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무역을 떠올리면 대부분 거대한 컨테이너선과 해운사를 먼저 떠올립니다. 운임 지수, 선복량, 노선 경쟁 같은 숫자들이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흐름의 가장 기본 단위인 컨테이너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조차 컨테이너를 전부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당 부분을 임대해서 사용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조용히, 그러나 구조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임대 회사인 Triton International입니다.


Triton International은 배를 운영하지도 않고, 항만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물건을 직접 운송하지도 않습니다. 이 회사의 역할은 단순합니다. 컨테이너라는 자산을 대규모로 소유하고 이를 해운사들에게 장기 임대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글로벌 무역의 변동성과 직접 맞붙는 해운사와 달리, Triton은 그 위에서 사용료를 받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해운사는 운임 변동, 연료비, 노선 경쟁, 경기 사이클을 모두 떠안지만, 컨테이너 임대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규모를 보면 이 구조가 더 분명해집니다. Triton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보유한 임대사로, 700만 TEU 이상 규모의 컨테이너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테이너 임대 시장에서 Triton의 점유율은 약 30% 내외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를 오가는 컨테이너 세 개 중 하나는 Triton의 자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 규모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해운사와의 협상력,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 재배치 효율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재무 구조를 보더라도 컨테이너 임대 비즈니스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Triton의 연 매출은 최근 기준 약 30억 달러 수준이며, EBITDA 마진은 50%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자산 집약적 산업이지만, 한 번 임대가 시작되면 장기간 반복적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금창출력이 강합니다. 임대 계약의 상당 부분은 3~7년 이상의 중·장기 계약으로 구성돼 있고, 주요 고객은 글로벌 상위 해운사들입니다. 고객 집중도가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점이 계약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산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경기 사이클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글로벌 무역이 활황일 때는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컨테이너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둔화되면 해운사들은 자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컨테이너를 직접 구매하기보다 임대 비중을 높이는 선택을 합니다. 즉 호황기에는 물량으로, 불황기에는 구조 변화로 수요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과거 해운 업황이 꺾였던 시기에도 컨테이너 임대사들의 가동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컨테이너는 배가 멈추더라도 완전히 사라지는 자산이 아니라, 다른 노선과 지역으로 이동해 다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컨테이너의 수명과 회전율 역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컨테이너는 보통 12~15년 이상 사용되며, 그 사이 여러 해운사와 노선을 거칩니다. Triton은 단순히 컨테이너를 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유지·보수, 리퍼비시, 재배치, 재계약을 통해 자산의 수익성을 극대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가상각은 진행되지만, 동시에 장기간 현금흐름이 발생합니다. 자산 기반 비즈니스이면서도 실제로는 현금흐름 중심 사업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경쟁사를 함께 보면 이 구조가 더 또렷해집니다. Triton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사는 Textainer입니다. Textainer는 세계 2위권 컨테이너 임대사로, 약 400만 TEU 안팎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Triton보다 작지만, 역시 글로벌 해운사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다만 규모의 차이로 인해 Triton이 갖는 네트워크 효과와 자금 조달 비용 측면의 우위는 여전히 큽니다.


또 다른 경쟁사로는 과거 상장사였던 CAI International이 있습니다. CAI는 Triton에 인수되기 전까지 중형 임대사로 활동하며 이 산업이 결국 규모의 경제로 수렴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현재 시장에는 Seaco 같은 비상장 대형 임대사도 존재하지만, 상장사 기준으로 보면 Triton과 Textainer가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경쟁이 치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규 진입이 거의 없는 과점 시장입니다.


요즘처럼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기에는 이 산업의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미·중 갈등, 생산 기지 다변화,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은 글로벌 무역을 단순히 줄이기보다는 더 복잡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가 여러 지역으로 분산될수록 물류 경로는 길어지고, 컨테이너의 이동과 회전은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운사는 변동성에 노출되지만, 컨테이너 임대사는 그 위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받습니다.


투자 관점에서 Triton 같은 기업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AI도 없고 소비자 브랜드도 없으며 단기 테마로 주목받을 만한 스토리도 약합니다. 하지만 자산은 명확하고 고객은 글로벌 상위 해운사들이며 계약은 반복됩니다. 무엇보다 세계 무역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기 어려운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기술이 바뀌어도 플랫폼이 바뀌어도 물건을 실어 나르는 기본 단위로서의 컨테이너는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이 기업을 볼 때 중요한 질문은 해운 업황이 좋아질까 나빠질까가 아닙니다. 오히려 해운사들이 자산을 어떻게 가져갈 수밖에 없는가를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본 부담이 커질수록 해운사는 자산을 가볍게 가져가려 합니다. 그 선택의 끝에는 임대 모델이 있고, 그 임대 모델의 중심에 Triton 같은 기업이 있습니다.


컨테이너 임대 산업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 번 구조를 이해하면 글로벌 무역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됩니다. 배를 몰지 않아도 항만을 소유하지 않아도 무역의 흐름 위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지만, 무대 뒤에서 꾸준히 임대료를 받는 기업. Triton International은 그런 기업의 전형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무역의 방향을 맞히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 위에 무엇이 얹혀 있는지를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 위에서 임대료를 받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 단계 달라집니다. Triton International은 바로 그 관점을 만들어주는 기업입니다.