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오르내릴 때마다 늘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때문 아니야?”


그런데 사실 문제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그 자체가 아니라,

전기가 만들어지는 시간과 쓰이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태양광은 한낮에 쏟아지고,

풍력은 바람이 부는 날에 몰립니다.


반면 전력 수요는 퇴근 시간, 한겨울 밤처럼 특정 시간에 집중됩니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전력망은 이렇게 말합니다.


“남는 전기, 잠깐만 맡아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여기서 다시 주목받는 게 바로 에너지저장장치(ESS)입니다.

ESS는 전력망의 ‘완충재’, 말 그대로 시간을 저장하는 인프라입니다.





ESS 배터리 시장, 왜 다시 커지고 있을까?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방향은 아주 분명합니다.


글로벌 배터리 저장설비는

2025년 92GW·247GWh,

2026년에는 123GW·360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27.1GWh가 새로 설치되며, 누적 77.3GWh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실험’이 아니라 계통 안정화 수요가 현실화된 단계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배터리 가격 변수까지 더해집니다.

2026년엔 배터리 평균 가격이 kWh당 80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가능성이 사업성으로 바뀌는 지점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2025년 540MW(3,240MWh) 규모 ESS를 경매로 선정했고, 계약 기간은 15년입니다.

단기 테마가 아니라 장기 수익 모델로 설계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력의 “시간표 문제”가 커질수록, 저장설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ESS 관련주, 밸류체인은 어떻게 나뉠까?


ESS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배터리 → 전력변환(PCS) → 제어(EMS) → 안전(열관리·소화) → 외함(컨테이너)


하지만 돈이 남는 구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납기, 인증, 그리고 현지 생산입니다.


셀·모듈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중심축입니다.


부품·열관리 영역에선

신성에스티, 한중엔시에스처럼

버스바·케이스·히트싱크·HVAC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붙습니다.


외함(인클로저)은

금속 가공과 조립 경쟁력이 핵심인데, 서진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PCS는

LS ELECTRIC,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처럼

전력기기 DNA를 가진 기업들이 강합니다.


여기서 전력망 인프라로 확장되면

변압기·전선으로 이어지고,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대한전선 등이 연결됩니다.


참고로 PCS는 전체 ESS 비용의 약 10~15% 수준입니다.

그래서 단가 경쟁보다 기술력·인증·A/S가 결국 마진을 좌우합니다.






ESS 관련주, 돈은 어디서 먼저 움직일까?


흐름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배터리 → 안전(열관리·보호) → 전력변환(PCS) → 운영(EMS) → 외함·시공


실적의 힌트는 항상

수주 공시, 가동률, 인증 통과 여부에서 먼저 나옵니다.




서진시스템


서진시스템은 단순히 “컨테이너 껍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전력망용 ESS에서 중요한 건

랙 배치, 진동 억제, 방수·방진, 열 관리까지 포함한 구조 설계 능력입니다.


2025년 11월,

미국향 ESS 공급 계약 1,853억 원을 체결했습니다.

전년도 매출의 약 15%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더 중요한 건 생산 구조입니다.

물량의 90% 이상을 텍사스 휴스턴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관세와 원산지 규정이 까다로워질수록

‘현지 생산’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 그 자체가 됩니다.


밸류에이션은

12개월 기준 PER 약 14.7배 수준으로 언급됩니다.

실적이 쌓이기 시작하면, 할인받을 이유는 점점 줄어듭니다.


 ② 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을 볼 때는 ESS보다 먼저 전력망 슈퍼사이클을 봐야 합니다.


데이터센터가 늘고,

재생에너지가 늘면,

결국 전력망은 반드시 증설됩니다.


한국전력이 2038년까지 72.8조 원 투자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효성중공업은

2025년 매출 5조 9,685억 원,

영업이익 7,470억 원,

수주잔고는 11.9조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12개월 선행 PER 13.5배, ROE 20%대.

‘체급 대비 무난한 가격’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꼭 봐야 할 섹터 이슈!


첫째, 안전과 인증입니다.

UL9540A, NFPA855 같은 기준이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열관리·소화 솔루션 기업이 동반 수혜를 받는 이유입니다.


둘째, 규정과 관세입니다.

미국은 2026년부터

세액공제 조건으로 비우려국 자재 비중 55%,

2030년엔 75%까지 요구합니다.

현지 생산이 없는 기업은 점점 불리해집니다.


셋째, 원자재입니다.

ESS용 리튬 수요는

2025년 +71%,

2026년 +55% 증가 전망이 나옵니다.


넷째, 제품 전환입니다.

전력망용 ESS는 가격과 안전 때문에 LFP가 대세가 되고 있고,

나트륨이온 배터리도 중장기적으로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저평가 우량주, 이렇게 골라보세요.


테마주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종목을 못 찾을 때가 아니라 기준을 잃을 때입니다.


저는 항상 세 가지만 묻습니다.


  • 수주가 실제 숫자로 쌓이고 있는가
  • 현지 생산·인증 레퍼런스가 있는가
  • 밸류에이션이 설명 가능한가


이 기준으로 보면

서진시스템, 효성중공업, 일진전기가 자연스럽게 걸러집니다.





최종 정리


ESS를 단순한 ‘배터리 산업’으로 보면

시선은 늘 원가에 묶입니다.


하지만 전력망의 눈으로 보면,

ESS는 ‘시간을 사고파는 장치’입니다.


낮에 남는 전기를 싸게 저장했다가

부족한 시간에 비싸게 쓰는 구조가 커질수록

시장은 기술보다 예측 가능한 운영 능력에 더 많은 값을 매깁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승자는

스펙을 자랑하는 회사보다

납기·품질·인증을 계획대로 밀어붙이는 회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테마는 뉴스보다 분기 실적이 먼저 말합니다.

숫자가 실제로 쌓이는지,

현지 생산이 말이 아니라 매출로 찍히는지까지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이걸 이렇게 부릅니다.


“전력의 보험료”


변동성이 커질수록 보험료는 올라가고,

그 보험료를 나눠 갖는 곳이 바로

ESS 운영사와 부품사입니다.


결국 시장은

싸게 만드는 기술만큼, 안전하게 굴리는 운영에 돈을 지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