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들이 F&F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중국 소비주’입니다. 그래서 중국 경기 둔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 회사의 이름이 함께 언급되고, 주가 역시 같은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곤 합니다. 하지만 F&F의 실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회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국 소비주와는 결이 꽤 다르다는 점이 보입니다. 오히려 중국 이슈로 가장 많이 오해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에 가깝습니다.
F&F는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의류 회사가 아닙니다. 이 회사의 본질은 제조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직접 공장을 크게 가져가기보다는 기획, 마케팅, 유통, 그리고 브랜드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F&F를 전통적인 패션 기업으로 분류하면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 회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아주 기본적인 질문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F&F는 누구 회사일까요. F&F는 1992년 설립된 국내 패션 기업으로, 지금의 F&F를 만든 중심 인물은 김창수 회장입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로, 현재까지도 오너 중심 경영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기업 계열도 아니고, 특정 재벌 그룹 산하에 속해 있지도 않습니다. 브랜드 하나하나를 직접 키워 여기까지 온 회사입니다. 본사는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고, 의사결정 역시 비교적 빠르고 일관된 편입니다.
김창수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분명합니다. 유행을 좇아 브랜드를 무작정 늘리지 않습니다. 이미 성공 가능성이 검증된 브랜드를 선택해 깊이 파는 전략을 선호합니다. 이 선택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가 바로 MLB입니다. 많은 패션 기업들이 성장 정체 국면에 들어서면 브랜드 수를 늘려 외형 확장을 시도하지만, F&F는 반대로 핵심 브랜드의 깊이를 키우는 쪽을 선택해 왔습니다.
MLB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F&F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MLB를 여전히 ‘야구 브랜드’, 혹은 ‘스포츠 의류’ 정도로 인식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MLB는 이미 그 범주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MLB는 야구 팬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로고와 감성 자체가 소비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Major League Baseball라는 IP의 강점은 경기 결과나 특정 선수 인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팀 로고, 컬러, 역사 자체가 브랜드 자산으로 기능합니다. F&F는 이 점을 정확히 이해했고, MLB를 ‘스포츠 콘텐츠’가 아니라 ‘확장 가능한 패션 IP’로 재해석했습니다. 그래서 MLB 매장은 스포츠 용품점이 아니라 철저히 패션 매장에 가깝게 설계됩니다. 실제로 제품 구성 역시 유니폼보다 일상복, 스트리트웨어, 액세서리 비중이 훨씬 큽니다.
중국 시장에서 이 전략은 특히 강하게 작동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MLB는 미국 스포츠 리그라기보다 ‘미국 감성’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기능성을 강조하는 스포츠웨어와는 결이 다릅니다. 로고가 크고 명확하며, 한눈에 브랜드가 드러나는 디자인은 중국 소비자 취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이 덕분에 MLB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안정적인 소비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F&F의 비즈니스 구조가 드러납니다. F&F는 ‘많이 파는 구조’보다 ‘마진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왔습니다. 브랜드 파워가 가격을 지탱해 주기 때문에 할인 경쟁에 휘말릴 필요가 적고, 재고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의류 산업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구조 중 하나를 확보한 셈입니다.
그래서 중국 소비가 둔화됐던 시기에도 F&F의 실적은 급격히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매출 성장 속도는 둔화될 수 있었지만, 영업이익률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중국에서 무엇을 팔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격 경쟁에 의존한 브랜드라면 소비 둔화 시 바로 타격을 받았겠지만, MLB는 이미 ‘로고 소비’ 단계에 들어가 있어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F 주가는 중국 뉴스가 나올 때마다 흔들립니다. 이는 기업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시장의 인식 문제에 가깝습니다. ‘중국 비중이 크다 = 위험하다’라는 단순한 공식이 반복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에서 중요한 건 비중보다 성격입니다. 브랜드 파워에서 나오는 매출과, 가격 경쟁에서 나오는 매출은 리스크의 질이 전혀 다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F&F의 비용 구조입니다. 자체 제조 비중이 크지 않아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경기 변동에 따라 비용 조정이 비교적 유연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매출이 주춤해도 이익이 급격히 훼손되지 않는 모습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 역시 단순 의류주와 F&F를 구분 짓는 요소입니다.
F&F는 MLB 외에도 디스커버리 등 기존 브랜드를 통해 ‘아웃도어 감성의 일상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브랜드의 숫자가 아니라 운영 방식입니다. F&F는 브랜드를 빠르게 늘리는 전략 대신, 이미 검증된 브랜드의 수명을 길게 가져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화려하지 않지만, 실패 확률을 크게 낮춰줍니다.
결국 F&F는 중국 소비 회복에만 베팅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글로벌 IP를 어떻게 현지화하고, 그 가치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 온 회사입니다. 오너 중심의 일관된 경영, 브랜드 선택에 대한 보수적인 기준, 그리고 수익성을 우선하는 구조가 맞물려 있습니다.
F&F를 중국 소비주로만 보면 늘 불안한 기업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로 바라보면, 의외로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는 점이 보입니다. 시장은 종종 단순한 분류로 기업을 판단하지만, 투자자는 그 분류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F&F는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볼 가치가 있는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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