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합니다. “특별히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너무 피곤하다”고요.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야근을 연속으로 한 것도 아닌데,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이미 지쳐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전보다 삶이 훨씬 편리해졌는데도 체감 피로도는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이 피곤함을 단순히 나이나 체력 문제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요즘 어른들이 느끼는 피로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생각합니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할지,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직을 할지 말지, 그리고 투자에서는 지금 들어가야 할지, 빠져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문제는 이 고민이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매일, 거의 쉬는 날 없이 반복됩니다.
과거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선택의 양’입니다. 예전에는 선택지가 적었습니다. 직업도, 투자도, 소비도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습니다. 잘 사는 법에 대한 정답이 어느 정도 공유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선택지는 넘쳐나고, 그 선택의 결과는 모두 개인의 책임이 되었습니다. 잘되면 본인 덕이고, 잘못되면 전부 본인 탓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투자에서 특히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지금의 투자 환경은 정보 과잉 상태에 가깝습니다. 하루만 시장을 안 봐도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뉴스를 안 보면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유튜브, SNS, 커뮤니티를 켜면 수많은 전문가와 경험자들이 각자의 확신을 말합니다. 문제는 그 확신들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누군가는 역사적 강세장의 초입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대폭락의 전조라고 말합니다.
이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피로해집니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떤 선택을 해도 불안합니다. 매수하면 “지금 너무 늦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안 하면 “이렇게 좋은 장을 놓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고민은 수익이 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익이 날수록 더 커집니다. 언제 팔아야 할지, 더 가면 욕심인 건지, 지금이 최선인지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하게 됩니다.
여기에 경제 환경 자체가 주는 압박도 큽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월급의 상승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 강해졌고, 자산을 갖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는 감각이 사라졌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쉬는 시간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쉬고 있으면 괜히 불안하고,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합니다. 휴식을 위해 스마트폰을 켜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정보와 자극이 가득합니다. 시장 뉴스, 누군가의 수익 인증, 또 다른 투자 기회, 또 다른 위기 경고. 뇌는 계속해서 반응을 요구받습니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휴식은 회복이 아니라 또 다른 소모가 됩니다.
투자 피로의 본질은 수익률이 아니라 판단의 빈도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판단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매일, 심지어 매시간 시장에 대한 의견을 요구받고, 입장을 정해야 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대부분의 판단은 하지 않아도 되는 판단입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판단까지 모두 떠안고 있기 때문에 피로가 쌓이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투자자일수록 오히려 시장을 덜 본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모든 뉴스에 반응하지 않고, 모든 변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전략과 범위를 명확히 정해두고, 그 밖의 영역은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이는 둔감함이 아니라 선택적인 집중입니다. 모든 정보에 반응하는 순간, 판단력은 가장 먼저 고갈됩니다.
이 원리는 삶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요즘의 삶은 투자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이 교육도, 커리어도, 인간관계도 모두 최적화를 요구받습니다. 더 나은 선택, 더 효율적인 결정, 더 뒤처지지 않는 판단을 끊임없이 요구받습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늘 긴장 상태로 살아갑니다. 이 상태에서는 작은 변수에도 쉽게 지칩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기준입니다. 투자에서도, 삶에서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이 없으면 끝없이 흔들립니다. 모든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고, 모든 위험을 피하려 하지 않는 태도는 포기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순간, 피로는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특히 투자에서는 이 기준이 중요합니다. 모든 상승을 다 먹으려는 욕심은 결국 과도한 판단으로 이어지고, 과도한 판단은 실수 확률을 높입니다. 반대로 구조를 믿고 시간을 아군으로 만드는 투자는 덜 피곤하지만 더 오래 지속됩니다. 이 차이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생존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의 피로는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복잡한 환경을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 성실함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삶도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열심히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먼저 지칩니다. 덜 반응해도 되는 영역을 구분해내는 것이 지금 시대의 중요한 능력입니다.
어쩌면 지금 느끼는 피곤함은 쉬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략을 단순화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삶에서든 투자에서든,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모든 흐름을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 여백이 있어야 다음 판단을 할 힘도 남습니다.
요즘 어른들이 유난히 피곤한 이유는, 세상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판단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피로는 조금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삶과 투자 모두에서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