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잘나가는 서비스들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꽤 분명해집니다.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어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매번 “이거 왜 이렇게 귀찮아?”라고 느끼던 지점을 정확히 없애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흐름을 단순히 ‘편리함’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불편함 제거를 가장 잘한 서비스들이 살아남고 있는 트렌드**라고 보는 게 더 맞아 보입니다.
가장 직관적인 사례는 **쿠팡**입니다. 쿠팡의 핵심 경쟁력을 물류나 가격에서만 찾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포인트는 ‘생각할 시간을 없앴다’는 점입니다. 원클릭 결제, 기본 배송지 자동 설정, 다음에 뭘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화면 구성까지, 쿠팡은 쇼핑 과정에서 생기는 거의 모든 마찰을 제거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수단 고르고, 주소 입력하고, 인증하는 과정을 없애자 구매 전환율은 완전히 달라졌고, 이 경험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다시 예전 쇼핑몰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금융 쪽에서는 **토스**가 대표적입니다. 토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놀랐던 이유는 기능이 많아서가 아니라, 송금이 너무 간단했기 때문입니다. 계좌번호 입력, 은행 선택, 인증 절차 같은 금융 특유의 불편을 과감하게 줄였습니다. 이후 보험, 투자, 대출까지 확장했지만, 핵심은 여전히 같습니다. 사용자가 “이걸 지금 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금융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앱을 켜는 데 심리적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이 토스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배달 서비스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입니다. **배달의민족**은 단순히 음식점을 많이 모아놓은 플랫폼이 아닙니다. 이전 주문 기록, 즐겨찾기, 재주문 버튼, 메뉴 옵션 최소화 등은 전부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실제로 배달앱 이용자 중 상당수는 새로운 가게를 탐색하기보다, 익숙한 메뉴를 빠르게 다시 주문합니다. 배달의민족은 이 반복 행동을 가장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로 눈을 돌리면 **Netflix**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자동 재생, 이어보기, 복잡하지 않은 요금제 구조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뭘 볼지 고르는 과정”이 가장 피곤하다는 걸 정확히 알고, 그 피로를 최소화했습니다.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도 뛰어나지만, 사실 사용자가 체감하는 가치는 버튼을 누를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 가깝습니다. 그냥 켜두면 다음 행동이 자동으로 이어집니다.
여행 분야에서는 **Airbnb**가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고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줄이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사진 중심 UI, 후기의 가독성, 예약 조건의 단순화, 그리고 최근에는 가격을 세금·청소비 포함으로 한 번에 보여주는 방식까지 도입했습니다. 여행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잘못 선택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인데, 이 심리적 불편을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플랫폼의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묶어서 보면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보입니다. 이 서비스들은 사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택지를 줄이고, 행동을 단순화합니다. 기능을 더하기보다 과정을 빼는 데 집착합니다. 그 결과 사용자는 덜 피곤해지고, 서비스는 더 자주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 ‘덜 귀찮음’은 생각보다 강력한 가격 결정력으로 이어집니다. 조금 비싸도, 조금 덜 합리적이어 보여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은 투자나 기업 분석에서도 꽤 유용합니다. 새로운 서비스나 기업을 볼 때, “이 회사 기술이 뭐지?”보다 “사람들이 매번 짜증 내던 행동을 하나라도 없애줬나?”를 먼저 보면 성공 확률이 훨씬 잘 보입니다. 하루에 한 번 겪는 불편을 없애주는 서비스는, 한 달에 한 번 감탄하게 만드는 기술보다 훨씬 큰 시장을 가집니다.
요즘 트렌드는 분명합니다. 더 똑똑해지려고 애쓰는 서비스보다, 더 단순해지려고 애쓰는 서비스가 이깁니다. 더 많은 걸 하게 만드는 서비스보다, 하나를 덜 하게 만드는 서비스가 오래갑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사람들이 점점 더 피로해지는 시대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변화에 가깝습니다. 결국 앞으로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서비스는, **기능이 아니라 불편을 얼마나 정확히 제거했는지**로 판가름 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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