. 헌터브룩 기자 한 명이 의사 없이 4분짜리 설문조사만 완료한 후 GLP-1 약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처방 기준이 얼마나 느슨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한 HIMS 임원들이 복제 GLP-1 판매 계획 발표 후 주식 170만 주 이상을 매각해 약 2,640만 달러(약 36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 하나로 HIMS 주가는 그날 장중 최대 12.8% 폭락했다.
그런데 헌터브룩은 공매도만 유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FDA 청장으로 마티 마카리(Marty Makary)를 지명하자마자 HIMS에 롱 포지션(long position, 주가가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매수하는 투자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마카리가 HIMS의 경쟁사인 세사미(Sesame)의 임원 출신으로, 온라인으로 복제 GLP-1 약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HIMS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만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 단계에서 이미 헌터브룩은 "상황이 바뀌면 포지션도 바꾼다"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8. 헌터브룩의 투자 테제: 옳았지만 졌다
헌터브룩의 투자 테제(thesis, 투자 결정의 근거가 되는 핵심 논리)는 명확했다. HIMS의 GLP-1 사업은 본질적으로 "규제 허점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약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순간 법적·상업적 근거가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헌터브룩은 2024년 12월에도 심층 보도를 냈는데, 의사, 약사, 전직 FDA 관계자 등을 인터뷰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의 품귀 현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결론을 내렸고 노보 노디스크 측도 이를 직접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이 논리는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2026년 2월, FDA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DOJ에 조사 의뢰가 됐을 때 헌터브룩이 예측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두둠 CEO가 그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수를 뒀다.
9. 노보 노디스크와의 대타협: CEO가 "바닥을 쓸어버리다"
3월 11일, 투자 세계에서 드물게 일어나는 장면이 펼쳐졌다. 헌터브룩 미디어의 공동창업자 샘 코펠만(Sam Koppelman)이 X(구 트위터)에 HIMS CEO 앤드류 두둠(Andrew Dudum)이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완전히 바닥을 쓸어버렸다(wiped the floor)"고 인정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공매도를 쳤던 사람이 자기가 공격했던 회사의 CEO를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건 금융 시장에서 백기 투항과 같다.
코펠만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두둠이 "1년 동안 대규모 복제약을 생산했고, 소송을 당하자 모션 투 디스미스(motion to dismiss, 본격적인 재판 전에 소송 자체를 기각해달라는 법적 절차)도 나오기 전에 절박한 노보 노디스크를 합의로 끌어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둠이 "사실상 약 카르텔을 운영했다"는 표현까지 썼지만, 결국 노보를 완전히 능가했다고 인정했다.
합의의 내용은 이렇다. HIMS는 오젬픽과 위고비를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고, 노보 노디스크는 소송을 취하했다. Hims & Hers
노보 노디스크 CEO는 HIMS가 복제 GLP-1 약을 대중에게 광고·홍보하지 않기로 했으며, 컴파운딩 버전은 정말 필요한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DA 청장도 이 합의를 환영했다.
두둠의 접근을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다. 첫째, 법이 허용하는 동안 최대한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운다. 복제약 사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모르지만, 그 기간 동안 250만 명의 구독자 기반과 브랜드 인지도를 최대한 확장한다. 둘째, 규제 당국과 특허 보유자가 강하게 나올 때 바로 합의 테이블로 끌어낸다. 싸워서 이기려는 게 아니라, 협상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셋째, 정식 파트너십을 통해 기존 구독자들을 합법적인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냉소적으로 보면, 1년 동안 회색지대에서 돈을 긁어모은 다음 소송 전에 합의해서 빠져나온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정확히 필요한 타이밍에 필요한 딜을 성사시킨 뛰어난 경영 판단이다. 코펠만 본인도 이 아이러니를 그대로 인정했다. 헌터브룩의 논리는 근본적으로 옳았다. 복제약 사업은 규제 허점에 기댄 것이었고, 품귀가 끝나면 위험해진다는 예측이 맞았다. 하지만 두둠이 타이밍을 잘 잡아서 소송 전에 합의로 빠져나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공매도 세력이 분석은 맞고도 돈을 잃은 셈이다.
컨트래리언(contrarian, 대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역발상 투자자) 시각으로 보면 이 파트너십이 오히려 더 지속 가능한 모델일 수 있다. 복제약 사업은 항상 규제 리스크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그것과 비교하면 정식 파트너십은 훨씬 안정적이다. 다만 수익성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10. 공매도 세력의 처참한 한 주: 하루에 7,800억 원 증발
이제 숫자 이야기를 해보자. 노보 노디스크 파트너십 발표 후 HIMS 주가가 40% 이상 급등했다는 것만으로는 공매도 세력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실감이 안 된다. 금융 데이터 분석 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주가가 급등한 단 하루에 공매도 세력의 장부상 손실(mark-to-market losses,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더라도 현재 시장 가격 기준으로 평가한 손익)이 약 5억 4,600만 달러(약 7,800억 원)에 달했다. Hims & Hers
단 하루, 주식 한 종목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한 주에만 헌터브룩을 포함한 HIMS 공매도 세력 전체는 수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6년 들어 전체적으로는 아직 수익권이라고 하지만, 이 한 주의 고통은 상당했다. 그리고 헌터브룩 공동창업자가 공개적으로 "졌다"고 인정한 것도 그 맥락이다.
11. 42.83%라는 숫자가 왜 무서운가
공매도 이야기를 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숫자가 있다. 이 시점에서 HIMS의 공매도 잔고는 약 13억 9,000만 달러, 유통 주식의 42.83%에 해당하는 8,794만 주였다. Hims & Hers
유통 주식의 42.83%가 공매도 포지션에 묶여 있다는 건, 쉽게 말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100주 중 43주 가량은 "나중에 사서 갚아야 할 빚"이라는 뜻이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이 사람들은 점점 더 큰 손실에 몰리고, 결국 패닉 상태에서 주식을 사게 된다. 그 매수가 주가를 더 올리고, 더 많은 공매도 세력이 패닉에 빠지는 악순환이 된다. 이게 숏 스퀴즈(short squeeze)다.
게임스톱(GameStop)이 그랬고, 밈 주식들이 다 그랬다. 공매도 비율이 높은 건 항상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이 주식을 나쁘게 보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는 신호다. 다른 한편으로는 숏 스퀴즈의 화약고다. 지금 HIMS는 이 화약고 위에 앉아있는 형국이다. 이미 40% 이상 올랐음에도 공매도 세력이 아직 다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건, 스퀴즈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단, 여기서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HIMS의 이번 급등이 회사의 본질적 가치 변화보다 공매도 세력의 강제 청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역사적으로 HIMS의 과거 숏 스퀴즈들은 이후 급락으로 이어진 패턴이 반복됐다. 스퀴즈는 주가를 단기에 폭발적으로 올리지만, 그 끝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12. 새로운 움직임들: 확장하는 생태계
비즈니스 소동과 별개로 HIMS는 최근 흥미로운 움직임들도 보이고 있다.
3월 10일, HIMS는 구독자들을 위한 헬스 혜택 프로그램인 "Hims & Hers Benefits"를 론칭했다. 전신 MRI 스캔 서비스 프레누보(Prenuvo)와 수면 최적화 기기 에이트 슬립(Eight Sleep)과 손잡고 구독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로, 프레누보 전신 스캔에서 400달러 할인이 포함된다. 단순히 처방약을 파는 회사에서 벗어나 종합 건강관리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시도이자, 구독자 이탈률을 낮추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같은 날 발표된 CCO 인사가 눈길을 끈다. HIMS는 전 일라이 릴리(Eli Lilly) 커뮤니케이션 임원 캐서린 베이저(Kathryn Beiser)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베이저는 디스커버, 카이저 퍼머넌트, 에델만에서도 고위 커뮤니케이션직을 역임했다. Hims & Hers
이 인사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를 만드는, HIMS의 복제약 사업과 가장 직접적으로 경쟁했던 제약사다. 그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었던 사람이 이제 HIMS의 홍보를 맡는다. FDA 경고서한과 DOJ 조사 의뢰를 받는 과정에서 홍보 관리에 실패했다는 게 드러났고, 이제는 규제 기관, 언론, 파트너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훨씬 더 정교하게 관리하겠다는 신호다. 동시에 노보와의 협상처럼 앞으로 더 많은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논의에서 제약 업계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진 것이기도 하다.
13. 투자자 시각: 낙관론 vs 비관론
노보와의 합의 발표 이후 애널리스트들의 반응도 흥미롭게 갈렸다. 씨티그룹(Citigroup)은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올리면서 목표 주가를 24달러로 제시했다. 니덤(Needham)은 한 발 더 나아가 '매수(Buy)'로 올리고 목표 주가 30달러를 내놨다. 반면 모닝스타(Morningstar)는 내재 가치(fair value, 기업의 실제 가치를 추정한 금액)를 23달러로 유지하면서 최근 급등 이후 주가가 공정하게 평가된 수준이라고 했다. 씨티는 "사도 되는데 엄청 기대하지는 마라", 니덤은 "이건 진짜 좋은 기회다", 모닝스타는 "이미 제값이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 같은 뉴스를 보고 이렇게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게 주식 시장의 묘미다.
낙관론의 핵심은 이렇다. 기본 비즈니스는 탄탄하다. 250만 명의 구독자, 74% 가까운 총이익률, 그리고 이미 흑자를 내고 있다. GLP-1 사업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 게 아니다. 노보 노디스크와의 파트너십이 오히려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고, 유칼립투스 인수로 매출 기반이 더 다양해진다. 주가는 고점 대비 여전히 70%가 빠져 있어 반등 여지가 있다.
비관론의 핵심도 만만찮다. 복제 세마글루타이드 사업이 매출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생각하면, 이것이 정품 유통으로 전환될 때 수익성이 얼마나 달라지는지가 관건이다. 복제약 마진과 정품 유통 마진은 하늘과 땅 차이일 수 있다. 유칼립투스 인수도 통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나올 수 있고, 유럽의 GDPR(개인정보보호규정) 같은 각국 규제 환경도 복잡하다. 현재 주가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는 지표)은 약 48배로, 성장 둔화를 감안하면 싸다고 보기 어렵다.
14. 결론: 지금 이 주식, 어떻게 봐야 하나
HIMS의 지난 두 달은 한 편의 기업 드라마였다. 49달러짜리 알약 하나가 FDA의 경고, DOJ 조사 의뢰, 노보 노디스크 소송, 주가 80% 폭락을 연쇄적으로 불러왔고, 그 와중에 11억 달러짜리 해외 인수와 대형 파트너십 체결로 판을 뒤집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 바로 공매도 세력 스스로의 "졌습니다" 선언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투자자들이 챙겨야 할 교훈이 있다. 좋은 공매도 논리도 타이밍이 틀리면 소용없다. 헌터브룩의 분석은 근본적으로 옳았다. 하지만 두둠 CEO가 정확히 필요한 타이밍에 합의를 성사시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또 하나, CEO의 실행력이 회사 가치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운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결과 얻은 250만 구독자라는 사용자 기반이 협상의 레버리지가 됐고, 노보가 HIMS를 없애는 것보다 파트너로 삼는 쪽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회사는 분명 변곡점에 서 있다. 2026년 상반기에 봐야 할 포인트는 세 가지다. 노보 노디스크와의 파트너십 하에서 GLP-1 사업의 실제 마진이 어떻게 나오는지, 유칼립투스 인수 클로징과 초기 통합 과정, 그리고 5월로 예정된 다음 실적 발표에서 2026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지금 당장 강하게 매수를 외치기엔 여전히 안개가 짙다. 하지만 최저점 대비 이미 많이 올라왔음에도 고점 대비 아직 크게 싼 상태라는 점, 공매도 세력이 백기를 들었다는 점, 그리고 사업의 방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이 회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단, 변동성 베타(beta, 시장 대비 주가 변동 폭을 나타내는 지표) 수치가 보여주듯 이 주식은 엄청나게 크게 흔들린다는 걸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오르는 것도 남들보다 빠르지만, 내리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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