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 지연, 정말 나쁜 신호일까?
요즘 씨아이에스를 두고 시장 반응은 꽤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장비주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결국 공장 증설은 다시 온다”는 말이 들립니다.
저는 이런 종목을 볼 때 항상 달력부터 봅니다.
장비주는 기술보다 일정이 먼저 움직이고, 일정이 바뀌면 숫자가 뒤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공시를 보면 미국 고객사에 공급하는 전극 공정 장비의 계약 종료일이 약 10개월 연장됐습니다.
이걸 단순히 ‘지연’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프로젝트가 취소되지 않고 살아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배터리 업황이 흔들릴 때 고객사들은 투자를 한 번에 끊기보다는 속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연장을 “성공이냐 실패냐”로 나누기보다, 매출이 언제 찍히느냐의 문제로 봅니다.
타이밍이 뒤로 밀렸을 뿐, 총량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실적, 쉬어가지만 멈춘 건 아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매출과 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전극 장비는 고객사의 공장 가동률에 따라 발주가 크게 흔들리는 업종이다 보니,
초과 공급과 경기 불확실성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회사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광폭 다단 프레스나 슬리터 같은 고사양 장비를 강화하면서 전극 두께 정밀도를 약 15%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정도 차이가 불량률과 수율을 크게 좌우합니다.
장비주는 결국 다음 사이클에서 ‘경기’보다 스펙으로 선택받는 업종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2025년 실적 전망, ‘성장’보다 ‘체력’ 확인 구간
시장에 제시된 2025년 전망치는 매출 약 4,927억 원, 영업이익 517억 원 수준입니다.
눈에 띄는 고성장은 아니지만, 저는 이 숫자를 바닥을 확인하는 지도처럼 봅니다.
장비주는 고정비 구조상 좋을 때는 이익이 빠르게 늘지만, 나쁠 때는 반대로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사이클이 꺾인 구간에서는 “얼마나 성장하느냐”보다 이익이 0 아래로 무너지지 않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주가 흐름, 기대와 망설임이 공존하는 구간
최근 주가는 대략 6,200원대부터 8,800원대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 달 기준으로는 반등이 있었지만, 중장기 흐름은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럴 때 시장 분위기는 늘 비슷합니다.
“기대는 있는데, 확신은 없다.”
그래서 이 종목의 주가는 실적보다도 일정 변화나 수주 공시에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7,090원과 7,169원, 이 두 가격이 의미하는 것
차트상으로 보면 7,090원과 7,169원 부근이 눈에 띕니다.
이 구간은 단기 매수·매도 세력이 부딪히는 자리이자,
중장기 추세를 가늠하는 심리선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돌파 자체가 아닙니다.
이 가격 위에서 지지로 버티느냐, 아니면 다시 아래로 밀리느냐가 분위기를 가릅니다.
여기에 거래량이 함께 붙는다면 신뢰도는 더 높아집니다.
목표주가가 비어 있는 구간, 오히려 힌트가 된다
최근 컨센서스를 보면 증권가 목표주가가 뚜렷하지 않은 구간도 보입니다.
이는 커버리지가 줄었다는 뜻이고, 그만큼 시장의 확신이 얇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만 장비주는 이런 공백 이후에 재평가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기마다 수주 공시가 다시 찍히기 시작하면, 보고서가 돌아오고 숫자가 붙고,
그때부터 시장은 ‘늦었지만 확실한 이야기’를 선호하게 됩니다.
앞으로 볼 시나리오는 세 가지
첫째, 2026년 하반기부터 고객사 증설이 다시 속도를 낸다면, 이번 납기 연장은 단순한 매출 인식 지연에 그칠 수 있습니다.
둘째, 투자 위축이 길어지면 주가는 박스권을 오래 끌 가능성도 있습니다.
셋째, 전고체나 하이브리드 장비가 실제 매출로 확인된다면, 업황과 무관하게 프리미엄이 붙을 여지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체크포인트는 단 하나입니다.
“수주 공시가 분기마다 보이기 시작하느냐.”
장비 업종에서는 수주 잔고가 곧 다음 매출의 예고편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생각
납기 지연은 불편한 뉴스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산업의 체온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소비가 둔해지면 완성차가 흔들리고, 그 다음 배터리 가동률이 낮아지며, 마지막에 장비 발주가 조정됩니다.
그래서 씨아이에스를 볼 때 저는 한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제조업 전체가 지금 어떤 속도로 숨을 쉬고 있는지도 함께 봅니다.
뉴스보다 공시, 기사보다 일정표.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시장이 가장 조용할 때 다음 사이클의 힌트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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