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로드맵, 그리고 체코 원전 수출 이슈까지 겹치면서 국내 원전 밸류체인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원전을 설계 → 기자재 → 정비 순서로 나눠 살펴보고,

그 안에서 우진과 한전산업을 어떻게 봐야 할지 차분하게 정리해봅니다.


전기요금 고지서가 두꺼워질수록, 결국 질문은 하나로 돌아옵니다.

“전기를 어디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할까?”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처럼 24시간 멈추지 않는 산업이 늘어날수록 ‘끊기지 않는 전력’의 가치가 커집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원자력이 다시 선택지 위로 올라옵니다.





왜 지금, 국내 원전 관련주가 다시 움직일까요?


핵심은 정책 숫자입니다.

정부가 공개한 최신 전력 계획을 보면, 2038년 원자력 비중 목표는 **35.2%**로 제시됐습니다.

2024년 기준 31.7%에서 분명히 올라간 수치입니다.


재생에너지도 29.2%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함께 담겼지만, 전원 믹스가 바뀔수록 오히려

기저전원에 대한 논의는 더 강화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 신규 대형 원전 2기(총 2.8GW)는 2037~2038년 준공 목표
  • SMR(소형모듈원자로) 1기(0.7GW)는 2035년 목표


특히 SMR은 ‘작게 만들어 여러 곳에 배치하는’ 구조라서,

대형 원전보다 속도와 표준화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정책 숫자가 찍히면, 밸류체인도 순서대로 움직입니다.”






현장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공개 운영 정보 기준으로 보면, 국내 원전 설비용량은 약 26,050MW 수준입니다.

전체 26기 가운데 17기가 실제로 운전 중으로 표시되는 시점도 있습니다.


2025년 12월 30일에는 새울 3호기가 운영 허가를 받았습니다.

2016년 건설 허가, 2020년 운영 허가 신청을 거쳐 이제 상업 운전의 마지막 단계로 들어선 셈입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안전 투자입니다.

2026년 원자력안전 연구개발 예산은 629억 원, 전년 대비 12.6% 증가했습니다.

“안전 투자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과제”라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밸류체인으로 나누면, 돈이 흐르는 순서가 보입니다.


원전 테마는 한 번에 움직이지만, 매출은 순서대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저는 원전 관련주를 세 구간으로 나눠 봅니다.




설계·기술

인허가와 기본 설계를 담당하는 앞단입니다. 대표적으로 한전기술이 여기에 속합니다.


주기기·기자재

원자로, 증기발생기 같은 대형 설비부터 정밀 부품까지 포함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 계측·제어 라인이 대표적입니다.


운전·정비(O&M)

말 그대로 “돌리고 고치는” 구간입니다.

한전KPS, 한전산업처럼 가동 기간 내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겉보기엔 조용하지만, 멈춤을 막는 일이 핵심이기 때문에 꾸준함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같이 오른다”와 “같이 돈 번다”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출 비중과 고객사 구조는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수출이 더해지면, 테마는 ‘산업’으로 바뀝니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분위기를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입니다.

한국 컨소시엄이 APR1000 2기(각 1000MW)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고,

사업비는 약 26조 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협상 기간만 9개월, 회의는 200회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착공 목표는 2029년입니다.


해외 프로젝트가 실제 계약과 착공으로 이어지면,

‘국내 한정 테마’라는 프레임은 자연스럽게 약해집니다.


한 줄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수출은 테마를 실적 가시성으로 바꿉니다.”




왜 우진은 대장주 후보로 자주 거론될까요?


우진의 핵심은 교체 수요입니다.

노내핵계측기(ICI)는 원자로 내부 상태를 읽는 센서인데,

한 번 설치하고 끝이 아니라 3~4.5년 주기로 교체해야 합니다.


  • APR-1400: 62개
  • OPR-1000: 45개





신규 건설이 느려도, 가동률이 올라가면 교체 수요는 따라옵니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 476억 원, 영업이익 98억 원, 순이익 102억 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2026년 O/H(대정비)용 ICI 1차 구매 계약 82.7억 원이 공시됐습니다.


우진은 한마디로,

“교체 사이클이 실적의 뼈대인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전산업은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까요?


한전산업은 화려한 제조사가 아닙니다.

발전소를 운전하고 정비하는 회사에 가깝습니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보면, 발전설비 운전·정비 매출이 **약 94%**를 차지합니다.

이 구조는 업황이 흔들릴 때도 매출이 급격히 꺾이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정비는 지루해서 좋다.”


테마가 과열될수록, 이런 구조는 오히려 방어 논리로 작동합니다.





리스크 체크로는 일정과 이익률은 항상 같이 보셔야 합니다


원전은 일정이 핵심입니다.

부지 선정과 인허가만 해도 5~6개월 이상 걸릴 수 있고,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 비용과 기간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수주가 늘어도

원가·인건비가 흔들리면 이익률은 얇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 뉴스보다


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흐름이 유지되는지


계약 → 납품 → 정비로 이어지는 캘린더가 끊기지 않는지

이 두 가지를 함께 보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같은 원전 테마, 돈 버는 방식은 다릅니다


우진은 교체 수요와 계약 공시가 나올 때 탄력이 붙고,

한전산업은 정비 물량과 현금흐름이 쌓일수록 방어력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체크 포인트는 단순합니다.


계약 공시 규모와 주기

영업이익률의 방향

정책 일정이 실제 발주 단계로 넘어갔는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맞물릴 때,

비로소 테마가 실적으로 바뀝니다.


원자력 투자 이야기를 하면 흔히 “대형 수주 한 방”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더 무서운 건, 잔잔하게 반복되는 교체와 정비입니다.


3~4.5년마다 센서가 바뀌고,

수십 년 동안 정비 인력이 현장을 드나드는 구조는

사실상 전력 산업의 구독 모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테마는 경기민감주처럼 보이면서도,

어느 순간엔 인프라·서비스주처럼 움직입니다.


시장이 흥분할 때는 캘린더만 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음 분기 실적표가 답을 줍니다.


전기 한 단위의 가격이 오를수록,

‘멈추지 않게 만드는 기업’의 가치는 더 또렷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