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7일 핵심 암호화폐 이슈 정리합니다.
이번 주 초, 암호화폐 업계에는 굵직한 소식들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가 자사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수탁사로 BNY 멜론(Bank of New York Mellon)을 선정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결제 시스템 접근 권한을 획득했는데, 이는 암호화폐 기업이 미국 은행 네트워크에 공식적으로 편입되는 이정표적인 사건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는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OKX)에 투자하면서 기업 가치를 250억 달러로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Trump)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통 은행들이 암호화폐 업계와 협력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죠.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이 중 하나만 나와도 시장이 크게 들썩였을 소식들입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이 호재들을 등에 업고 한때 7만 4천 달러 근처까지 치솟았고,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상승에는 분명히 동력이 있다"며 강세장 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벽
랠리는 며칠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주 후반 6만 9천 달러 아래로 밀려났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1,100억 달러가 허공에 사라졌습니다.
결정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한 마디였습니다. "이란과의 협상은 없다. 무조건 항복만 받아들이겠다." 심지어 이란의 새 지도자를 미국이 직접 선택하겠다는 내용까지 덧붙였습니다. 개전 7일째에 접어든 미국-이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었고, 이란 역시 협상 의사가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이 발언 하나로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하루 만에 10% 넘게 폭등하며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고, 브렌트유(Brent crude)도 90달러를 돌파하며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Nasdaq) 선물은 1.8% 하락했고, 비트코인도 5% 빠지면서 6만 8,800달러까지 내려왔습니다.
유가 이슈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카타르(Qatar)의 에너지 장관 사아드 알-카아비(Saad al-Kaabi)는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주 안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 막히면서 걸프 지역 국가들의 수출이 이미 차질을 빚고 있고, 쿠웨이트(Kuwait)는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아예 원유 생산 자체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직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Janet Yellen)도 이번 주 초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고용 지표 충격
설상가상으로 미국 경제 지표도 예상 밖으로 나쁘게 나왔습니다. 2월 비농업 고용이 9만 2천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수치입니다. 실업률도 4.3%에서 4.4%로 올랐습니다. 경제학자 헤더 롱(Heather Long)은 "2025년 4월 이후 미국의 누적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며 "기업들이 각종 불확실성 속에서 채용을 멈췄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용이 이렇게 나쁘면 보통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유가가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커졌죠.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가 걱정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경기가 식어가는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4%, 4월도 17%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다는 뜻이죠.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슬슬 고개를 드는 국면입니다.
월가 내부에서도 균열
지정학적 리스크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월가 내부에서도 균열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운용하는 260억 달러 규모의 사모 신용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일부 인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블루 아울(Blue Owl)에서도 있었는데, 지난달 환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14억 달러어치 대출채권을 급매해야 했습니다. 월가 전반의 유동성 우려가 서서히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JP모건(JPMorgan)은 이 상황 전체를 두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비트코인과 주식은 전쟁 발발 직후가 아니라 약 한 달 뒤에 본격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지금 당장 시장이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뜻입니다.
누가 팔았나
그렇다면 이번 하락에서 실제로 판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애널리스트 다크포스트(Darkfost)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단기 보유자들이 약 2만 7천 비트코인, 우리 돈으로 약 2조 6천억 원어치를 거래소로 옮겨 팔아치웠습니다. 이는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큰 규모의 매도 급증 중 하나입니다.
현재 수익 구간에 있는 단기 투자자는 대부분 1주일에서 한 달 사이에 약 6만 8천 달러에 매수한 사람들입니다. 7만 4천 달러에서 수익을 확정하고 나온 셈이죠. 단기 투자자들은 원래 빠르게 사고 파는 성향이라 불확실성이 커지면 제일 먼저 움직입니다. 비트코인의 거래 유동성 자체가 두껍지 않은 만큼, 이들의 매도가 가격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습니다.
코인데스크(CoinDesk) 분석팀은 이번 7만 4천 달러 돌파 시도가 전형적인 "불 트랩(bull trap)", 즉 상승 신호처럼 보이다가 뒤에서 무너지는 함정일 수 있다고 수요일에 이미 경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금요일에 그 하락이 현실이 됐습니다.
그래도 희망의 씨앗은 있다
물론 어두운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지난주에만 약 7억 8,700만 달러가 순유입됐습니다. 1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주간 기준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ETF를 통한 기관 자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최근 하락장에서도 ETF 보유량은 5% 정도밖에 줄지 않았습니다.
대형 대학 기금들도 디지털 자산 관련 ETF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인 만큼, 전통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느끼며 대안 자산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물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보입니다. 비트코인 선물 시장의 펀딩 비율이 202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과열된 레버리지 포지션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빚을 내서 억지로 올라탄 투기 수요가 씻겨 나갔다는 것이고, 이는 다음 상승이 더 탄탄한 기반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한편 21쉐어스(21Shares)의 최고투자전략가 에이드리언 프리츠(Adrian Fritz)는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미국 디지털 자산 규제 법안인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의 연내 통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측 시장에서는 통과 확률을 약 70%로 보고 있는데요, 다만 이 예측 시장 자체의 거래량이 많지 않아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금(Gold)의 베타 버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금값이 최근 강세를 보이자 그 흐름을 타고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겁니다. 지정학적 불안을 헤지하는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이란 전쟁의 향방과 유가입니다. 유가가 150달러까지 간다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본격적인 하락 압력이 올 수 있습니다. 반면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라앉는다면, 탄탄해진 ETF 수요와 정리된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다음 상승의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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