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인상적인 움직임이지만 결국 제자리

3월 첫째 주 비트코인 시장은 숨 막힐 듯한 변동성과 함께,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한 주였다. 2월 6일 6만 달러를 터치했던 비트코인은 3월 5일 7만 4천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내 6만 8천 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3주 전과 거의 같은 자리다.

매주 엄청난 폭의 등락이 연출되지만, 월 단위로 보면 움직임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것이 현재 비트코인 시장의 본질이다. 반등이 나올 때마다 물타기에 나선 매도 세력이 기다리고 있고, 하락이 나올 때마다 반등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낸다. 이 두 힘이 팽팽히 맞서는 한, 시장은 방향을 잡지 못한다.

이 교착 상태는 결국 두 가지 방식으로만 해소된다. 매도 압력이 소진되고 손실 구간의 물량이 충분히 흡수되어 비트코인이 7만 4천 달러 위로 돌파구를 열거나, 아니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자금이 바닥나면서 6만 달러 지지선이 진지하게 시험받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주 대형 투자자들의 행동이 후자 쪽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래는 공포에 사고, 반등에 팔았다

이번 주 시장을 가장 선명하게 설명하는 키워드는 '고래의 전략적 매매'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산티멘트(Santiment)에 따르면, 10~1만 비트코인을 보유한 대형 지갑들은 2월 23일부터 3월 3일 사이, 즉 비트코인이 6만 2,900달러에서 6만 9,600달러 사이에서 거래되던 구간에 집중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이 시기는 미국-이란 전쟁 관련 매도세가 가장 거셌던 구간이자, 시장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3월 5일 비트코인이 7만 4천 달러를 터치하자, 바로 그 고래 지갑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이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매수했던 물량의 약 66%를 다시 시장에 내놨다. 공포에 매수하고, 탐욕에 팔았다는 교과서적인 역발상 전략이 실제로 집행된 것이다.

이 자체는 숙련된 투자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비트코인이 7만 달러 아래로 다시 밀리자, 이번에는 0.01 비트코인 미만을 보유한 초소형 지갑들, 즉 개인 소액 투자자들이 꾸준히 매수 포지션을 늘리기 시작했다. 산티멘트는 이 구도를 두고 경고 신호라고 명확히 표현했다. "고래가 팔고 있는 동안 개인 투자자가 사들이는 패턴은, 역사적으로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면서.


43%의 공급량이 손실 상태

고래의 매도 외에도, 비트코인 반등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약 43%가 손실 구간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해, 전체 비트코인 보유자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현재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코인을 산 상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수주 혹은 수개월째 손실을 안고 버텨오던 보유자들이 원가 회복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앞다투어 매물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3월 5일 7만 4천 달러에서 반등이 꺾인 것도 이 논리로 설명된다. 가격 상승이 새로운 매수세를 불러들이기 전에, 손익분기점 매도 물량의 벽에 먼저 부딪히는 구조다.

결국 비트코인이 의미 있는 상승을 이어가려면, 이 43%의 물량이 실질적으로 흡수되어야 한다. 그 전까지 매 반등은 잠재적 매도 압력 속에서 진행된다.


공포지수 12: 시장 심리는 바닥권

수치로 보는 시장 심리도 암울하다. 암호화폐 시장의 심리를 측정하는 '크립토 공포·탐욕 지수(Crypto Fear and Greed Index)'는 이번 주 토요일 기준으로 6포인트 하락해 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급락 사태 이후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극도의 공포' 구간이다.

공포지수가 낮다는 것은 통상 역발상적 관점에서 매수 기회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지금의 국면은 단순한 심리적 위축이 아니라, 고래의 매도 행태, 대규모 손실 공급, 지정학적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공포지수 하나만 보고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미국-이란 전쟁이 바꾼 시장 지형

이 모든 변동성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충격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긴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보도가 전해지면서 긴장은 한층 고조됐고,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에 대한 공습 소식도 이어졌다.

지정학적 위기 초반,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은 '안전 피난처' 수요를 일부 흡수하며 단기 급등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5% 상승하며 6만 7천 달러를 회복했고, 이더리움은 2천 달러 선을 지켰다. 크립토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4.92% 증가해 2조 3,1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이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공습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2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꺾였다. 위험 자산 전반이 다시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도 예외는 아니었다.


써클(CRCL), 공포 속 나홀로 질주

모두가 공포에 떨 때, 딱 한 종목이 역방향으로 달렸다. USDC 발행사이자 상장사인 써클 인터넷 그룹(Circle Internet Group, 티커: CRCL)의 주가가 이번 주 22%라는 이례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크립토 관련 주식 전체가 침체된 환경에서, CRCL은 올해 들어 가장 크게 오른 종목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CRCL은 이번 주 처음으로 올해 들어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3월 5일에는 108달러를 넘기도 했고, 주말에는 약 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누적 상승률은 26%에 달한다. 올해 연초 최저점이었던 2월 5일의 50.23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 한 달 기준으로는 69.57%라는 놀라운 상승폭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전체 시장이 약세 흐름 속에 있고, 비트코인도 올해 고점인 9만 7천 달러 이상에서 크게 내려온 상황임을 고려하면, CRCL의 이 같은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이 전반적으로 하락 압박을 받는 가운데서도 CRCL은 몇 안 되는 플러스 수익률 종목으로 남아 있다.


CRCL 급등의 구조: 유가, 금리, 그리고 USDC의 이익 방정식

CRCL 주가 급등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써클의 수익 구조를 먼저 알아야 한다. 써클은 USDC의 유통량에 비례해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준비금을 보유한다. 즉, 미 국채 금리가 높을수록 써클이 준비금 운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늘어난다.

중동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8% 이상 급등해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자, 시장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재가속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고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다. 이는 써클에게 직접적인 이익으로 연결된다. 준비금 수익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될 때 투자자들이 달러 연동 디지털 자산인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리는 현상도 USDC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시장 변동성이 높을수록 거래자들은 달러 페그 자산인 USDC를 활용한 거래를 늘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USDC의 순환 속도와 거래량을 끌어올린다. 써클의 매출 기반이 동시에 두 방향에서 강화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CRCL의 실적 자체도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한다. 2025년 4분기 써클의 매출은 7억 7,023만 달러, 순이익은 1억 3,342만 달러를 기록했다. USDC 유통량은 연간 기준 70% 성장했다.

현재 주가는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 주가인 122달러보다 약 20% 낮은 수준으로, 규제 명확성이 갖춰지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USDC, 거래량에서 USDT를 앞지르다

CRCL의 상승 배경에는 USDC의 빠른 성장이라는 근본적인 동력도 있다. Visa가 공유한 Allium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USDC는 스테이블코인 월간 거래량 순위에서 USDT를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 전체의 한 달 거래량은 1조 7,80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USDC가 1조 2,800억 달러로 70%를 넘게 차지했다.

전체 유통량에서는 USDT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토큰 회전 속도', 즉 동일한 토큰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얼마나 자주 이동하는지를 측정하는 거래 속도 지표에서는 USDC가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는 USDC가 단순한 보유 자산이 아닌, 실제로 활발하게 결제와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에이전트 결제의 새 강자가 되려는 써클

써클이 단기적인 수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는 핵심 내러티브는 따로 있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써클은 AI 에이전트 결제 분야에서 테더(Tether)와 리플(Ripple) 등 경쟁사들을 제치고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

써클의 CEO 제레미 알레어(Jeremy Allaire)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AI와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의 수렴 지점에서 써클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별도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결제를 주고받을 때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통화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 결제 시스템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 간 결제 시장에서 USDC는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알레어 CEO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공유한 데이터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들은 지난 9개월 동안 서로 간에 1억 4천만 건의 결제를 처리했으며 총 거래 금액은 4,3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98.6%가 USDC로 결제됐다.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지만, 사실상 USDC가 AI 에이전트 결제의 표준 통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알레어는 "AI 에이전트들은 압도적으로 USDC를 선호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만큼, 이 시장의 잠재적 규모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클 수 있다. 써클이 이 흐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주가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근거다.


가격 전망: 낙관과 경계 사이

CRCL의 단기 주가 전망은 분석 기관마다 엇갈리지만, 상승 방향으로 무게가 기울어 있다. CoinCodex는 5일 이내 목표 주가를 154.95달러, 1개월 목표치를 185.71달러, 3개월 목표치를 379.94달러로 제시했다. 코인게이프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수 주 내 120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기술적으로는 85달러 선이 단기 저항대로 작용하던 자리였으나, 이번 주 주가가 이를 뚫고 100달러를 넘기면서 심리적 돌파에 성공했다. 이제 시장이 주목하는 지지선은 82.50달러이고, 이 선이 무너지면 80달러, 추가 하락 시 78.50~79.00달러 구간이 테스트받을 수 있다. 반면 87.20달러 위로 안착하면 100달러 재진입 경로가 열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위험 요인도 명확하다. 중동 긴장이 심화되면 위험 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가해지고, CRCL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이번 주에도 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서면서 CRCL 주가가 장중 일부 상승분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과 써클 주가 모두 2월 말에 로컬 바텀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궤적이 겹친다. 비트코인이 2월 말 9만 2천 달러 저점을 찍고 반등했을 때, CRCL도 57.83달러 바닥을 다지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상승을 시작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만약 비트코인이 현재의 지지선을 지키지 못하고 2월 말 저점을 하향 돌파한다면, 시장 전체에 패닉 매도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 국면에서 써클이 버텨줄 수 있을까. 낙관론의 근거는 분명히 있다. 유가 상승이 국채 금리를 떠받쳐 써클의 준비금 수익을 보호하고, USDC의 거래량 성장과 AI 결제 시장에서의 선점은 비트코인 가격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펀더멘털이다. 써클은 비트코인처럼 순수하게 시장 심리에 의존하는 자산이 아니다.

그러나 크립토 시장 전체가 공포에 잠식될 때, 펀더멘털이 아무리 탄탄해도 투자자들은 일단 팔고 볼 가능성이 높다. 이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번 한 주가 써클 주가의 강세 지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