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원점에서 재검토되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중장기 전력 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최근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게 나타난 것도 영향을 미쳤음
정책 선회에 따른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실리를 택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 방향을 되돌린 것으로 풀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상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음
김 장관은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마련된 11차 전기본에는 2038년까지 1기당 1.4GW(기가와트) 용량의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 담겼음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공론화를 명분으로 재검토에 들어갔음. 지난해 9월 김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은)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탈원전 가능성을 시사했음
정부가 다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원전에 대한 강한 찬성 여론이 있음
기후부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69.6%, 61.9%로 집계
전력 수급에 원전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현실론도 작용
날씨, 기후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 전기차 확산 등으로 늘어날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 것
김 장관은 “(한국은) 에너지 섬나라이면서도 동서 규모가 워낙 짧아서 재생에너지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로 전력 운영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고 했음
이날 발표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조만간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지을 사업지 공모에 착수
약 6개월간의 부지 평가·선정 절차를 거쳐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받고,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함
SMR은 이보다 앞선 2035년 준공될 예정
AI발 전력수요 폭증, 재생에너지만으론 감당못해
정부가 26일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한 것은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정책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전력 수급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로 해석
인공지능(AI) 발전, 전기차 확산 등으로 향후 10년간 세계 전력 수요가 최대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수급정책으로는 적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초만 해도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 의견을 밝히며 탈원전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
하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 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발 빠르게 정책 기조를 전환
에너지 정책 판단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벗어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고려하는 유연한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원전을 바라보는 정권 시선은 부정적이었음
정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이끌면 향후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됨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편
그런데 전력 수요는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5’에서 2024년 연 2만7290TWh(테라와트시)였던 전 세계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40∼50% 증가할 것으로 추산
정부가 전문가 의견,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 기조 전환에 나서면서 해외 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옴
베트남 원전 수주 프로젝트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임
베트남 정부는 남부 닌투언 지방에 원전 1, 2호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
정부의 이번 결정은 2050년까지 원전 300기를 증설하기로 한 미국 진출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음
김 장관은 이날 “(국내에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믹스를 적절하게 하고 필요하면 수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음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도 열어둬
정부는 올해 상반기(1∼6월) 윤곽이 드러날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을 포함할 가능성도 열어뒀음
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규 원전 추가 건설 가능성을) 일부러 닫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수준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믹스에 맞는지는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음
한국원자력학회는 12차 전기본에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반영을 촉구하면서 “전력 수요가 예측 범위를 넘어 급증하는 상황에서 ‘무탄소 기저 전원’인 원자력의 역할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
경제계는 안도하는 분위기. AI 확산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원을 확보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
북미를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전력 수급 불안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옴
경기 용인시 등에서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전력 사정은 시급한 상황
업계에 따르면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 삼성전자는 약 9GW(기가와트), SK하이닉스는 약 5.5GW 등 총 14.5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
원전 10∼15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규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이 중장기적인 전력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음
<시사점>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3기 건설 계획을 원안대로 확정했습니다.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포함한 이번 원전 건설 결정은 단순한 발전 설비 확충을 넘어,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를 갈라놓았던 탈원전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정책적 대전환입니다. 에너지 정책이 마침내 이념이 아닌 현실과 산업 논리로 복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결정의 배경을 보면, 첫째는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대표되는 첨단 산업은 ‘싸고, 안정적이며, 24시간 끊기지 않는 전력’을 요구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한 시대적 과제이지만, 간헐성과 출력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만으로 반도체 공정의 초정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합니다. 무탄소 기저전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은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습니다.
둘째는 탄소중립의 역설입니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석탄과 LNG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에너지 섬’인 한국의 지리적 조건상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구조적 제약이 큽니다. 결국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은 이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 해법입니다.
셋째는 여론의 변화입니다. 정부 공론화 과정과 각종 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이미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신규 건설에 대한 찬성 여론도 압도적입니다. 원전은 더 이상 정치적 금기가 아니라, 산업과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작지 않습니다. 원전 건설 재개는 지난 몇 년간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주기기·설계·정비·건설 전반에 최소 10년 이상 안정적인 일감이 확보됩니다. 이는 단기 경기 부양을 넘어, 한국이 다시 한 번 ‘K-원전’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체코 원전 수주에 이어, 유럽과 중동, 그리고 차세대 SMR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내수 기반은 필수입니다.
전기요금 안정과 한전의 재무 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비중이 늘어나면 전력 도매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고, 이는 고물가 시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파제가 됩니다. 에너지 비용은 곧 산업 경쟁력이라 할만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짚고 갈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송전망 확충 없이는 원전도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입니다.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 건설은 이미 병목 상태에 걸려 있습니다. 또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지역 갈등, 강화된 안전 규제로 인한 공기 지연 위험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입니다. 원전을 짓겠다고 선언하는 것보다, 이를 제때 완공하고 실제 전력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흔들리는 ‘코리아 리스크’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전 건설은 특정 정부의 정책이 아닌 국가 산업과 안보를 떠받치는 장기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를 넘어선 초당적 합의와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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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92576?date=20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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