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에서 다시 관세라는 단어가 빠르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교역국을 거론하며, 상대국의 정치적 의사결정 지연, 특히 한국 국회의 역할을 문제 삼는 발언을 내놓았고, 이를 명분으로 관세 재인상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외교적 압박처럼 보이지만, 시장은 이 발언을 정치 뉴스가 아니라 비용 구조 변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트럼프식 관세는 언제나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늘 기업 실적과 주가에 직결됐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실제 관세 인상 여부와 무관하게, “올릴 수 있다”는 말 한마디만으로 기업과 시장은 먼저 움직였습니다. 이번 역시 비슷한 흐름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이슈를 단순히 한국을 겨냥한 압박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은 항상 미국 내 유권자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와 함께 움직여 왔습니다. 보호무역, 강경 통상, 자국 우선주의는 여전히 그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입니다. 한국 국회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대국의 정치 시스템을 문제 삼는 프레임은 미국 내에서 설득력이 높고,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서는 압박 카드로 작동합니다.


문제는 이 정치적 메시지가 실제 경제에 남기는 흔적입니다. 관세가 인상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수출 물량이 아니라 마진 구조입니다. 관세 비용을 전부 가격에 전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일정 부분을 스스로 떠안게 됩니다. 이는 곧 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중간재와 부품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타격이 큽니다. 한국 경제 구조상 이 이슈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관세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이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돌아보면 관세는 한 번 올리고 끝나는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협상 압박이 강화되고, 일부 완화되는 듯하다가 다시 재점화되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점점 학습합니다. 처음에는 전체가 흔들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산업이 실제로 취약한지, 어느 기업이 방어력이 있는지를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관세는 공포의 재료이자 동시에 선별을 강요하는 필터로 작동합니다.


이제 산업별로 나눠서 보면 이 이슈가 더 선명해집니다.


자동차 산업은 관세 이슈에 가장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영역입니다. 완성차와 부품 모두 관세 영향을 받기 쉽고, 가격 전가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북미 생산 비중이 낮거나, 현지 조달 비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반대로 이미 미국 내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고, 현지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완화됩니다. 관세 국면에서는 수출 기업이 아니라 현지화 수준이 높은 기업이 방어력을 갖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조금 다릅니다. 관세가 직접적으로 매겨지기보다는 간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글로벌 고객사의 비용 구조가 흔들리면서 주문 조정이 발생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묶여 변동성을 키웁니다. 다만 기술 대체가 어렵고, 특정 공정이나 메모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역에서는 관세가 있어도 수요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산업에서는 관세 자체보다 고객 포트폴리오와 기술 지위가 더 중요해집니다.


배터리 산업은 관세와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관세는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키우지만, 동시에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 환경과 맞물려 장기 전략을 바꿉니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격차는 관세 국면에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산업에서는 관세가 리스크이자 구조 재편의 촉매 역할을 합니다.


철강과 소재 산업은 관세의 직격탄을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산업 특성상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어렵고, 수요 변동에도 민감합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단순 수출 비중보다 계약 구조와 고객 다변화 여부가 중요해집니다. 특정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관세 이슈가 반복될수록 부담이 누적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관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업 구조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두 번째 단계, 즉 투자 관점에서의 구조 선별이 중요해집니다.


첫 번째는 가격 전가력이 있는 기업입니다. 브랜드 파워가 있거나, 대체가 어려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고객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은 관세 뉴스에 단기적으로는 흔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현지화가 이미 진행된 기업입니다. 생산과 조달, 판매가 주요 시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업은 관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관세가 국경을 넘는 비용이라면, 국경 안에서 움직이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방어력을 갖습니다.


세 번째는 반복 매출 구조를 가진 기업입니다. 관세로 인해 일시적으로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장기 계약이나 유지보수, 서비스 매출이 뒷받침되는 기업은 충격을 흡수할 시간이 있습니다. 반면 단발성 거래에 의존하는 기업은 관세 한 번에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재무 구조가 탄탄한 기업입니다. 관세는 비용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간 문제입니다. 버틸 수 있는 기업은 결국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밀려납니다. 현금흐름과 재무 여력이 충분한 기업은 관세 국면을 구조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관세 이슈와 함께 항상 따라붙는 것이 환율입니다. 관세 압박이 커질수록 환율 변동성도 같이 커집니다. 이는 수출 기업 중에서도 환율 민감도가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을 다시 가릅니다. 결국 관세는 단독 변수로 작용하지 않고, 환율과 금리, 정치 리스크가 얽힌 복합 변수로 시장에 반영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기 테마보다 구조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확정 여부가 아니라, 이 카드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통상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단기 뉴스가 아니라 정책 리스크의 재등장입니다.


그래서 이 이슈를 바라보는 가장 현실적인 태도는 과도한 공포도, 무시도 아닙니다. 관세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조를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기업, 대체가 어려운 기업, 글로벌 고객과의 관계가 단단한 기업은 이런 국면에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돋보입니다. 반대로 마진이 얇고 가격 경쟁에 의존하는 기업은 같은 뉴스에도 훨씬 크게 흔들립니다.


정리하면 이번 트럼프의 관세 발언은 정치적으로는 협상 카드이고, 경제적으로는 비용 변수이며, 투자 관점에서는 선별의 시작입니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관세는 한 번의 뉴스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되며 기업의 체력을 가려낸다는 것을. 지금 이 이슈는 공포의 재료라기보다, 어떤 기업과 어떤 구조를 다시 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