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애덤 스미스


  •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지멘스는 제조업 공장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

  • 독일의 에를랑겐 공장에 ‘에이전틱 인공지능(Agentic AI)’을 도입해 설계·조달·물류·생산·품질 등 전 과정을 인간 대신 맡게 할 계획

  • 이는 2019년 폐쇄했던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름. 아디다스 공장의 AI는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로봇을 연결하는 걸음마 단계였다면, 에를랑겐 공장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처럼 일할 수 있는 로봇을 유기적으로 통제

  • 에를랑겐 공장이 계획대로 움직여만 준다면 기존 공장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공장이 될 것

  •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소수의 관리·감독자만 존재하고 노동자는 없는 ‘다크 팩토리’의 문이 열리는 셈

  • ‘다크 팩토리’를 250여 년 전 ‘국부론’을 써 자본주의 경제학의 기초를 닦았던 애덤 스미스가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스미스가 본 최첨단 기계는 고작 방직기나 증기기관이 전부였을 테니 사람이 없이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본다면 아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을 것

  • 하지만 더 큰 두려움은 그가 제시하고 뒤이어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였던 ‘모든 부(wealth)의 근원은 노동’이라는 ‘노동가치론’이 “잘못됐을 수 있다”고 고백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 지금까지 기술이 발전하고 공장에 더욱 뛰어난 기계들이 투입됐어도 노동가치론의 기본 명제가 완전히 부정되지는 않았음

  • 하지만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공장에 투입되고 생산 주체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옮겨가 인간의 노동 투입이 ‘제로’에 수렴해도 상품 가격이 유지될 때 그 가격을 무엇으로 설명할지를 고민해야 함

  • 노동가치론뿐만 아니라, 한계생산성 이론도 흔들릴 수 있음. 이 이론은 ‘노동과 자본은 각각 추가로 투입했을 때 늘어나는 생산(한계기여)만큼 보상받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음

  • 하지만 공장에서 운영하는 AI 시스템 성과는 개인 한 명의 역량으로 쪼개기 어려움

  • 데이터, 알고리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같은 컴퓨팅 파워, 현장 적용과 운영이 한 덩어리로 결합돼야 함. 효율의 원천이 ‘개인의 추가 기여’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결합’에서 나오면 ‘기여만큼 보상’이라는 전통 공식은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워짐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는 국가별 기회비용 차이가 교역을 낳는다는 설명

  • 그래서 저개발 국가에서는 노동집약적, 선진국에서는 서비스나 지식산업들이 발달해 교역을 이어감

  • 하지만 휴머노이드와 AI 시대의 경쟁력은 천연자원이나 인건비보다 구글·엔비디아 같은 초거대 AI 기업 생태계를 보유했는지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짐

  • 오히려 이런 생태계를 보유한 국가에서 생산이 더 많이 일어나면서 국가 간 양극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

  • 아울러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공급이 아니라 결국 수요’라는 케인스식 유효수요 이론은 휴머노이드로 생산능력은 급팽창할 수 있지만 인간의 임금 소득이 줄면 소비가 따라오지 못해 ‘수요 부족’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부딪힘

  • ‘실업이 낮아지면 임금·물가가 오르고, 실업이 높아지면 내려간다’는 필립스 곡선도 이제는 평평해질 수 있음

  • 휴머노이드가 노동 공급을 사실상 늘리면 임금 상승 압력이 약해지기 때문

  • 특히 물가·임금·고용의 연결고리가 달라지면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 처방도 재설계가 불가피

  • 또 ‘혁신이 낡은 산업을 무너뜨리며 새 산업을 만든다’는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나 교육은 생산성 향상(기술 축적)과 더 높은 임금으로 연결되는 경로라는 인적자본 이론도 수정의 대상이 됨

  •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경제학은 규모가 커지면 한계생산성이 저하돼 시장에서 교환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AI 시대는 승자(구글·엔비디아 등)가 공급을 하면서 독점적 1등도 됨

  • 이런 상황은 전통경제학 논리를 모두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음

  • 다크 팩토리를 만드려는 움직임은 ‘공장이 얼마나 똑똑해질까’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경제 질서를 논의하기도 전에 노동시장은 먼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원리를 함께 세워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함

  • 조 교수는 “자본주의가 건강하려면 사회안전망과 시장경제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며 “새로운 AI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할지, 호모사피엔스는 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음

AI가 만든 벼락부자, 피케티의 경고 현실로


  • “경제학자가 아니라 비관적 소설작가다.”

  • 토마 피케티가 2014년 ‘21세기 자본’을 발표했을 때 경제학자들은 그를 이렇게 조롱

  • 피케티 이론은 불평등과 자본의 탐욕으로 요약

  • 그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자본가의 부가 늘면서 사회 불평등을 만들고, 반대로 성장이 빨라지면 자본이 약화돼 불평등이 줄 수 있다고 주장(피케티는 인구증가율이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현대사회일수록 과거에 축적된 자본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봄. 성장이 활발할 때는 새로운 부가 창출되어 불평등이 완화될 여지가 있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세습자본주의의 힘이 강력해짐)

  • 우리에게 친숙한 그레고리 맨큐와 같은 주류 경제학자는 ‘성장이 빨라지면 노동 생산성이 오르고 자본도 한계에 이르면서 부가 재분배된다’고 피케티의 이론을 배척

  • 하지만 피케티의 예측이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실현될 것이라는 주장이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음

  • 1일 학계에 따르면 경제학자인 필립 트래멀과 AI 전문가인 드와르케시 파텔은 최근 ‘22세기 자본’이라는 에세이로 피케티에 대한 재평가 논의를 촉발

  • 22세기 자본이라는 제목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예측한 시대상이 22세기에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의미

  • 저성장의 불평등을 주장한 피케티는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고성장의 분배 효과를 간과했다고 공격받았음

  • 주류 경제학자는 피케티에게 시장 논리에 따라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분배 구조를 왜곡하지 말라고 비판(과거 경제학자 사이만 쿠즈네츠는 경제가 성장하면 초기에 불평등이 커지지만 결국에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 그러나 피케티는 20세기 중반의 불평등 악화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대공황이라는 특수한 충격 때문이었을 뿐, 자본주의의 본성은 원래 불평등을 확대하는 방향이라고 주장)

  • 현재의 자본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추가 노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 하지만 트래멀과 파텔은 휴머노이드와 AI 시대에서는 아무리 성장이 빨라도 불평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피케티를 옹호

  • 성장 유무와 관계없이 불평등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 트래멀과 파텔은 AI 시대를 불평등을 막을 수 없는 세습 자본주의로 봤음

  • AI 시대에서는 육체노동이 필요없고 산업화 시대에서 상상하지 못한 생산성 증대가 이뤄짐

  • AI 시대 자본은 스스로 부를 무한으로 축적할 수 있음

  • 독점적 지위도 흔들리지 않음. 생산 기여가 없는 노동자와 부를 분배할 필요도 없음

  • 의사·변호사처럼 고숙련 일자리부터 잠식하기 시작. 실제로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 등 AI 기업이 전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음

  •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태기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AI 시대 불평등을 걱정하면서 조지프 슘페터의 사회주의를 경고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며 “앞으로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발언. 당장 AI 활용을 보편적 권리로 만들고 교육으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슘페터를 믿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

<시사점>

인류의 경제사는 기술 혁신과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증기기관은 산업 자본주의를 열었고, 전기는 대량생산 체제를 가능하게 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은 지식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은 이전의 기술 혁신과 질적으로 다른 충격을 경제 시스템에 주고 있습니다.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지난 250년간 자본주의를 떠받쳐온 경제학의 근본 전제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에서 제시한 노동 중심의 가치관은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모든 부의 원천은 인간의 노동이며, 상품의 가치는 투입된 노동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고는 산업 자본주의의 도덕적·이론적 토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AI가 주도하는 생산 환경에서는 이 전제가 더 이상 자명하지 않습니다. 독일 지멘스의 ‘다크 팩토리’ 사례에서 보듯, 에이전틱 AI가 설계부터 생산, 품질 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공장에서는 인간 노동의 투입이 사실상 제로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생산의 보조자였던 기계는 이제 생산의 주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가치의 원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노동이 거의 투입되지 않은 상품이 시장에서 교환가치를 갖는 현실에서, 가치는 더 이상 인간의 시간이나 숙련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연산 능력, 그리고 이를 통합한 시스템 지능이 새로운 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하는 인간(Homo Laborans)’을 중심으로 구축된 경제 질서가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의미합니다.

AI 경제학의 등장은 생산 이론뿐 아니라 분배 이론에도 심각한 도전을 제기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핵심인 한계생산성 이론은 노동과 자본이 각각 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논리를 통해 자본주의 분배 구조의 정당성을 설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AI가 지배하는 생산 과정에서는 특정 개인의 기여도를 분리해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성과는 방대한 데이터, 복잡한 알고리즘,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결합된 ‘시스템적 총합’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임금 결정 메커니즘은 이론적 근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는 규모의 경제를 극단적으로 강화합니다. 성균관대 조준모 교수가 지적했듯, AI 시대에는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효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구글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소수의 기업이 생산과 공급을 독점하면서도 효율성을 무한히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자본과 노동 간의 균형이 붕괴되고, 시스템을 소유한 주체에게 부가 집중되는 ‘승자 독식’ 경제의 고착화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토마 피케티가 제시한 불평등 이론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합니다. 피케티는 자본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상회할 때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분석했지만, AI 시대의 자본은 성장 여부와 무관하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22세기 자본’ 논의에서 지적되듯, AI 자본은 노동을 고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부를 축적할 수 있으며, 노동자에게 소득을 분배해야 할 경제적 유인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노동소득의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고, 자본소득이 경제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의 대체 대상이 저숙련 노동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숙련 전문직까지 AI의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중산층의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AI 생태계를 선점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반면, 다수의 개인과 국가들은 상대적 박탈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 혁신이 자동으로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킨다는 기존의 낙관적 가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듭니다.

AI의 충격은 거시경제 정책의 유효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공급 능력은 비약적으로 확대되지만, 노동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 수요가 위축되면서 만성적인 수요 부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필립스 곡선으로 대표되던 고용·임금·물가 간의 관계도 약화되면서 통화정책의 전통적 수단은 점차 효과를 잃고 있습니다. 또한 비교우위론에 기반한 국가 간 분업 구조 역시 AI 생태계 보유 여부에 따라 재편되고 있으며, 기술 주권을 상실한 국가는 소비 시장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전환을 요구합니다. AI가 창출한 부가 소수에게 집중될 경우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경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AI 활용의 기회를 보편적 권리로 확장하고, 로봇세나 기본소득과 같은 재분배 장치를 통해 노동소득 감소를 보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동시에 인간의 역할은 단순 노동에서 AI와 협업하며 창의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결국 AI는 스스로 경제 법칙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AI를 어떤 제도와 규범 속에서 활용할 것인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노동 중심의 경제학이 한계에 도달한 지금, 인간 존엄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새로운 경제학의 모색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습니다. AI 시대의 경제학은, 기술 진보와 인간 번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언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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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85344?date=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