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을 보면 시선이 머무는 곳은 늘 비슷합니다. AI, 반도체, 전기차, 우주, 양자 같은 단어들이 헤드라인을 채웁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숫자가 크게 튀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이상한 현상이 하나 보입니다. 분명 화려하지 않았던 기업, 뉴스에 자주 나오지도 않았던 기업의 주가가 어느새 조용히 위에 올라와 있는 경우입니다. 차트를 다시 보면 급등의 흔적도 없습니다. 대신 완만하지만 끊임없이 우상향해 있습니다. 이런 기업을 보고 나면 항상 같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회사는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번 걸까?”
오늘 이야기할 기업은 바로 그런 유형의 회사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알고 나면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기업입니다. 바로 MSA Safety입니다.
MSA Safety는 산업 안전 장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제품은 멋있지 않습니다. 화제가 될 일도 거의 없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것은 산업용 헬멧, 가스 감지기, 방독면, 안전벨트, 소방 장비 같은 것들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한눈에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제품군입니다. 기술 혁신 스토리도 없고, 소비자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회사도 아닙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이 기업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안전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재가 아니라 필수재라는 점입니다. 기업이 비용을 줄일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광고비, 마케팅비, 신규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나 안전 장비는 다릅니다.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습니다. 법과 규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고가 났을 때의 비용이 장비 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산업재해가 기업에 가져오는 손실은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생산 중단, 이미지 훼손, 소송 비용, 보험료 인상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안전에 대해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MSA Safety의 고객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광산, 에너지, 화학, 제조업, 건설, 소방, 군수까지 폭넓습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산업에서는 안전 장비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매출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유행을 타지 않고,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둔감하며, 무엇보다 반복 구매가 발생합니다.
이 반복 구매 구조가 이 회사의 핵심입니다. 안전 장비는 한 번 사서 평생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헬멧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고, 가스 감지기는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교체해야 합니다. 방독면과 필터는 사용 주기마다 바꿔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규정과 매뉴얼로 관리됩니다. 즉, 한 번 고객이 되면 자연스럽게 장기 고객이 됩니다. 신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기존 고객이 알아서 매출을 만들어 주는 구조입니다.
이 지점에서 MSA Safety의 진짜 강점이 드러납니다. 바로 브랜드 신뢰입니다. 안전 장비는 가격만 보고 고르기 어렵습니다. 값이 조금 싸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실제 사고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이런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사고 현장에서 검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시장은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기술 장벽이라기보다는 신뢰 장벽입니다.
규제 환경도 이 회사에 우호적으로 작용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안전 기준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사고가 나면 사후 대응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전 예방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씁니다. ESG가 강조되면서 안전은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기업의 평가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일수록 안전 기준을 낮출 수 없습니다. 한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 세계로 이슈가 번지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 속에서 MSA Safety 같은 기업은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어납니다.
재무 구조를 보면 이 회사의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매출 성장률이 폭발적이지는 않습니다. 대신 꾸준합니다. 이익률 역시 극단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안정적입니다. 이런 기업의 장점은 예측 가능성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불확실성입니다. 기술 트렌드가 바뀌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기업보다, 세상이 조금씩 변해도 계속 필요한 기업이 훨씬 편합니다. MSA Safety는 바로 그런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기술 변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AI와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안전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자동화 설비가 늘어나고, 고출력 장비가 투입될수록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더 정교한 안전 시스템을 요구합니다. 단순한 보호 장비를 넘어, 센서와 데이터 기반의 안전 관리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집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런 기업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시장이 과열될 때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변동성이 커질수록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특히 성장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투자자라면, 이런 유형의 기업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은 재미없는 기업에 투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재미없던 기업이 결국 계좌를 지켜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MSA Safety는 그런 기업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스토리 대신, 세상이 돌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 위에 서 있는 기업입니다. 사람이 일하는 한, 산업이 존재하는 한, 사고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을 관리하는 비용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지출입니다.
이 회사를 보면 투자라는 것이 반드시 미래 기술을 맞히는 게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구조를 이해하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안전은 유행이 아닙니다. 그리고 유행이 아닌 것들은 시간이 투자자의 편이 되어 줍니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는지, MSA Safety는 그 답을 꽤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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