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트코인 시장이 왜 이렇게 답답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왜 갑자기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지금 비트코인은 7만 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격은 약 6만 8,600달러 수준인데요. 연초 대비로는 20% 넘게 하락했고, 2015년 이후 가장 약한 1분기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거시 환경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로 예상보다 낮게 나왔고,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험자산이 반등해야 할 것 같은데, 시장은 여전히 힘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 번째는 자금 흐름입니다.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지난주에만 3억 6천만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이더리움 관련 상품에서도 1억 6천만 달러 이상이 유출됐습니다. 기관 자금이 계속해서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4주 동안 암호화폐 ETP 전체에서 약 37억 달러가 빠져나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하버드대학교가 비트코인 ETF 보유량을 21% 줄이고, 대신 약 8,700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포지션을 새로 쌓았다는 점입니다. 전반적인 위험 확대라기보다는 자산 간 선택적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온체인 데이터입니다.

겉으로는 약세지만, 블록체인 데이터에서는 조금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대형 보유자, 흔히 ‘고래’라고 부르는 투자자들의 거래소 출금이 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코인을 거래소 밖으로 빼서 장기 보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 MVRV라고 부르는 지표가 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이 평균 매입가 대비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이 수치가 약 1.1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 구간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다만 단기 보유자들의 평균 매입단가는 약 9만 4천 달러 수준입니다. 지금 가격은 그보다 훨씬 아래에 있습니다. 최근에 들어온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 구간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작은 하락에도 매물이 쉽게 나올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파생상품 시장입니다.

현재 숏 포지션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10% 상승하면 약 43억 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이 청산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10% 하락할 경우 청산되는 롱 포지션은 약 24억 달러 수준입니다. 위쪽이 더 많이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이건 무슨 의미냐면, 만약 어떤 긍정적인 촉매가 등장해 가격이 급등하면 숏커버, 즉 공매도 청산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가격이 급하게 튈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추가 악재가 나오면 변동성은 또 다른 방향으로 폭발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한쪽으로 쏠린 스프링 같은 상태입니다.

옵션 시장의 내재변동성도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매도 직전 40 수준이던 변동성이 급락 때 55까지 치솟았고, 지금은 48 근처입니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거시 환경도 애매합니다.

물가는 둔화되고 있지만, 고용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습니다. 1월 비농업 고용이 13만 건 증가해 예상의 거의 두 배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내려오고 고용은 탄탄하다면, 연준의 정책 경로는 더 복잡해집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확산되기도 어렵고, 긴축이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패닉’ 상태는 아닙니다. 하지만 피로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가격은 6만~7만 2천 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고, 기관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으며, 단기 투자자들은 손실 구간입니다. 동시에 고래들은 조용히 물량을 모으고 있고, 파생시장에는 숏이 쌓여 있습니다.

이 조합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방향은 아직 모릅니다. 다만 다음 움직임은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로 가면 숏 스퀴즈가 붙으면서 강한 반등이 나올 수 있고, 아래로 가면 심리 붕괴가 겹치면서 빠른 투매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방향성 베팅 구간이라기보다, 변동성 확대 구간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런 장에서는 확신보다 유연함이 중요하죠. 한쪽에 올인하기에는 데이터가 너무 엇갈려 있습니다.

시장은 조용한데, 구조는 긴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