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쟁 뉴스가 터질 때만 반짝 움직이는 테마로 인식되곤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지역의 반복되는 긴장, 대만 해협 리스크, 북핵 문제까지 겹치면서 ‘저강도 분쟁의 상시화’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게 됐습니다. 각국은 국방비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대하고 있고, 군 현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적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바로 LIG넥스원입니다.
LIG넥스원을 단순 방산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 회사의 중심에는 유도무기 체계가 있습니다. 미사일, 대공 방어 시스템, 정밀 타격 무기, 레이더와 탐색기, 통신체계까지 포함한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대전의 키워드는 정밀, 무인, 네트워크입니다. 과거처럼 병력과 화력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전쟁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정밀 타격, 무인 시스템이 중심이 됩니다. 유도무기는 그 전장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표 탐지부터 유도, 교란 회피, 데이터 링크까지 통합된 시스템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점이 기술 장벽을 높이고, 동시에 마진 구조를 방어해 줍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방산은 이른바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기 도입을 확대했고, 중동 국가들은 방공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국가들도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방공과 정밀 유도무기 분야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이 영역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다양한 국가와 계약을 체결해 왔습니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방산 기업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수주잔고입니다. 수주잔고는 이미 계약된 물량이 향후 몇 년간 매출로 인식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미래 실적의 가시성을 높여 줍니다. LIG넥스원의 수주잔고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이는 단기 테마가 아니라 구조적 수요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매출도 방산 수출 확대와 함께 성장세를 이어왔고, 영업이익률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방산 산업은 대규모 연구개발과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일단 양산 체계에 들어가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기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무기, 항공 엔진, 우주 산업 등 포트폴리오가 더 넓은 종합 방산 기업입니다. 반면 LIG넥스원은 유도무기와 방공 시스템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플랫폼 중심이라면, LIG넥스원은 핵심 무기 체계 중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는 두 기업의 성격이 다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형 프로젝트와 항공·우주 스토리까지 포함한 확장성이 강점입니다. LIG넥스원은 특정 분야의 기술 집중도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마진 개선이 포인트입니다. 포트폴리오 분산을 원한다면 두 기업을 함께 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방산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구간입니다. 이는 단기 테마가 아니라 구조적 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조건 비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적 성장률과 수주 증가율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프리미엄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수주가 일회성인지, 지속 가능한지입니다. 수주잔고가 계속 증가하고, 수출 지역이 다변화된다면 밸류에이션은 단순 제조업 기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환율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방산 기업은 원화 약세 구간에서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3년을 시나리오로 나눠보면 세 가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본 시나리오입니다. 글로벌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각국의 군 현대화가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LIG넥스원은 안정적인 수주와 매출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업이익률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낙관 시나리오입니다. 추가 대형 수출 계약이 체결되고, 무인·AI 기반 무기 체계가 본격 확대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매출과 이익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AI와 결합된 정밀 무기 체계가 확대되면 기술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보수적 시나리오입니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거나, 일부 계약이 지연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단기 실적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군 현대화 흐름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방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방산 산업은 단순히 총과 미사일을 만드는 산업이 아닙니다.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AI 기술이 결합된 첨단 산업입니다. 특히 무인기와 정밀 유도무기, 네트워크 중심 전장 체계는 AI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향후 지능형 표적 식별, 자율 비행, 데이터 분석 기반 작전 체계가 확대될수록 방산 기업의 기술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LIG넥스원은 단순 방산주가 아니라 첨단 기술 기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방산을 단기 뉴스에 반응하는 테마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 산업으로 볼 것인가입니다. 만약 구조적 변화에 베팅한다면, 유도무기와 방공 체계라는 핵심 영역을 가진 LIG넥스원은 충분히 깊이 있게 분석할 가치가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비교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수주잔고와 실적 흐름을 점검하며 접근하는 전략도 유효합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방산 산업의 존재감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시장의 재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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