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정말 끝났을까요.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성장의 엔진이던 나라가 이제는 ‘구조적 침체’의 상징처럼 이야기됩니다. 중국 주식은 3~4년째 박스권 혹은 하락 흐름을 이어왔고, 부동산 위기·청년 실업·지방정부 부채 같은 단어가 뉴스의 기본값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단순합니다. 지금의 중국은 장기 침체의 초입일까요, 아니면 깊은 조정 이후의 바닥권일까요.


먼저 냉정하게 현실부터 보겠습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입니다. 중국 GDP에서 부동산 및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직간접적으로 20~30%에 이른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런데 헝다 사태 이후 대형 개발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주택 착공·분양·가격이 동반 둔화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핵심이었고, 집값 상승이 소비 심리를 떠받쳤습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집값이 약해지니 소비도 위축됩니다. 부동산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심리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겹칩니다. 토지 매각 수입에 의존하던 지방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재정 여력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인프라 투자와 공공 지출을 늘리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성장률도 둔화되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 부동산 완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아직 강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뢰의 문제입니다. 과거처럼 강한 경기 부양이 나올지에 대해 시장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중국은 단순한 신흥국이 아니라, 여전히 세계 2위 경제 규모를 가진 거대한 제조·수출 국가입니다. 첨단 제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2차전지 소재, 드론, 전력 장비 등 특정 산업에서는 글로벌 점유율이 압도적입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들이 내수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즉, ‘부동산은 약하지만 제조업은 강한’ 이중 구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정책입니다.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경기 둔화 국면마다 정책을 통해 방향을 바꿔왔습니다.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소비 쿠폰 발행 등 정책 수단은 여전히 많습니다. 최근에는 첨단 산업 육성과 자립 기술 강화, 이른바 ‘신질생산력’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AI, 신재생에너지, 첨단 장비 같은 분야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밀고 있습니다. 이런 산업은 단기 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지만, 중장기 체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결국 주가입니다. 중국 증시는 몇 년간 조정을 받으며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주요 지수의 PER은 역사적 평균 대비 할인 구간에 있고, 일부 대형 인터넷 기업은 현금흐름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문제는 ‘싸다’가 곧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장은 정책 신뢰와 성장 모멘텀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쉽게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정말 구조적 침체로 가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고, 고령화 속도는 빠릅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은 장기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일부 산업은 동남아·인도 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인들은 과거처럼 두 자릿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과거 10% 성장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렇다면 바닥론은 어디서 나오느냐. 바로 ‘기대치’에서 나옵니다. 시장은 이미 상당히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부동산 부진, 소비 둔화, 청년 실업, 기술 제재 등 악재는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이 조금만 강해지거나, 소비 지표가 예상보다 개선되거나, 부동산 가격 하락이 멈춘다는 신호만 나와도 주가는 크게 반등할 수 있습니다. 비관이 극단으로 치닫는 구간에서는 작은 긍정도 큰 재료가 됩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중국은 간접 영향이 더 중요합니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의 반도체·화학·철강·기계 수출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이 장기 침체로 들어가면 한국 수출 기업에도 부담입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외국인 수급과 연결됩니다.


결국 질문은 이것입니다. 중국은 끝났는가, 아니면 재정비 중인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침체로 보는 것도 과도합니다. 중국은 부동산 중심 성장 모델에서 첨단 제조·기술 중심 모델로 이동하는 중간 단계에 있습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시장은 항상 그 ‘전환점’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투자 전략으로 보면, 중국 전체를 베팅하는 방식보다는 산업별 선별 접근이 유효해 보입니다. 국가 전략 산업, 글로벌 경쟁력이 검증된 기업,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대형 기업 위주로 보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정책 신호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중국 시장은 펀더멘털만큼이나 정책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은 끝났다’는 단순 문장은 시장을 이해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거대하고, 복합적이며, 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위기와 구조적 문제는 현실이지만, 제조업 경쟁력과 정책 여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시장이 극단적 비관에 머물러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냉정함입니다. 공포가 정점일 때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낙관이 과열될 때 위험이 커지기도 합니다.


중국을 바라볼 때 필요한 건 흑백 논리가 아니라 균형입니다. 침체와 반등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고, 숫자와 정책을 확인하며 접근하는 것. 그게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