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AI 스타트업 중에서 조용하지만 꽤 의미 있는 이정표를 하나 찍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한다랩**입니다. 단순히 “기술력 있는 AI 기업”이라는 말로는 이 회사를 설명하기가 조금 부족합니다. 한다랩은 한국의 연구소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산업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나아가 글로벌 자본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꽤 현실적인 사례에 가깝습니다.


한다랩은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출발한 연구소기업으로, 2021년 한국교통대 기술지주를 기반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태생부터 제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회사입니다. 이들이 집중해온 영역은 스마트팩토리, 그중에서도 공정 데이터 분석과 AI 기반 공정 최적화입니다. 말로 들으면 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제조 현장에서 이 영역은 가장 어렵고, 동시에 가장 돈이 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제조 데이터는 설비마다 다르고, 조건마다 달라지며, 여전히 사람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AI를 얹는다고 해서 바로 성과가 나는 영역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랩이 주목받는 이유는 접근 방식에 있습니다. 범용 AI 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제조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 예를 들어 불량률 관리, 설비 이상 감지, 공정 조건 최적화 같은 지점에 집중합니다. 이런 지표들은 제조 기업 입장에서 곧바로 숫자로 환산됩니다. 실제 스마트팩토리 도입 사례들을 보면, AI 기반 공정 분석을 통해 불량률이 10~30% 줄어들고, 설비 비가동 시간이 15~25% 감소하며, 전체 설비 종합효율(OEE)이 5~10% 개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견 제조업체 기준으로 불량률을 1%p만 낮춰도 연간 원가 절감 효과가 수십억 원 단위로 발생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한다랩이 겨냥하는 포인트는 바로 이런 ‘바로 계산되는 성과’입니다.


시장 환경도 이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500~1,6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고, 연평균 성장률은 9~1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AI 기반 공정 최적화, 품질 예측, 설비 이상 감지 영역은 전체의 약 25~30%를 차지하는 고성장 세그먼트입니다. 아직 침투율은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시장은 크고 성장 중인데, 실제로 현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술을 과시하는 기업보다,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살아남기 쉽습니다.


한다랩의 행보가 한 단계 더 주목받게 된 계기는 미국 전략금속 공급망 기업인 **EMAT** 편입입니다. EMAT는 미국 기업 에볼루션 메탈스를 중심으로 한국의 자석·합금 관련 기업들과 한다랩을 묶어 만든 구조로, 2025년 초 **NASDAQ**에 상장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국내 스타트업 단독 나스닥 상장”과는 다르지만, 현실적으로는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로입니다. 기술 하나로 해외 시장에서 모든 걸 뚫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과 공급망, 자본을 하나의 구조로 묶어 들어간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가 흥미로운 이유는 미국이 바라보는 전략 산업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전략금속, 희토류, 자석, 합금 산업은 단순한 원자재 산업이 아니라 국방, 에너지, 전기차, 반도체까지 연결되는 핵심 공급망입니다. 이 영역에서 생산 안정성과 수율 개선은 비용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직결되는 이슈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합금 공정에서 미세한 조건 변화로 수율이 2~3%만 흔들려도 연간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AI 기반 공정 분석과 이상 감지는 이런 변동성을 줄이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냅니다. 한다랩의 기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역할을 갖습니다.


한다랩 입장에서 보면, 이번 구조는 단순한 해외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 제조 현장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매출을 만들기까지는 보통 3~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다랩은 이 과정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한 셈입니다. 동시에 EMAT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안정성을 개선하는 제조 기업”이라는 스토리를 나스닥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기술 회사와 제조 회사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입니다.


사업 모델 측면에서도 산업 AI 기업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스마트팩토리 AI 솔루션은 보통 초기 구축 비용과 함께 연간 유지보수나 구독 형태의 반복 매출 구조를 가집니다. 대형 공장 기준으로 프로젝트 단가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한 공장에서 성과가 검증되면 다른 공장으로 확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조 기업 특성상 한 번 도입된 솔루션을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고객 락인 효과도 강한 편입니다. 이런 구조는 매출의 가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들어줍니다.


물론 아직 한다랩의 매출 규모가 대기업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성장 곡선과 위치입니다. 연구소기업으로 출발해 국내 실증을 거치고, 미국 전략 산업 공급망에 편입되며, 나스닥 상장사 그룹의 일부가 되기까지 이어진 경로는 숫자로 바로 환산하기 어려운 프리미엄을 만들어냅니다. 향후 미국 내 제조 레퍼런스가 2~3곳만 추가로 쌓여도, 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다랩을 전형적인 ‘조용히 커지는 기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화려한 소비자용 AI 서비스처럼 단기간에 주목받지는 않지만, 불량률, 생산성, 가동률처럼 제조 현장의 핵심 지표를 직접 건드리는 회사는 시장 환경이 바뀌어도 비교적 생존력이 강합니다. AI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고, 모델 단가가 빠르게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오히려 이런 실용형 산업 AI가 더 빛을 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다랩은 기술을 파는 회사라기보다는, 공정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파는 회사에 가깝습니다. 몇 년 뒤 돌아봤을 때 “그때 조용히 지나쳤던 그 회사”가 되어 있을 가능성, 충분히 있는 기업이라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