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같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유리기판(글라스 코어)**입니다.
기사에는 이런 표현이 붙습니다.
“게임체인저”, “대세”, “급등”.
솔직히 이런 단어가 많이 붙을수록 저는 오히려 달력을 먼저 봅니다.
✔ 언제 시제품이 나오고
✔ 언제 고객이 품질 인증(퀄)을 통과하고
✔ 언제 공장이 풀가동으로 넘어가는지
기술은 화려합니다.
하지만 돈은 공정과 일정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오늘은 멋진 기술 설명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실적이 붙는가?”에 집중해보겠습니다.
왜 유리기판이 ‘바닥 공사’일까?
AI 서버 안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GPU 하나에 메모리, 전원부품이 빽빽하게 붙습니다. 열도 어마어마합니다.
이 칩을 받쳐주는 게 바로 FC-BGA 기판입니다.
쉽게 말해 칩을 올리는 ‘바닥판’입니다.
문제는 열입니다.
열이 오르면 기판이 미세하게 휘어집니다. 이를 워페이지(warpage)라고 합니다.
“조금 휜다”가 아니라, 조금만 휘어도 불량이 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여기서 유리 코어가 등장합니다.
- 열팽창계수(CTE)가 낮습니다.
- 평탄도가 좋습니다.
- 대면적·고집적 배선에 유리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TGV(Through Glass Via) 공정이 더해집니다.
유리를 관통하는 미세 구멍을 뚫어 위아래 배선을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밀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유리는 잘 깨집니다.
균열, 미도금, 충진 불량… 공정 난이도가 높습니다.
결국 관건은 하나입니다.
“좋은 기술인가?”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레이저로 구멍을 뚫고, 금속을 채우고, 표면을 다시 평탄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
이 모든 단계에서 수율이 무너지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래서 이 테마는 소재만이 아니라 장비·검사까지 함께 봐야 하는 산업입니다.
왜 AI 시대에 갑자기 속도가 붙었을까?
미세공정이 멈춰서가 아닙니다.
패키지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AI 가속기 하나가 먹는 전력은 과거와 비교가 안 됩니다.
패키지 면적은 커지고, 배선은 촘촘해지고, 열은 더 올라갑니다.
그 결과, 기존 유기기판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상용화 일정이 숫자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 2025년 첫 납품
- 2027년 생산능력 확대
- 공정수 80% 재활용 목표
이 정도로 구체적인 달력이 나오면,
기술 테마가 아니라 상용화 레이스로 국면이 바뀝니다.
게다가 Intel이 전시장에서 EMIB 패키징과
결합한 유리 기판 실물을 공개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루머보다 중요한 건,
경쟁사가 “실물”을 꺼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이때부터 진짜로 움직입니다.
밸류체인, 어디서 돈이 모일까?
유리기판 산업은 네 덩어리로 나누면 이해가 쉽습니다.
- 소재(유리 코어·표면처리)
- 가공(TGV 홀·식각·도금 충진)
- 장비(레이저·검사·측정)
- 양산(고객 인증·수율 안정화)
단기적으로 주가를 흔드는 건 “양산 뉴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익이 남는 구간은 종종 불량을 줄이는 영역입니다.
- 미세 균열을 얼마나 빨리 잡는지
- 절단면을 얼마나 깨끗하게 유지하는지
- 택트타임(공정 속도)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
테마가 커질수록 ‘스펙’보다 속도와 수율이 중요해집니다.
대장주 3사, 같은 테마 다른 전략!
① SKC
미국 법인 중심으로 공장–고객–증설 스토리가 비교적 선명합니다.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 주요 고객 품질 인증 진행 상황
- 초기 수율 안정화
- 증설 결정 시점
일정이 당겨지면 프리미엄이 붙고, 지연되면 조정이 빠른 편입니다.
② LG이노텍
기존 기판 사업 위에 유리 정밀가공 파트너십을 얹었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 생산성(원가 경쟁력)
- 수요가 열리는 타이밍
- 고객 확보 속도
상용화 시점을 다소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를 리스크 관리로 해석합니다.
속도가 느린 산업에서는 과장이 더 위험합니다.
③ 삼성전기
소재 파트너와 JV를 추진하며 공급 라인을 먼저 굳히는 전략이 눈에 띕니다.
핵심은
- JV 실행력
- 고객 다변화
- 고부가 제품 믹스 확대
결국 “양산 전환”이 숫자로 찍히는 시점이 중요합니다.
저평가 후보는 어떻게 볼까?
테마가 달릴 때 가장 위험한 건
실적 없이 기대만 올라간 종목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 가지를 봅니다.
- 장비·공정 납품 이력이 있는가
- 유리 가공·식각 등 인접 경험이 있는가
- 테마가 늦어도 버틸 현금창출력이 있는가
예를 들어
- 필옵틱스
- 솔브레인
- 켐트로닉스
같은 기업들은 ‘후보군’으로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추천이 아니라, 비교 기준표에 가깝습니다.
결국, 이 테마의 본질은 이것입니다
주식시장은 늘 먼저 달립니다.
특히 신기술은 더 빠릅니다.
하지만 이 테마의 핵심은
“언젠가 된다”가 아니라
“언제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뉴스가 나오면 감탄 대신 질문을 붙입니다.
- 샘플은 몇 군데 나갔는가
- 고객 퀄 단계는 어디인가
- 수율은 몇 %까지 올라왔는가
- 원가는 분기마다 내려가고 있는가
답이 없으면 서사입니다.
답이 쌓이면 실적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포인트!
‘기대의 속도’와 ‘돈의 속도’는 다릅니다.
이 산업은 기술보다 달력,
그리고 불량을 줄이는 집요함에서 승부가 납니다.
금리가 높으면 설비투자가 늦어지고,
투자가 늦어지면 소재·장비 매출도 한 박자 쉬어갑니다.
그래서 테마만 보지 말고 투자 사이클을 같이 보셔야 합니다.
달력에 이렇게 적어두십시오.
시제품 → 퀄 통과 → 양산 전환
이 세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기대는 현실이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운이 아니라,
숫자로 싸우는 구간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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