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의 발언이 시장에서 꽤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갈링하우스는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4월 말까지 통과될 가능성을 90%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미국 가상자산 규제 논의가 이제는 속도를 내고 있다는 판단인데요.

이 법안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어떤 디지털 자산은 증권법의 적용을 받고, 어떤 자산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즉 CFTC의 감독을 받는지 명확히 구분하자는 겁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이 경계가 모호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게 증권인가 아닌가”를 두고 항상 법적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해야 했죠.

갈링하우스는 최근 워싱턴에서 백악관과 의원들, 그리고 전통 금융권 인사들까지 함께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정치권의 태도가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위기입니다. 백악관이 3월 1일을 목표 시점으로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고요.

다만 법안이 완벽하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보상 구조, 그러니까 플랫폼이 예치자에게 이자처럼 보이는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되는지에 대한 조항에서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도 그는 “산업이 계속 불확실성 속에 머물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리플은 이미 연방법원에서 XRP가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 어느 정도 법적 정리를 마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른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회색지대에 놓여 있죠. 그래서 갈링하우스는 이번 법안이 업계 전반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발언이 최근 가상자산 시장 조정 국면 속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들이 변동성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그는 기업 재무담당자들과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관리, 국경 간 결제 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가격은 흔들려도,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리플은 2023년 이후 약 30억 달러를 인수합병에 사용하며 커스터디,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 자금관리 영역으로 사업을 넓혔습니다. 다만 당분간은 대형 인수는 멈추고 통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격적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로 전환하는 모습이죠.

시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연말까지 통과될 확률을 82% 정도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CEO가 말한 90%보다는 약간 낮지만, 어쨌든 상당히 높은 확률입니다.

여기서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내 규제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관 자금 유입의 명분이 생길 수 있고요. 특히 미국 기반 프로젝트나 거래소에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둘째, 이미 기대가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법안이 지연되거나 수정안이 예상보다 강경하게 나오면, 오히려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죠.

셋째, 규제가 명확해지는 것이 항상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명확해진다는 건, 동시에 규제의 범위도 분명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사업 모델은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기대와 “정책 리스크”라는 현실 사이에 서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가상자산 시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통과 여부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겠죠. 투자자는 낙관과 경계심을 동시에 가져가는 구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