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 300만대, 가능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많은 분들이 이렇게 반응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끝난 것 아닌가요?”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과거 폭발적 성장 국면을 지나 정체 구간에 들어온 지 오래입니다. 교체 주기는 3년을 넘어 4년에 가까워졌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신형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화면은 충분히 크고, 카메라는 충분히 좋고, 속도도 이미 빠릅니다. 그래서 시장은 한동안 “혁신의 부재”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 앞에 다시 강력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AI입니다. 단순히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AI가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서 직접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입니다.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서버에 요청을 보내고 응답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기기 자체가 하나의 개인 AI 컴퓨터가 되는 그림입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칩셋이 있습니다. 특히 Qualcomm은 최신 스냅드래곤 시리즈에서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을 대폭 강화하며 AI 연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CPU와 GPU가 스마트폰 성능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AI 연산 능력이 새로운 경쟁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벤치마크 점수가 아니라, “이 기기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칩 설계 자체가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완성품 제조사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Samsung Electronics은 갤럭시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실시간 통화 번역, 텍스트 요약, 이미지 생성, 사진 보정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전 광고가 카메라 화질이나 디자인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AI가 당신을 대신해 생각해준다”는 메시지가 전면에 등장합니다. 스마트폰을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라 개인 비서, 개인 생산성 도구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렇다면 300만대라는 숫자는 현실적일까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약 11억~12억 대 수준입니다. 이 중 프리미엄 시장만 해도 2억 대 이상입니다. 300만대는 전체 시장의 0.3% 수준, 프리미엄 시장의 1% 남짓에 불과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소비자가 AI를 교체 이유로 인정하느냐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기본적으로 교체 수요 시장입니다. 카메라가 압도적으로 좋아졌을 때, 4G에서 5G로 넘어갈 때,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을 때 교체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AI는 어떨까요. 만약 AI 기능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수준이라면 교체를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시간 통역이 완벽에 가까워지고, 업무 메일을 자동으로 요약해주고, 사진과 영상을 알아서 정리해주며, 개인 일정과 금융, 소비 패턴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때는 AI가 단순 기능이 아니라 필수 도구가 됩니다.


여기서 온디바이스의 의미가 다시 중요해집니다. 클라우드 기반 AI는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응답 지연이 있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습니다. 반면 온디바이스 AI는 속도가 빠르고,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하며,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안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특히 기업용 시장이나 금융·공공 영역에서는 이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폰은 소비자용을 넘어 B2B 영역까지 확장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부품 산업에도 영향을 줍니다. AI 연산이 늘어나면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입니다. LPDDR 용량은 계속 커지고 있고, 패키징 기술과 전력 효율이 중요해집니다. AI는 전력을 많이 소모합니다. 발열 관리 기술, 전력관리반도체(PMIC), 고급 기판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완성품이 아니라 칩, 메모리, 전력, 열 관리 등 인프라 쪽에서 안정적 수혜가 나올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평균판매가격(ASP)입니다. AI 기능이 기본 탑재되면 칩 단가가 올라가고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며, 제조 원가가 상승합니다. 제조사는 이를 가격에 반영하려 할 것입니다.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아도 ASP 상승으로 매출과 이익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정체된 시장에서 마진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가 되는 셈입니다.


통신사 관점에서도 변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AI 단말기로 진화하면, 통신사는 단순 데이터 판매자가 아니라 AI 서비스 유통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AI 구독 모델, 클라우드 연동 서비스, 요금제 번들링이 가능해집니다. 단말+서비스 결합 모델은 ARPU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결국 AI폰은 하드웨어 혁신이면서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기도 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질문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AI폰이 일시적 테마인가 구조적 변화인가. 둘째, 실적이 얼마나 빨리 따라올 것인가. 셋째, 수혜가 어디로 집중될 것인가. 초기에는 기대감이 주가를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실적이 증명해야 합니다. AI 연산이 실제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고, 부품 주문 증가로 연결되고, ASP 상승으로 확인되어야 진짜 사이클이 됩니다.


300만대라는 숫자는 상징적입니다. 그것이 성공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AI를 “새로운 이유”로 받아들였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AI가 그 이야기가 될지, 또 하나의 마케팅 문구로 남을지는 이제 몇 분기 안에 판가름 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칩 설계, 메모리 수요, 소프트웨어 구조, 통신 비즈니스 모델까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동시다발적 변화는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AI폰을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전환점 후보로 봅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숫자와 체감 경험이 그 기대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