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흔히 페라리를 자동차 회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페라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표현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바로 느끼게 됩니다. 페라리는 차를 만드는 회사이기 이전에, 희소성과 욕망을 설계하는 회사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이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 고객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보통 자동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전제로 움직입니다. 공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지, 연간 판매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가 곧 경쟁력이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신모델을 쏟아내고, 할인 정책을 고민하고, 점유율 싸움을 벌입니다. 하지만 Ferrari는 이 게임에 아예 참여하지 않습니다. 페라리는 더 팔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덜 팝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대기 명단을 늘립니다. 이 선택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페라리의 고객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돈은 기본 조건일 뿐이고, 그 다음에는 브랜드와의 관계가 중요해집니다. 이전에 어떤 모델을 샀는지, 얼마나 오래 페라리를 소유했는지, 브랜드 행사에 얼마나 참여했는지까지 고려됩니다. 신차를 사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주문서를 넣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선별된 구성원’이라는 감각을 갖게 됩니다. 이 감각이 페라리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지위로 바꿔 놓습니다.
이런 구조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가격입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출고되는 순간 감가상각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페라리는 예외입니다. 일부 모델은 출고가보다 중고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됩니다. 특히 한정판 모델이나 특정 스토리를 가진 차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건 품질이 좋다는 차원을 넘어,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이 아니라 보유 자체가 의미가 되는 순간입니다.
사람들이 페라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핫도그 가격을 수십 년간 동결한 코스트코 CEO처럼, 페라리 역시 브랜드의 원칙에 대해 극단적으로 집요합니다. 생산량을 늘리자는 내부 제안이 나와도, 엔초 페라리 시절부터 내려온 철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 대를 더 팔기 위해 브랜드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이 문장은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이 철학은 숫자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페라리의 연간 판매량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자동차 업계에서 독보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많은 차를 만들어 박리다매로 파는 구조가 아니라, 적은 수량으로도 높은 마진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는 할인도, 재고 떨이도 없습니다. 가격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브랜드의 일부입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이렇게 안 팔아서 회사가 커질 수 있을까?”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방식이 페라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장 상황이 나빠져도, 경기 침체가 와도, 페라리는 가격을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급을 더 줄이며 브랜드를 방어합니다. 그 결과,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자동차 회사들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건 럭셔리 브랜드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페라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포뮬러 원, F1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F1을 비용 덩어리로 봅니다. 실제로 엄청난 자금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페라리에게 F1은 비용이 아니라 브랜드 유지 장치에 가깝습니다. 페라리는 F1에서 가장 오래된 팀이고, 가장 강한 서사를 가진 팀입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레이싱 DNA라는 정체성은 계속 축적됩니다. 이 서사가 있기에 페라리는 ‘빠른 차’가 아니라 ‘레이싱의 혈통을 가진 차’가 됩니다.
이 레이싱 서사는 고객의 감정에 깊숙이 파고듭니다. 페라리를 산다는 것은 단순히 성능 좋은 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와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페라리 오너들은 차를 팔 때도 다른 차주들과 다르게 행동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팔기보다는, 컬렉션의 일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 중고 시장의 가격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최근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페라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몇 년까지 몇 대’라는 목표를 앞다투어 발표할 때, 페라리는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페라리에게 전기차는 단순한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아닙니다. 엔진 사운드, 주행 감각, 감성까지 모두 포함된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페라리는 “언제 나오느냐”보다 “페라리답게 나올 수 있느냐”를 먼저 고민합니다.
이 느림은 단점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프리미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시장의 유행을 따라가는 순간, 페라리는 수많은 고급 전기차 브랜드 중 하나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시간을 들여 준비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 됩니다. 이건 기술 기업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사고방식에 가깝습니다.
페라리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기업이 우리에게 단순한 투자 이야기를 넘어서, 자본주의에서 희소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수요가 늘면 공급을 늘립니다. 하지만 페라리는 수요가 늘수록 공급을 통제합니다. 이 통제가 브랜드의 신뢰와 가격을 지켜주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만들어냅니다.
이 구조는 다른 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모든 기업이 페라리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무조건 많이 파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속도로 파느냐가 훨씬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페라리는 이 원리를 가장 극단적으로,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페라리는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제품을 파는 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관리하는 법을 보여줍니다. 빨리 움직이지 않아도, 유행을 쫓지 않아도,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이 점에서 페라리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희소성과 브랜드를 다루는 하나의 교과서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싸지고, 흔해지고, 잊힙니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싸지고, 더 갖기 어려워지고, 더 이야기됩니다. 페라리는 바로 그 후자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그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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