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문 리서치 회사인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가 샌디스크(SanDisk) 주식을 공매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발언 이후 주가는 하루에 4% 넘게 밀렸습니다.
샌디스크는 미국 캘리포니아 밀피타스에 본사를 둔 플래시 메모리 기반 저장장치 회사입니다. 쉽게 말하면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한 SSD, 저장장치를 파는 회사죠.
문제는 이 메모리 시장이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경기가 좋고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급등합니다.
그러면 업체들이 증설을 합니다.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다시 감산을 하죠.
이 패턴이 2008년, 2012년, 2018년 반복됐습니다.
시트론은 지금이 그 사이클의 꼭대기 근처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트론의 핵심 주장은 지금 시장이 샌디스크를 너무 비싸게 평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가 직접 올린 트윗 내용을 그대로 풀어서 보겠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상당히 공격적이고, 심리전을 노린 표현이 많습니다.
시트론은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정점에서는 종을 울려주지 않는다.”
이 말은 시장의 꼭대기에서 누군가 신호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죠. 즉, 지금이 사이클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시트론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입니다.
“삼성은 이미 30년 동안 이 게임을 해온 800파운드 고릴라다”라고 표현했는데요.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트론 리서치가 첨부한 기사를 읽어보면 좋습니다.
요지는 이겁니다.
삼성 반도체 부문은 2023년 초까지 실적이 상당히 부진했습니다.
메모리 가격 급락과 재고 조정이 겹쳤기 때문이죠.
그 이후 전략을 바꿨습니다.
예전처럼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등장한 게 이른바 ‘50% 룰’입니다.
영업이익률 50%를 넘길 수 있는 제품에만 생산과 판매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은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이건 과거 삼성의 전략과는 다소 다른 모습입니다.
순수 메모리 업체들이 높은 마진을 누리기 시작하면,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죠.
시트론 리서치는 삼성이 최근 “50% 이하 마진으로는 팔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자사의 최고급 칩을 프리미엄 SSD 시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 프리미엄 SSD 시장이 바로 샌디스크(SanDisk)의 핵심 영역이라는 겁니다.
즉, 예전처럼 단순히 물량으로만 압박하는 게 아니라,
샌디스크의 가장 좋은 고객층을 더 싸고 더 최신 기술로 직접 공략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지금 공급이 타이트해 보이는 이유도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삼성의 다른 제품 라인에서 발생한 수율 문제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산이 묶여 있다는 건데요.
이 병목은 언젠가 풀릴 것이고, 그 순간 공급은 급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지금의 부족 현상은 ‘공급 착시’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적 발표 한 번에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뉘앙스죠.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의 지분 매각입니다.
웨스턴디지털은 오랫동안 샌디스크의 주요 투자자였는데, 최근 지분 일부를 25% 낮은 가격에서 매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부채를 상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시트론은 이걸 이렇게 해석합니다.
“메모리 사이클이 꺾이는 걸 알고 먼저 빠져나온 것 아니냐.”
물론 지분 매각이 정말 사이클 정점 신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일 수도 있는 거죠.
부채가 많다면, 금리 환경을 고려해 줄이는 게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반드시 시장 꼭대기를 예측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그리고 시트론의 가장 공격적인 표현이 나옵니다.
“시장은 샌디스크를 엔비디아(NVIDIA)처럼 가격을 매기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에는 해자가 있다. 샌디스크는 원자재를 판다.”
엔비디아는 CUDA 생태계, 소프트웨어 스택, AI 플랫폼이라는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반면 샌디스크가 파는 메모리는 기술 격차가 있어도 결국 공급과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 부분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샌디스크 주식을 살 바엔 엔비디아 주식을 사겠다는 얘기죠.
다만 반대 시각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고성능 SSD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만일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진다면, 서버 D램과 고급 SSD 수요는 구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요 측 구조 변화가 충분히 크다면, 과거 사이클보다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는 거죠.
한편 공매도 리포트가 나온 다음 투자 커뮤니티는 전쟁터가 됐습니다.
대부분 시트론 리서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데요.
“엔비디아 실적 발표 직전에 약한 손 털어내려는 계획이다. 메모리 부족은 몇 년은 간다.”
메모리 부족은 몇 년은 간다는 주장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는데,
엔비디아 실적 발표 직전에 심약한 개미들을 털려고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사실 시트론 리서치와 창립자 앤드류 레프트(Andrew Left)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법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 규제 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DOJ)가 앤드류 레프트를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SEC는 레프트가 자신이 추천한 매도/매수 의견과 실제 거래 포지션이 달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도를 권하면서 실제로는 반대 포지션을 취해 단기 가격 움직임에 따른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약 2천만 달러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 민사 소송만이 아니라 형사 기소까지 된 상태이고, 법원은 레프트의 공소장 기각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형사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고 2026년 3월에 재판이 잡혀 있습니다.
때문에 시트론 리서치가 공매도 리포트를 발표하면 반응이 안 좋은 겁니다.
뒤가 구리다며 또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반응이 안 좋기는 국내 투자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샌디스크 주가가 오히려 올라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시트론이 낭패를 보길 원하는 건데요.
실제로 샌디스크는 2026년에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 3위에 올라 있습니다.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5억 6천만 달러 순매수 결제가 이뤄졌네요.
여기에 2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35위에 올라있습니다.
서학 개미 분들께서 무려 9천 만 달러 가깝게 순매수를 하신 겁니다.
참고로 TRADR 샌디스크 2배 레버리지 ETF 상품은 나온지 이제 한 달 됐는데 수익률이 58%입니다.
연간 총보수율이 1.49%로 낮지 않은데, 극한의 수익을 쫓는 서학 개미분들께서 많이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샌디스크(SNDK) 본주로 돌아와서 차트를 보겠습니다.
일봉 기준으로 5일선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2월 초에 찍힌 725 달러가 고점일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겠으나,
20일선이 무너지기 전까지 상승세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만일 20일선이 깨지고 2월 10일에 찍었던 540 달러 레벨 저점이 깨진다면
매도세가 강해질 수 있으니 유의가 필요하겠습니다.
과연 이번 싸움은 누가 이길까요?
한쪽에는 20년 넘게 공매도로 시장을 흔들어온 시트론 리서치가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AI 시대의 구조적 수요를 믿는 개인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AI 수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요?
차트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습니다만,
사이클 산업에서 상승 추세는 언제든 전환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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