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한국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지수는 오르는데 왜 이렇게 체감이 안 좋지?”입니다. 뉴스에서는 코스피 반등 이야기가 나오고, 외국인 수급이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정작 개인 투자자 계좌나 주변 분위기를 보면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이 괴리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한국 경제와 자산시장이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우선 주식시장부터 보면, 최근 한국 증시는 분명히 반등 국면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 반등의 주체를 뜯어보면 굉장히 편중돼 있습니다. 외국인 자금은 여전히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특히 반도체와 일부 수출주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몇몇 2차전지 대장주, 방산·조선 일부 종목들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코스닥 중소형주나 내수 소비주들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지수는 평균이기 때문에 오를 수 있지만, 시장에 참여한 다수의 체감은 전혀 평균이 아닙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 상황은 굉장히 피곤합니다. 상승장을 놓칠까 봐 들어가면 이미 오른 대형주고, 그렇다고 안 오른 중소형주를 들고 있자니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왜 그대로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건 투자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이 흐르는 방향 자체가 한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주식시장 분위기는 부동산 시장과도 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가계 자산은 지나치게 부동산에 집중돼 있었고, 금리 인상 이후 그 부담이 고스란히 체감 경기로 내려왔습니다. 금리가 급격히 올라간 이후, 집을 가진 사람들은 대출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고, 집을 못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과 대출 규제로 진입 자체가 어렵습니다. 어느 쪽이든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가격 자체보다도 ‘거래 절벽’이 체감 경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집값이 급락하지는 않았지만, 거래가 안 되면서 시장이 멈춰 섰고, 이로 인해 중개업, 인테리어, 가전, 가구, 이사 같은 연관 산업들이 동시에 얼어붙었습니다. 부동산은 단순히 주거 자산이 아니라, 한국 내수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왔는데, 그 허리가 굳어버린 셈입니다.
문제는 이 부동산 부담이 소비 심리와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월급에서 이자 나가는 비중이 커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외식부터 줄이고, 여행을 미루고, 큰 소비를 꺼리게 됩니다. 그래서 뉴스에서는 수출 회복 이야기가 나오는데, 동네 상권이나 자영업 현장은 더 힘들어지는 괴리가 발생합니다. 지표상 GDP나 수출은 버텨주지만, 체감 경기는 오히려 더 나빠 보이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자산 양극화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부동산 시장에서도 자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대출을 거의 갚았거나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이제 막 자산을 쌓아가던 계층은 금리와 물가를 동시에 맞고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고, 체감 경기는 계속 눌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적으로 보면, 정부와 금융당국도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와 환율이 부담이고, 그렇다고 계속 조이자니 가계와 내수가 버티지 못합니다. 부동산 규제를 풀면 다시 과열 논란이 나오고, 안 풀면 거래는 더 얼어붙습니다. 이 어정쩡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기다림’에 들어가게 되고, 이 기다림이 곧 경기 둔화로 이어집니다.
이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예전처럼 다 같이 좋아지겠지”라는 기대입니다. 하지만 지금 구조는 과거와 다릅니다. 예전에는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이 살아나고, 부동산이 살아나면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살아나면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비교적 단순한 선순환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계부채 규모가 너무 커졌고, 인구 구조도 바뀌었으며,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도 훨씬 선택적입니다. 한 번에 모두를 살리는 반등은 나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비관적으로 볼 필요만 있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 국면에서 무엇을 봐야 하느냐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전체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어떤 산업과 어떤 기업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지를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고, 달러를 벌어오며,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은 여전히 선택받습니다. 반대로 내수 의존도가 높고, 금리와 소비에 민감한 기업들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처럼 “어디든 사면 오른다”는 시장은 이미 끝났습니다. 입지, 수요, 대출 구조에 따라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기대 수익보다 유지 비용과 리스크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부동산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자산 방어의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결국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괴리는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우리는 평균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구조를 살고 있는가?” 지수, 통계, 뉴스는 평균을 보여주지만, 개인의 삶은 구조 속에서 움직입니다. 자산이 어디에 묶여 있는지,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소득의 안정성이 어떤지에 따라 체감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막연한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모두 위험합니다. 중요한 건 이 구조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설 수 있는 위치를 다시 점검하는 것입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소비든, 예전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계속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수는 오르는데 마음은 불안한 이 시기, 그 불편한 감정 자체가 오히려 시장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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