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2,563개, 이더리움 49,852개를 코인베이스(Coinbase)로 이체했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약 2억7천만 달러 규모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대규모 이체는 매도를 준비하는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직후라는 점이 더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에서는 하루에 약 1억6천4백만 달러가 순유출됐습니다. 전체 비트코인 ETF 순유출 규모가 약 1억6천5백만 달러였는데, 거의 대부분이 블랙록에서 빠져나간 셈입니다. 이더리움 ETF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하루 약 9천6백만 달러가 빠져나가며 전체 순유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 흐름이 일시적일까요, 아니면 추세일까요. 비트코인 ETF는 이번 달에만 10억 달러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며 네 달 연속 순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ETF도 이번 달에 약 4억5천만 달러가 유출된 상태입니다. 기관 자금이 잠시 숨을 고르는 구간처럼 보이죠.

이 배경에는 리스크 요인도 있습니다. 투자자 케빈 오리어리(Kevin O’Leary)는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양자컴퓨터 리스크를 우려해 암호화폐 비중을 3% 수준으로 제한하려는 분위기라고 언급했습니다. 기술적 위협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반대 시각도 있습니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는 비트코인 ETF가 출시 이후 2년간 순유입 52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초 예상했던 첫해 50억에서 15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최근 유출이 있다고 해서 전체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미죠.

여기에 오늘 또 하나의 변수가 겹칩니다. 약 24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옵션이 만기를 맞습니다. 이 중 비트코인 옵션이 20억 달러 규모이고, ‘맥스 페인 가격’은 7만 달러입니다. 맥스 페인 가격은 옵션 매수자들이 가장 손해를 많이 보는 가격대를 뜻하는데요. 시장이 만기일에 이 가격 근처로 수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약 4억 달러 규모가 만기이고, 맥스 페인 가격은 2,050달러입니다.

최근 공매도 청산이 나오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솔라나(Solana)에서 단기 반등 신호가 보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오늘 7만 달러 근처까지 회복한다면 옵션 구조상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큰 변수는 오늘 발표되는 PCE 물가 지표입니다. 월가 예상치는 2.9%로 다소 높은 수치입니다.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도 예외는 아니죠.

정리해보면, 지금 시장은 세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관 자금의 단기 유출, 대규모 옵션 만기, 그리고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입니다. 단기 변동성은 충분히 커질 수 있는 구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조적 하락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ETF의 2년 누적 자금 유입은 여전히 견조하고, 기관의 완전 이탈 신호도 아닙니다. 다만 과거처럼 일방적인 매수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금은 방향성을 예단하기보다, 변동성 자체를 관리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반등이 나와도 이벤트성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락이 나와도 과도한 공포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