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HBM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메모리 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닙니다.
본딩(패키징), 검사·번인, 테스트 소켓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체가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HBM이 왜 중요한지”보다, 어디에서 돈이 막히고 흘러가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AI 서버 이야기만 나오면 대부분 GPU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요즘은 GPU만 좋다고 끝이 아닙니다.
옆에서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메모리가 숨이 차면, 아무리 좋은 엔진도 제 성능을 못 냅니다.
이때 등장하는 게 고대역폭 메모리, HBM입니다.
대역폭은 쉽게 말해 ‘도로 차선 수’ 같은 개념입니다.
차선이 넓을수록 AI는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HBM이 단순히 “빠른 메모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칩 가까이에 붙여야 하고, 여러 장을 높게 쌓아야 하고,
그 상태로 열도 견뎌야 하고, 불량은 숨길 수 없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난도가 높은 종합 공정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HBM은 왜 AI 시대의 필수품이 됐을까?”
핵심은 ‘거리’입니다.
계산 칩과 메모리 사이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체감 성능은 확 튑니다.
그래서 메모리를 바짝 붙이고, 정밀하게 적층하는 구조가 선택됐습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작은 결함 하나도 치명적이 됩니다.
AI 서버는 멈추는 순간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공정은 더 촘촘해지고 검사는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 HBM 출하량이 337억 Gb,
매출이 473억 달러까지 전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I 인프라가 커지면, 이 메모리는 같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출하 +48%, 매출 +32%라는 성장률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HBM 밸류체인에서 돈은 어디로 지나갈까?”
저는 항상 화려한 곳보다, 막히는 곳을 먼저 봅니다.
막히는 구간에는 반드시 돈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HBM 밸류체인에서 막히기 쉬운 구간은 크게 세 곳입니다.
첫째, 칩을 붙이는 공정인 본딩.
둘째, 불량을 걸러내는 검사·번인.
셋째, 테스트 장비와 칩을 연결하는 소켓입니다.
특히 본딩 공정은 상징적인 병목입니다.
장비가 부족하면 전체 생산 일정이 밀립니다.
그래서 TC 본더 점유율 70%대 같은 숫자가 단순한 통계 이상으로 의미를 가집니다.
특허 수, 누적 수주 같은 지표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도
“다음 세대에서도 이 방식이 계속 쓰일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검사·번인 쪽은 일종의 보험이자 통행료입니다.
HBM은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불량을 더 싫어합니다.
그래서 테스트 강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이 과정에서 디아이, 유니테스트처럼
검사와 번인 영역을 함께 담당하는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언급됩니다.
-40도부터 150도까지 온도를 움직이며
한 번에 256개를 병렬로 테스트한다는 스펙은
자랑이라기보다 “검사가 곧 생산성”이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소켓은 조용하지만 성격이 좋은 영역입니다.
양산이 늘면 교체가 늘고,
세대가 바뀌면 고사양 제품 비중이 커지면서 매출 구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화제성은 낮아도 지속성이 강한 구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이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디아이·유니테스트·이오테크닉스, 주가를 가르는 포인트는 뭘까?”
디아이는 결국 ‘번인의 깊이’가 관건입니다.
테스트 기준이 얼마나 강화되고,
그 변화가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되느냐가 중요합니다.
물량 증가보다 테스트 방식의 변화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유니테스트는 타이밍의 싸움입니다.
한 세대가 샘플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순간,
장비 투자가 몰리는 구간이 생깁니다.
그때 고객사 믹스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실적 체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오테크닉스는 공정 난도 상승이 곧 기회가 되는 구조입니다.
적층이 복잡해질수록 물리적 충격을 줄이는 가공 방식이 설득력을 얻고,
이때 레이저 장비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어려워질수록 장비 값이 올라가는 구간”을 기대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지금 섹터를 볼 때는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세대 전환과 협상력입니다.
HBM3E에서 HBM4로 넘어가는 구간은
공급망이 흔들리는 시간입니다.
누가 먼저 인증을 받고,
누가 먼저 양산으로 들어가느냐가 주가에도 영향을 줍니다.
동시에 수요가 커질수록 고객의 협상력도 커질 수 있습니다.
출하량이 늘어도 가격이 밀리면 체감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출하 증가”와 “단가 변화”를 항상 같이 봐야 합니다.
장비 역시 설치로 끝나지 않습니다.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부품 교체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는지까지 봐야
단기 뉴스에 덜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종목보다
‘필수인데 덜 시끄러운’ 구간을 선호합니다.
테스트 소켓처럼 반복 수요가 생기는 부품,
기판·PCB처럼 고사양화될수록 반드시 필요한 영역,
그리고 후공정 패키징처럼 성능의 마지막 문턱을 담당하는 구간입니다.
이 영역들은 주목도가 들쭉날쭉해도
산업이 커질수록 역할이 더 분명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주목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보다 ‘절대 병목’이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AI 인프라가 커질수록 증설이 이어지고,
증설이 되면 반드시 어딘가는 막힙니다.
병목은 계속 이동합니다.
과거엔 제조였고, 지금은 본딩과 검사,
다음엔 전력·냉각·기판으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목을 외우기보다
“지금 막히는 곳이 어디인가”를 계속 업데이트합니다.
병목이 이동할 때, 돈의 길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자는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라기보다,
지도를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하느냐의 싸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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