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주최한 포럼이 화제입니다. 이 회사는 트럼프 일가가 일부 소유한 암호화폐 기업입니다. 겉으로 보면 디지털 자산과 토큰화, 규제 개편을 논의하는 고급 금융 콘퍼런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일반적인 산업 행사와는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업계 거물들이 모였지만, 동시에 정치적 색채와 트럼프 브랜드가 강하게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참석자 명단은 상당히 화려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 프랭클린 템플턴 최고경영자 제니 존슨(Jenny Johnson),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Changpeng Zhao), 국제축구연맹 회장 잔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 그리고 니키 미나즈(Nicki Minaj)까지 등장했습니다. 자산 수조 달러를 굴리는 전통 금융 인사들과, 암호화폐 업계 인물들, 그리고 유명 연예인이 한자리에 모인 셈입니다.
패널 토론의 주제는 디지털 자산, 토큰화된 부동산, 규제 개편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서 거래 가능하게 만드는 ‘토큰화’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스타우드 캐피털(Starwood Capital)을 이끄는 배리 스턴리히트(Barry Sternlicht)는 부동산을 토큰화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미국 내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실행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즉 기술은 준비됐는데 제도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케빈 오리어리(Kevin O’Leary)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가 자주 접촉하는 국부펀드들이 미국의 규제 리스크 때문에 암호화폐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도 리스크가 여전히 큰 장벽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한편 프랭클린 템플턴의 제니 존슨은 글로벌 통화 체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달러가 여전히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입니다. 유로화는 유럽 내 채권 시장이 통합돼 있지 않고 정책 조율도 어렵기 때문에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중국 위안화와 인도 루피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완전히 자유롭게 거래되는 통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안전한 통화를 담보로 삼으려는 한, 달러 기반 구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행사의 또 다른 축은 금융 그 자체라기보다 ‘불만’이었습니다. 트럼프 일가, 특히 에릭 트럼프(Eric Trump)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는 과거 은행들과의 갈등을 언급하며 기존 금융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계좌가 해지됐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금융 시스템을 낡고 처벌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게, 니키 미나즈가 마지막 패널로 등장했습니다. 금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최근 친분, 그리고 상징적 지지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행사장은 금융 콘퍼런스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결속을 확인하는 자리처럼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행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째, 전통 금융 대형 기관들이 암호화폐 논의의 중심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프랭클린 템플턴 같은 이름은 상징성이 큽니다. 암호화폐가 주변부 자산에서 점점 제도권 담론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둘째,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변화나 새로운 제도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화려한 인물 구성과 상징적 메시지에 비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나 명확한 규제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는 기대감과 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암호화폐 산업이 점점 정치와 밀접하게 엮이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이자 기회입니다. 정치적 후광은 단기적으로 자금 유입을 만들 수 있지만, 정권 변화나 정책 갈등이 생기면 반대로 급격한 불확실성을 낳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실제로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은 아직 바뀌지 않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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