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
요즘 글로벌 시장을 흔든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그린란드입니다. 한동안 국제 뉴스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던 이 지역이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고, 그 한마디는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을 넘어 글로벌 증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자극했습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지만, 북극 항로와 군사 전략, 자원 확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겹치는 곳입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러시아와 중국, 미국이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공간이 된 순간, 이 지역은 더 이상 ‘빙하의 섬’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 경쟁의 최전선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자연스럽게 방산과 안보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시선을 다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 기업 하나를 떠올려보면, 그린란드 이슈와 가장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이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방산주는 늘 전쟁이나 긴장 국면이 부각될 때마다 단기 테마로 소비되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지금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훨씬 구조적인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린란드 이슈의 본질은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북극을 둘러싼 장기적인 안보 경쟁이고, 이 경쟁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종합 방산·항공 기업입니다. 항공기 엔진, 지상 무기체계, 미사일, 우주·항공 부문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운용 경험이 축적되는 시스템’을 파는 기업에 가깝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 회사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과거에는 국내 방산 수요에 크게 의존했다면, 이제는 수출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며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변화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약 5조 원 수준에서 2023년에는 9조 원 안팎까지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동안 3천억 원대에서 7천억 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2024년 이후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이번 분기 실적’이 아니라 ‘수주 잔고’에 집중돼 있습니다. 방산 산업의 특성상 수주 이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반영되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쌓여 있는 수주 잔고는 향후 실적의 가시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수년간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를 이어오며 수주 잔고를 크게 늘려왔고, 이 점이 시장에서 재평가받는 핵심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린란드 이슈와 연결되는 부분은 바로 ‘북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입니다. 북극권은 혹한, 장거리 작전, 열악한 인프라라는 조건이 겹치는 곳입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최신 스펙보다 중요한 것이 ‘실제로 써봤는가’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 무기 체계인 K9 자주포는 이미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서 운용되며 검증을 거쳤습니다. 단순히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보수, 탄약, 업그레이드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는 방산 사업이 일회성 매출이 아니라, 장기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과 NATO를 중심으로 한 방산 공급망 재편입니다. 그린란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자체가 북대서양과 북극 방위 전략과 직결돼 있고, 이는 곧 NATO의 역할 강화로 이어집니다. 미국 역시 모든 무기를 자국 내에서만 생산하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 생산·공급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런 흐름 속에서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니라, 공동 생산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방산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고 있습니다.
재무 구조 측면에서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방산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매출 변동성은 줄어들고,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한 안정성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항공기 엔진과 우주·항공 부문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력과 진입장벽이 누적되는 영역입니다. 이는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볼수록 의미가 커지는 사업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린란드 이슈가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에너지 안보, 군사 안보, 공급망 안보는 이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패키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극 항로가 열리면 물류가 바뀌고,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며, 이를 지키기 위한 군사적 긴장이 함께 커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산 기업이 단순히 ‘위험한 시기에 반짝 오르는 테마주’가 아니라, 구조적인 수혜 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닙니다. 이 기업이 놓여 있는 위치가 글로벌 질서 변화의 방향과 얼마나 잘 맞아 있는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린란드라는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보면, 북극 방위, NATO 전략, 동맹국 중심의 방산 공급망, 그리고 장기 수주 구조라는 흐름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집니다. 그 선 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라와 있다는 점이 지금 이 기업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시장은 늘 눈에 잘 보이는 숫자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먼저 움직입니다. 그린란드 이슈는 단기적으로는 뉴스 한 줄로 소비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 수년간 누적돼 온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에 반복적으로 기회를 제공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 기회를 가장 한국답게, 그리고 가장 글로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은 조용할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국제 질서가 흔들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시 호출됩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다시 한 번 차분히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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