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 세대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있습니다. “주식은 안 하면서 소비는 과하다”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주식 계좌는 비어 있는데, 캐릭터 굿즈나 한정판 스니커즈, 브랜드 협업 제품에는 놀랄 만큼 적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출시 시간 맞춰 알람을 켜두고, 팝업스토어 오픈 날에는 줄을 서고, 추첨 응모 결과에 하루 종일 신경을 씁니다. 겉으로 보면 이건 분명 소비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소비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던 ‘쓰고 사라지는 소비’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 세대는 물건을 살 때부터 이미 ‘다음 장면’을 함께 떠올립니다.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뿐 아니라, 혹시 나중에 팔게 된다면 어느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까지 자연스럽게 계산합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생각 자체가 낯설었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리셀 문화가 있습니다. 중고 거래가 싸게 사는 방법이던 시절은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의 리셀은 하나의 시장이고,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이며, 심지어는 시세가 움직이는 자산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한정판 스니커즈, 캐릭터 피규어, 아이돌 굿즈, 브랜드 협업 상품들은 출시 순간부터 희소성이 설계됩니다. 수량은 제한되고, 다시 생산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이 전제 하나만으로도 물건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언제든 다시 살 수 있는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지만, 다시는 나오지 않는 물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쌓입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쌓인 물건은 가격이 생깁니다. 이 과정은 주식이나 부동산이 가치가 형성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자산의 형태가 종이와 숫자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물건일 뿐입니다.


이 흐름을 가속화한 것은 플랫폼입니다. 과거에는 “이게 얼마에 팔릴까?”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리셀 플랫폼을 열면 최근 거래가, 평균 가격, 최고가와 최저가가 한눈에 보입니다. 주식 차트를 보는 것과 구조적으로 다를 게 없습니다. 특히 StockX 같은 플랫폼은 리셀 시장을 거의 금융 시장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실시간 시세, 거래 기록, 인증 시스템까지 갖추면서 ‘감으로 파는 중고 거래’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거래’로 성격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투자일까, 아니면 여전히 소비일까. 답은 둘 다입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주식 투자는 수익을 기대하고 시작하지만, 굿즈 소비는 대체로 좋아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좋아하는 마음’이 아이러니하게도 리스크를 낮춰 줍니다. 가격이 조금 빠져도 감정적인 타격이 크지 않습니다. 이미 내가 만족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주식은 수익만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작은 변동에도 심리가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요즘 세대에게 굿즈는 ‘덜 아픈 투자’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커뮤니티입니다. 굿즈에는 항상 커뮤니티가 따라붙습니다.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 같은 캐릭터를 수집하는 사람들, 같은 협업 제품을 노리는 사람들. 이 커뮤니티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정보가 오가고, 가격이 공유되고,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이 정도면 싸게 산 거다”, “이건 아직 고점이 아니다” 같은 말들이 오갑니다. 이 역시 투자 시장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 커뮤니티는 훨씬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변화는 브랜드의 전략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물건을 많이 파는 데 집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이 안 파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수량을 제한하고, 출시 주기를 늘리고, 일부러 접근성을 낮춥니다. 팝업스토어를 열어 경험을 만들고, 추첨 방식을 도입해 당첨 자체가 이벤트가 되도록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됩니다. Nike가 협업과 한정판 전략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유통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 지점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미래의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존재가 아니라, 가치가 축적되는 구조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 번 사고 끝나는 소비보다, 시간이 지나도 이야기되고 다시 거래되는 소비를 선호합니다. 이건 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강력한 무기입니다. 제품 하나가 1차 매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2차 시장, 3차 시장까지 계속 언급되고 회자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생명력이 훨씬 길어집니다.


그래서 요즘 MZ 세대가 주식보다 굿즈에 진심인 이유를 단순히 “투자를 안 해서”라고 해석하는 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희소성이 어떻게 가격을 만드는지, 커뮤니티가 어떻게 수요를 키우는지, 이야기가 어떻게 가치를 유지시키는지를 몸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언젠가 금융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큽니다. 다만 그때도 이들은 숫자만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야기와 구조,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방향을 함께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돈은 늘 같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사람들이 시간을 쓰는 곳, 이야기를 나누는 곳, 다시 사고팔 수 있는 곳입니다. 요즘 그 무대가 주식 시장에서 잠시 굿즈 시장으로 이동했을 뿐입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면, 지금 유행하는 소비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다음 자산 이동의 예고편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왜 그때 굿즈를 모으던 사람들이 먼저 움직였는지”를 뒤늦게 이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