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분명 많은 일을 바꾸고 있습니다. 자동화,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이라는 단어는 이제 너무 흔해졌고,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사람을 얼마나 덜 쓰는 구조인가”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바꿔 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산업과 기업들이 보입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이 더 중요해지고, 그 결과 기존 강자의 입지가 더 공고해지는 영역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세 기업은 전혀 다른 산업에 속해 있지만, 공통점이 매우 분명합니다. 사고 비용이 크고, 책임이 명확하며, 현장과 최종 판단에서 사람이 빠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AI는 이 기업들의 본질을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 구조의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에 머뭅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경쟁은 줄고, 진입장벽은 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① 베올리아


물·폐기물·에너지, 자동화할 수 없는 인프라의 가치


베올리아는 물, 폐기물, 에너지 인프라를 운영하는 글로벌 환경 서비스 기업입니다. 겉으로 보면 성장 스토리가 화려한 AI 기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 회사가 얼마나 강한 구조 위에 있는지 분명해집니다.


베올리아의 연 매출은 약 450억 유로 수준이며, 영업이익률은 대략 6~7%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대신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이유는 사업 구조에 있습니다. 지방정부, 공공기관, 대형 산업 고객과 맺는 계약은 보통 10년 이상 장기 계약입니다. 한 번 운영을 맡기면, 중간에 사업자를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AI는 이 산업에서 사람을 줄이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센서 데이터 분석, 설비 이상 감지, 에너지 효율 최적화 등에 쓰이지만, 최종 판단과 현장 대응은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합니다. 물 공급 사고, 폐기물 처리 사고, 에너지 설비 문제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완전 자동화가 용인되지 않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베올리아는 기술 발전의 수혜를 받으면서도 경쟁자는 늘지 않는 산업에 속해 있습니다.


글로벌 환경 서비스 시장 규모는 수천억 달러 단위로 추정되며, 도시화와 환경 규제 강화로 중장기 성장 방향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시장에서 “기술만으로” 새로 들어올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경험, 규제 대응, 현장 운영 노하우가 없으면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②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AI가 가장 빨리 들어왔지만, 사람이 빠질 수 없는 의료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흔히 보험회사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미국 최대의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연 매출은 약 3,700억 달러 수준으로, 단일 기업 기준으로 의료 산업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8% 안팎으로, 이 역시 산업 특성상 매우 안정적인 편입니다.


이 회사의 핵심은 보험이 아니라 자회사 Optum입니다. Optum은 의료 데이터 분석, 병원 운영 지원, 약국 관리, 헬스케어 IT 서비스를 아우릅니다. AI는 진단 보조, 비용 예측, 치료 경로 추천 등에서 적극 활용되지만, 의료 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최종 결정과 책임은 반드시 의료진과 운영 조직이 집니다.


의료는 사고 비용이 극단적으로 큰 산업입니다. 잘못된 판단 하나가 생명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완전 자동화 모델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AI 도입이 곧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숙련된 의료 인력과 시스템을 동시에 가진 기업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미국 헬스케어 시장은 GDP의 약 18%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며,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로 구조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규모, 데이터, 규제 대응 능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이면서도, 본질적인 신뢰 구조를 놓치지 않는 대표 사례입니다.


③ 써비스나우


기업 내부의 ‘책임 업무’를 장악한 플랫폼


써비스나우는 베올리아나 유나이티드헬스처럼 물리적 현장을 다루지는 않지만, 기업 내부에서 사람이 빠질 수 없는 영역을 장악한 기업입니다. 연 매출은 약 90억 달러 수준이며,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답게 영업이익률은 중장기적으로 20% 이상을 지향합니다.


이 회사가 다루는 영역은 IT 장애 관리, 보안 사고 대응, 내부 승인, 규제 준수 같은 업무입니다. 이 업무들의 공통점은 자동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AI는 티켓을 분류하고, 원인을 추천하고, 프로세스를 정리할 수는 있지만, 최종 승인과 책임은 반드시 사람이 집니다.


그래서 써비스나우의 플랫폼은 AI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구조적으로 ‘사람 중심’ 설계를 유지합니다. 이 덕분에 고객 기업 입장에서는 한 번 도입하면 다른 시스템으로 바꾸기 어렵고, 해지율도 매우 낮습니다. AI 트렌드가 바뀌어도 이 회사의 위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엔터프라이즈 워크플로우 소프트웨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될oring될수록 오히려 복잡한 책임 업무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관리해야 할 예외 상황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세 기업을 하나로 묶는 투자 논리


이 세 기업은 산업도 다르고 성장 스토리도 다르지만, 투자 관점에서 하나의 테마로 묶입니다.

AI가 커질수록 강해지는 기업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고 비용이 크다

규제가 강하다

현장 또는 최종 책임에서 사람이 빠질 수 없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산업에서는 AI가 경쟁을 심화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강자의 효율을 높여주고, 신규 진입자의 장벽을 더 높입니다. 그래서 이 기업들은 단기 유행을 타는 성장주가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구조적으로 이익 체력이 쌓이는 타입입니다.


AI는 이 기업들의 본질을 바꾸지 않습니다. 대신, 이들이 가진 경험과 신뢰를 더 강력한 무기로 만들어줍니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돈은 책임이 있는 곳으로 흐릅니다. 이 세 기업은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