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수요 기대에 삼전, 하이닉스 날개달다

  •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고 주요 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 공포가 미국 증시를 강타했지만,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지닌 아시아에는 호재로 작용

  • AI 투자가 늘수록 반도체 등 AI 인프라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증시에서 설득력을 얻었음

  • 한국 증시 ‘반도체 투 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가파른 실적 상승 전망에 따라 ‘20만 전자’와 ‘100만 닉스’ 고지에 올랐고, 코스피도 6,000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음

AI 파괴론에 미국 울고 한국 웃어

  •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1% 넘게 동반 하락

  • 뉴욕 증시를 흔든 것은 신생 리서치 업체 시트리니 리서치가 내놓은 보고서

  • ‘2028 글로벌 지능 위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AI가 사무직을 대체하면서 실업이 늘고 소비는 늘지 않아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을 공상과학(SF) 소설처럼 내놨음

  • 이 영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배달 플랫폼, 결제 네트워크 등 고평가됐던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

  •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는 월가의 우려를 정확히 포착했다”고 분석

  • 반면 아시아 증시에서는 AI의 산업 파괴에 대한 공포가 호재로 작용

  • AI를 키우려면 반도체, AI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가 늘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이 커진 셈

  • 그 결과 ‘반도체 투 톱’이 나란히 강세

  • 여기에 미국 의회에서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미국 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돼 이차전지 업종 주가가 강세를 보였음


  • 2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63% 오른 20만 원으로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5.68% 상승한 100만5000원으로 마감

  • 나란히 20만 원과 100만 원이라는 벽을 넘어섰음. ‘황제주’에 등극한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21위에 올랐음

  • 코스피는 이날 5,969.64로 마감하며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5,000을 돌파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00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음

  • 반도체 투 톱의 강세는 실적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음. 증권사 24곳이 예상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170조 원, 145조 원임. 글로벌 상장사 가운데 6위, 8위에 해당하는 수준

  •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전례 없는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미 빅테크 4사의 올해 설비투자가 9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

  • 대만과 일본의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도 강세.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1위 기업 TSMC 주가가 3.42% 오르며 대만 자취안 지수는 2.75% 상승. AI 데이터센터에 고효율 전력 시스템과 냉각 부품을 공급하는 델타일렉트로닉스도 6.13%나 올랐음

  • 일본 증시에서는 데이터센터에 초고밀도 광케이블과 광회로 스위치를 공급하는 후루카와전기공업(+15.32%)과 스미토모전기공업(+6.59%)의 주가가 크게 올랐음

긍정 전망 늘지만 공포 지수도 상승

  •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6,000을 넘어 그 이상을 향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

  • 키움증권은 이날 코스피의 올해 예상 상단을 6,000에서 7,300으로 상향

  • 전날 노무라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1∼6월) 코스피 목표치를 7,500∼8,000으로 제시하기도 했음

  • 다만 코스피 공포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

  •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

  • 이날 장중 48.3까지 오르기도 했음. VKOSPI는 보통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지만, 최근 상승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상승한 것으로 보임

  • 한편 이날 코스피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조2800억 원, 1800억 원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2조3700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음. 다만 기관투자가 중 증권사 등 금융투자가 2조6600억 원이나 순매수했는데, 이는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에 따른 결과로 풀이

  •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증시가 어느 정도 오른 상황에서 진입하려는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을 선정하는 것보다 투자 손실 우려가 적어 마음이 편한 ETF 투자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개인 투자자들이 ETF에 넣는 돈이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

앤스로픽 기업 맞춤형 기능 공개에 소프트웨어주 반등


  • 전날 AI가 기업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로 급락했던 소프트웨어 종목이 일제히 반등

  • 이런 가운데 앤스로픽은 이날 라이브 행사에서 데스크톱 AI 에이전트 플랫폼 ‘클로드 코워커(Claude Cowork)’의 기업 맞춤형 기능을 공개

  • 최근 AI 도구 공개로 시장 충격을 키웠던 앤스로픽은 자사 ‘클로드’ 챗봇의 적용 범위를 새로운 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음. 동시에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기보다 통합·보완하는 방향임을 강조

  • 구체적으로 사용자는 인사(HR), 주식 리서치, 엔지니어링, 자산관리 등 업무별 템플릿을 활용해 자체 플러그인을 만들거나 기존 템플릿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음

  •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엑셀과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워드프레스, 팩트셋, 지메일·구글 드라이브, 리걸줌 등과 연동하는 ‘커넥터’ 기능도 도입

  • 이 발표 이후 팩트셋은 5.9%, 리걸줌은 2.6% 상승. 세일즈포스는 4.1% 올랐음. 앤스로픽이 자사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진행 중인 기업 사례로 세일즈포스를 언급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

  • 아담 크리사풀리 바이털놀리지 창립자는 “앤스로픽의 ‘우리는 해치러 온 것이 아니라 돕기 위해 왔다’는 메시지가 소프트웨어주의 비교적 건강한 반등을 촉발했다”고 평가

  • 최근 시장은 앤스로픽의 신제품 발표 때마다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추가 경쟁’ 우려를 반영해 주가를 급격히 조정해 왔음

  • 실제로 앞서 ‘클로드 코드 시큐리티’ 공개 이후 사이버보안주가 대거 매도되며 ‘먼저 팔고 나중에 묻는’ 장세가 나타났음

  • JP모건의 브라이언 에식스 애널리스트는 “AI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최근 변동성 확대 배경을 설명

  • 앤스로픽은 이날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 피터 맥크로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까지 광범위한 고용 대체는 관찰되지 않았다”면서도 “단순 실행 중심 직무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음. 데이터 입력직이나 기술 문서 작성 직무는 AI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으로 지목

  • 시장에서는 이번 이벤트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즉각적 대체’ 시나리오를 다소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옴

  • 다만 AI가 산업별로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

  •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모델 제공업체가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를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 역할을 하려는 방향으로 보인다”며 소프트웨어 대체 우려가 과도할 수 있다고 분석

<시사점>

인공지능(AI)이 세상을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공포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기회가 됐습니다. 기술 혁신의 충격파가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순간, 한국의 ‘투톱’은 오히려 가장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Anthropic과 OpenAI가 선보인 자율형 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이른바 ‘시트(Seat) 기반 과금’ 모델(소프트웨어에 접근하는 사용자 머릿수를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IT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인도 IT 서비스 기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미국 증시에서도 소프트웨어 ETF가 연쇄 하락했습니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우회하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친 것입니다.

하지만 공포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거대 기업의 레거시 시스템, 보안과 규제, 데이터 통제의 문제는 단숨에 허물 수 없는 장벽이었습니다. AI는 파괴자가 아니라 통합자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시스템 위에 얹히는 ‘지능형 플러그인’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자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창조적 파괴의 1막이 지나고, 생산성 혁명의 2막이 열린 셈입니다.

이 대전환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20만 전자’를 터치하고, SK하이닉스가 ‘100만 닉스’에 올라선 것은 단순한 주가 이벤트가 아닙니다. 이는 AI 산업의 본질이 결국 하드웨어에 있다는 ‘물리적 현실’을 시장이 재확인한 결과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정교해질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산과 더 빠른 메모리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없이는 어떤 자율형 시스템도 작동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레이어에서의 혁신이 클수록, 이를 떠받치는 인프라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파괴론이 커질수록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은 오히려 강화되는 구조인것입니다.

북미 빅테크의 천문학적 설비투자 계획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AI 주도권을 쥐기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과 가속기 확보 경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입니다. 글로벌 AI 지출이 2조 달러를 향해 가는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범용 부품 공급자를 넘어 ‘AI 구현의 핵심 파트너’로 위상이 격상되고 있습니다.

물론 낙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공매도 잔고 부담 등 변수는 여전합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여러 차례의 충격을 학습했습니다. 정치적 노이즈보다 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베팅하는 자금의 흐름이 더욱 강하게 밀려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경제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첫째로 기술 초격차의 유지입니다. HBM4 이후 로드맵과 CXL 등 차세대 인터페이스 주도권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둘째로 공급망과 지정학 리스크 관리입니다. ‘소버린 AI’ 확산에 맞춰 국가 단위 인프라 수요를 선점해야 합니다. 셋째로 자본시장 신뢰도 제고입니다. 코스피 6000 시대를 공고히 하려면 거버넌스와 주주환원 정책의 선진화가 병행돼야 합니다.

AI 파괴론은 허상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파괴의 방향이 달랐을 뿐입니다.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허무는 동안, 하드웨어의 가치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기술 문명의 대전환기, 한국 반도체의 저력은 공포를 기회로 바꾸는 산업적 통찰에서 비롯됐습니다. ‘20만 전자’와 ‘100만 닉스’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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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99528?date=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